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3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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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페터 한트케'의 소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 세상에 나온 지 만 50년이 되는 해이다. 작품은 한트케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1972)되기도 했다.

 책은, 한때 잘나갔지만 건축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는 '요제프 블로흐'가 자신을 향한 현장감독의 눈빛을 본 후 해고를 직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공사장에서 나온 블로흐는 극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매표원으로 일하는 게르다와 하룻밤을 보낸다. 아침에 일어난 게르다는 블로흐에게 "오늘 일하러 가지 않으세요?"라고 질문하고, 이를 들은 블로흐는 갑자기 그녀의 목을 졸라 죽인다. 이후 블로흐는 국경 마을로 피신해 그곳에서 지낸다. 사건을 파악한 경찰이 점차 수사망을 좁혀 오면서, 블로흐는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의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불안'과 '강박'으로, 블로흐가 게르다를 죽인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월요일'에 던진 게르다의 질문이 직장을 잃은 본인의 불안한 처지를 직시하게 했고, 이것은 폭력을 동반했다. 또 서서히 다가오는 수사망으로 인해서도 불안감을 느끼는데, 저자는 이를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라고 표현했다. 골키퍼로서 활약한 블로흐의 경력을 빌려 범인이 된 그의 불안함을 은유한 것이다.

 해고를 지레짐작한 후 직장에서 나온 블로흐는 주변의 인물과 사물을 과도하게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행위는 국경 마을에서도 이어지며, 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노동 시장과 사회에서 밀려났다는 불안감이 '강박'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블로흐의 '불안'과 '강박'을 보면서,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고용 위기와 전염병의 공포 등으로 인해 불안에 휩싸여 있는 현대인이 떠올랐다. 감염병에 의한 경제적 타격으로 직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 일상에 깊게 스며든 전염병의 공포, 급감한 인간관계로 인한 고립감 등은 우리 삶의 곳곳에서 불안과 강박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이는 '코로나 블루'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블로흐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강박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점차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이와 같은 불안과 강박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누적되면 한 사회 전체가 병들게 된다. 이에 사회 전체가 코로나19의 확산세 저지와 종식에 힘을 쏟으면서, 구성원들의 불안과 강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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