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교황'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소통', 들을 때에는 참 좋은 말이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다. 모든 소통이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종류의 소통은 '나'와 다른 사람과 하는 소통일 듯하다. 마음 같아서는 이들과 담을 쌓은 채 살고 싶지만, 우리는 이들과도 끊임없이 소통을 하고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과 소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다 근본적으로 이들과의 소통에 필요한 기본은 무엇일까? 그 답은 영화 '두 교황' 속 두 명의 교황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두 교황'은 '시티 오브 갓'(2002)과 '콘스탄트 가드너'(2005), '눈먼자들의 도시'(2008)를 제작한 브라질 출신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만든 영화이며,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의 각본을 써 2015 영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은 안소니 맥카텐의 각본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19년 제23회 할리우드 필름어워즈 각본상(안소니 맥카텐)을 수상했고,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남우주연상(조나단 프라이스)·남우조연상(안소니 홉킨스)·각색상(안소니 맥카텐)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 '한니발'(2001)의 '한니발 렉터'로 유명한 베테랑 배우 안소니 홉킨스, '왕좌의 게임'에서 '하이 스패로우' 역을 맡은 조나단 프라이스가 출연해 명품 연기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2005년에 교황이 되어 2013년에 돌연 사임한 '베네딕토 16세'(안소니 홉킨스)와 그의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 교황(조나단 프라이스)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하면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가 열린다. 여기서 독일 출신의 추기경 '요제프 라칭거'가 교황이 된다. 그는 매우 보수적인 인물로, 그의 교황 선출은 가톨릭 교회가 보수 성향을 띨 것임을 의미했다. 그가 교황이 된 후 가톨릭 교회는 위기에 처한다. 어린 시절 '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개인적인 이력뿐만 아니라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문, 교황이 성추문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 교황 측근의 기밀 문서 유출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교회와 교황의 권위가 떨어지고 만 것이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조나단 프라이스)을 자신의 여름 별장으로 불러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전통을 고수하려는 교황과 교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베르고글리오는 서로의 상반된 견해만 확인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대화를 멈추지 않는다.

 영화 속 베네딕토 16세와 베르고글리오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추구하는 방향뿐만 아니라 취향에서도 같은 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계속해서 소통해 나간다. 그 시작은 여름 별장에서 이뤄진 대화다. 비록 서로의 다른 입장만 확인했지만, 이 만남은 교황이 베르고글리오를 부름으로써 이뤄졌다. 그리고 교황은 베르고글리오가 자신과는 정 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인물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나와 다른 이와 소통을 하려면 자신이 먼저 그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본은 두 사람의 '고해성사' 장면에서 나온다. 교회에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고글리오에게 교황이 되어 달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베르고글리오는 1976년 아르헨티나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타협했던 자신의 과거를 언급하며 교황의 말을 일축한다.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한 베르고글리오를 용서한다. 이어서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서 한 부끄러운 행동과 신의 음성을 들을 수 없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재차 베르고글리오에게 새로운 교황이 되어 줄 것을 요구한다. 이는 베르고글리오가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고해성사를 통해 두 사람은 자신의 죄와 부족함을 고백한다. 두 사람의 모습은, 자신과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잘못과 허물·부족함을 지적하기 전에 자신의 부족함과 잘못을 먼저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함을 알려준다. 또 두 사람이 상대의 취미를 함께 즐기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장면은 상대방과 소통을 하려면, 비록 내가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그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면서 공감하고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함을 표현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영화 속 두 교황의 모습은 사람들과의 소통, 그 중에서도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과 소통을 하는 데 필수적인 기본을 알려준다. 두 사람이 성직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도 있겠지만, 이들이 보여준 행동을 각자의 현실과 상황에 맞춰 변형해 실천한다면 분명 이전보다 더 성숙해지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영화의 배경인 바티칸은 취재와 촬영이 금지된 곳이다. 그래서 세트를 만들어 촬영을 진행했는데, 그동안 알고 있던 바티칸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세트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이 느껴졌다. 또 전 현직 교황을 연기한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가 실존 인물과 너무나도 닮아서 놀랐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 역을 맡은 조나단 프라이스는 싱크로율 100%를 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밖에 영화를 위해 연출한 장면과 언론에서 보도된 실제 화면을 적절히 배치해 극의 원활한 흐름과 몰입도를 배가시킨 점도 인상적이었다.

 끝으로 영화의 마지막에 두 교황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됐다. 상이한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소통하고 시간을 보낼 때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과도 소통을 하고 싶은 사람, 올해가 다 가기 전에 흐뭇함과 감동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 보면 좋을 영화다.


평점: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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