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영화를 볼 때 성장·청춘 작품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낯 간지러운 장면과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캐릭터 등이 주요 이유다.
그런데 요 근래 좋은 성장·청춘 드라마 한 편을 봤다. 바로 tvN에서 방영(9. 7~10. 27)한 '청춘기록'(연출 안길호/극본 하명희)이다.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2012), 비밀의 숲 시즌 1(2017),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8~2019), 왓쳐(2019) 등을 연출한 안길호 PD와 상류사회(2015), 닥터스(2016), 사랑의 온도(2017) 등에서 극본을 맡았던 하명희 작가가 손을 잡은 작품이다.

'청춘기록' 포스터, 출처: tvN
드라마는 현실에 굴하지 않고 사랑과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다. 청춘 스타 박보검이 주인공 사혜준을, 박소담이 혜준의 팬이자 연인인 안정하 역을, 변우석이 혜준의 친구인 원해효 역을 맡았다. 이 밖에 박수영, 신애라, 하희라, 한진희 등의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해 젊은 스타들과 합을 맞췄다.
작품의 메인 주인공인 혜준은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냉혹하다. 늘 그의 앞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현실도 벅찬데 주변 사람들까지 혜준을 힘들게 한다. 그의 자존심뿐만 아니라 자존감마저 짓밟는다. 그러나 혜준은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신념을 지키는 동시에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이 과정 속에서 그는 사랑을 하고, 성장해 나간다. 혜준뿐만 아니라 정하와 해효도 각자가 처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성숙해지고 성장한다. 이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현실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청춘과도 흡사하다.
한편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의 삶은 너무나 힘겹다. 결혼과 내 집 마련, 출산, 희망 등을 포기해야 하는 'N포 세대'라는 말이 이를 방증해왔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이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난 10월 16일에 발표된 통계청의 '2020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만 15~29세 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 8천 명이나 줄었다. 또 한국고용정보원의 '구인·구직 통계 현황'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기업의 구인 건수는 146만 774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0만 1,585건에 비해 8.8% 감소했다. 모두 코로나19가 남긴 상처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청년 세대는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청춘기록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온갖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현 청년 세대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들 역시 각자를 옥죄는 현실에 둘러 싸여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이를 통해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 현실에 굴하지 않고 꿈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성장하는 혜준, 정하, 해효 모두 눈이 부시게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년 세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후반부에 본질을 벗어난 전개와 장면이 등장해 아쉬웠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힘든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청년 세대와 닮은 인물들의 모습과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 등은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정말 좋은 성장·청춘 드라마를 봤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평점-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