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미디어 트렌드
이창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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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사라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트렌드 변화에 관심을 가진다. 트렌드가 사람들의 삶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양상은 우리가 항상 소비하면서도 잘 느끼지 못하는 '미디어'에서도 나타난다. 그렇다면 2020년, 지금의 미디어는 어떤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을까? 4년 전 2020년의 미디어 트렌드를 예측한 <<2020 미디어 트렌드>>를 통해 알아보자.

 미디어와 관련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ICT'다. 대표적으로 우리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마트폰'은 하나의 '모바일 미디어 기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기사와 동영상을 보고 듣는다.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다. 테크 시장을 평정한 기술 기업이 알고 보니 미디어 기업이기도 한 것이다. 시대 변화에 상관없이 가장 많은 기사를 생산하는 주체는 여전히 '매스미디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적으로 접하는 기사와 동영상의 대부분은 매스미디어가 만든 콘텐츠다.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1인 방송인'은 '1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ICT와 미디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현대인의 삶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소셜 미디어'다. 한국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SNS'라고 부르는데, 이는 '서비스'를 강조해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축소한다. 소셜 미디어가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로는 '메르스'를 들 수 있다. 2015년 5~6월 대한민국을 집어 삼킨 메르스에 관한 정보가 주로 유통된 경로는 소셜 미디어였다. 또 잘못된 정보와 지나친 공포를 퍼뜨린 것 역시 소셜 미디어였다. 당시 소셜 미디어는 매스미디어가 취재하지 못한 사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확산(보도)함으로써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보의 양에서는 매스미디어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토리닷'에 따르면, 2015년 5월 27일~6월 3일 오후 4시 30분까지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서 '메르스'라는 단어를 포함한 웹 문서의 양은 78만 7,340건이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뉴스 미디어들은 PC에서든, 모바일에서든 자사의 기사를 소셜 공유가 가능하게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소셜 공유에 사활을 거는 주체는 뉴스 미디어뿐만이 아니다. 방송 미디어, 기업들도 SNS에서 자사의 콘텐츠를 확산하려 애쓰고 있다.

 이처럼 소셜 공유에 올인하는 전략을 '소셜 퍼스트'라고 한다.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가 강력한 트리거였는데, NYT 내부 보고용 문건이었던 이 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된 시점은 2014년 3월이었다. 그리고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디지털 퍼스트'였다. 2014년 11월에는 슈미트 회장이 '모바일 온리'를 주장했다. NYT는 디지털 퍼스트를 주창한 뒤 모바일 온리로의 변모를 꾀했다. 이러한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바일 온리의 핵심 유입 경로가 소셜 미디어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모바일 온리의 핵심은 '소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모바일(디지털) 퍼스트'와 '모바일 온리' 이후 와야 하는 흐름은 '소셜 퍼스트'가 돼야만 한다.

 데스크톱 PC보다 모바일 기기의 활용이 일상화되는 현상을 '모바일 온리'라고 한다. 국내 미디어 이용률을 보면 모바일 온리의 시대가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2012년 이전까지는 모바일이 PC를 상대하기 어려웠다. 2011년과 2012년에 '갤럭시 S2'와 'S3'가 각각 출시됐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데스크톱 PC에 익숙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이러한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모바일이 대세이지만 국내 언론사들의 모바일 실적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온라인에서도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모바일 투자 대비 수익도 저조하다. 언론사가 '모바일 세컨드, 모바일 서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 광고가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즉 돈이 모바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언론사들이 모바일에 신경 쓸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2015년 기준 국내 모바일 광고비 액수는 약 9,400억 원으로, 모바일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에 비해 약 1,800배나 늘었다. 디지털 광고 점유율에서는 PC가 81%를 차지했지만, 앞으로 PC와 모바일의 점유율 역시 뒤바뀔 것이다.

 2015년 5월 7일, NYT는 초특급 기획 기사를 터뜨리면서 기존 종이신문의 관행을 완전히 깨버렸다. 1부를 5월 8일 온라인판에, 2부를 5월 9일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종이신문에는 5월 10일에만 올렸다. NYT는 이 기사에 디지털 퍼스트뿐만 아니라 '소셜 퍼스트'와 '글로벌 퍼스트'까지 적용했다. 이에 반해 국내 매체들은 입으로는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지만 현실에서는 '페이퍼 퍼스트'(인쇄 매체 우선 전략)로 움직인다. 기성 언론이 디지털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디지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미디어 업계도 디지털 퍼스트를 위해 노력하고는 있다. 경향신문의 경우 2016년 1월 4일부터 지면 회의를 편집 회의로 바꿨다. 또 지면과 온라인의 비율을 8:2에서 5:5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저널리즘 현장에서도 '가상현실'과 '드론'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테크 저널리즘'이라고 칭한다. '로봇 저널리즘, 드론 저널리즘, 가상현실 저널리즘' 등은 현재 진행 중이며,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라이브 생중계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데이터를 이용한 보도를 '데이터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좀 더 정밀하게 정의하자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아 기사화하는 것을 데이터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결국, 정보를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하느냐가 데이터 저널리즘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 저널리즘은 '탐사보도 저널리즘'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기자가 심층 보도를 하려면 데이터를 찾고, 발굴하고, 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탐사보도의 예로는 2016년 4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파나마 페이퍼스'를 들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각각의 트렌드는 어찌 보면 미디어 형식의 변화를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형식은 시대에 따라 항상 바뀐다. 이 같은 현상 속에서도 미디어의 '본질', 심오하게 표현하면 미디어의 존재 이유는 한결같이 유지돼야 한다. 아무리 형식이 화려해도 미디어의 존재 이유 자체를 변질시키거나 망각한 채 생산한 콘텐츠는 한낱 '눈요기'나 '소음'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조사한 '국가별 언론 신뢰도'에서 2017년부터 4년째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언론이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다(톱데일리, '언론 신뢰도 4년째 꼴찌... 제도 개선은 '글쎄'', 202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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