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Parasite (기생충) (2020 골든글로브 영화상 수상작)(봉준호 감독 작품)(지역코드1)(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Universal Studios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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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9일(현지 시간),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4관왕(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을 차지했다. 또 지난해 5월 25일(현지 시간)에 열린 제72회 칸영화제에서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기생충은 '제66회 시드니영화제 최고상·제38회 밴쿠버국제영화제 관객상(2019년)·제77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외국어영화상·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 영화 부문 앙상블상·제49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관객상·제72회 미국감독조합상 영화 부문 감독상·제73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 각본상/외국어 영화상(2020년)' 등의 상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개봉 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흥행 순위 25위(2020년 7월 18일 기준)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기생충은 국내외에서 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는데, 앞으로 이런 국내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성과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가족 전원이 부잣집에 취업하면서 생기는 일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영화 속 '상징'과 종반부의 '파국'이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영화를 보는 동안 깊은 여운과 인상을 남긴 상징과 파국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비'와 '냄새'가 있는데, 부유한 동익(이선균)의 부인 연교(조여정)에게 비는 미세먼지를 깨끗이 없애 파티를 열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반면 기택네 가족에게 비는 보금자리를 앗아간 잔인한 존재다. 냄새의 경우 기택의 몸에 밴 반지하 특유의 냄새를 가리키는데, 동익은 이를 기준으로 자신과 기택을 구분한다. 결국, 냄새는 부유한 동익과 가난한 기택을 가르는 하나의 구분 기준이다. 정리하자면 비와 냄새는 동익네 가족과 기택네 가족을 관통하는 빈부격차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가 동익의 집을 찾아갈 때 조망한, 높은 곳에 있는 부잣집들과 낮은 곳에 위치한 기택의 반지하는 수직 구조를 통해 기택과 동익, 더 나아가서는 한 사회 내에 있는 부자와 빈자의 처지를 나타낸다. 영화 초반과 후반부에서 대사를 통해 등장하는 '계획'은 신분 상승을 향한 기택네 가족의 열망 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는데, 기택네에게 계획은 그저 계획이자 이룰 수 없는 꿈일 뿐이다.

 기우의 친구인 민혁(박서준)이 전해준 '산수경석'은 항상 기우를 따라다닌다. 실제로 기우는 '산수경석이 항상 자신을 따라온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걸 보면서 산수경석은 기택네 가족에게 늘 붙어 있는 가난이라는 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영화의 막바지 부분에서 기우는 이 산수경석에 맞게 되는데, 이 장면은 기택네 가족이 현재의 사회경제적 시스템 하에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난이라는 짐을 벗어 던질 수 없음을 뜻하는 것 같다.

 동익네 집에 숨겨진 '지하'와 그곳에 사는 '존재'는 반지하에 사는 기택네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 즉 현재의 자본주의 구조 하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최하층민을 가리키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과 기택네 가족의 싸움은 연대를 통해 그들에게 끝없는 가난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을 바꾸기보다는, 바로 눈앞에 있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서로를 물어 뜯는 '을과 을'의 싸움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 마지막 부분의 '파국'은 상류층과 빈곤층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고민하고 만들지 않으면 종국에는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장면일 수 있다.

 끝으로 위에서 언급한 영화 속 대사 및 소품 등의 상징과 파국이라는 결말을 통해 봉준호 감독이 '봉테일'과 '현실주의자'로 불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었다. 또 코미디, 드라마, 스릴러 등의 장르를 섞은 듯한 영화인 기생충의 상징과 결말이, 현재 전 세계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이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다양한 계층이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지 않으면 예외 없이 모두가 파멸을 맞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같은 연출과 메시지는 관객에게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시스템을 한 번쯤 돌아보면서 고민해볼 것을 주문하는데, 바로 이 점이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호평과 공감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테일과 현실주의, 그만의 촘촘한 계획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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