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태극기 휘날리며 - 할인행사
강제규 감독, 공형진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오는 6월 25일은 한국전쟁 70주년이다. 70년 전 있었던 전쟁은 남과 북 모두에게 큰 비극이었으며, 이로 인한 상처는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깊은 상처와 아픔을 남긴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근거로 황폐화된 땅과 남북한 군인들의 사상자 수 등을 주로 활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인 자료보다 전쟁의 참혹함을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아마도 전쟁이 앗아간 우리 이웃들의 평범한 삶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강제규 감독의 한국전쟁 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터에 내던져진 평범한 두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1950년 서울 종로, 형 이진태(장동건)와 동생 이진석(원빈)은 가난하지만 서로를 배려하며 나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북한군이 남침을 하면서 전쟁이 일어나고 만다. 이에 진태네 집안은 피란을 떠나지만, 결국 두 형제 모두 강제 징집돼 낙동강 전선으로 가게 된다. 진태는 평소 몸이 약한 동생을 전쟁터에서 빼달라고 윗사람에게 간청하지만 묵살당한다. 그러던 도중 진태의 상급자는 그에게 무공훈장을 타면 동생을 전역시켜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이때부터 진태는 훈장을 받아 동생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싸워 나가지만, 진석은 변해가는 형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영화는 강제규 감독이 2000년에 진행된 한국전쟁유해발굴사업과, 전쟁기념관에 있는 '형제의 상'에 얽힌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이다. 2001년부터 시나리오 작성을 시작해 2년 5개월의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2003년 2월에 첫 촬영을 진행했다. 2004년 2월 5일에 개봉했으며, 147억 원의 순수 제작비가 들어갔다. 두 번째로 천만 관객(총 관객 수 1,174만 명)을 돌파한 한국 영화에 등극했으며 한국전쟁 관련 영화 관객 수 1위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전쟁을 주제로 한 영화의 산업적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가는 기술로 촬영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개봉한 지 10년이 지난 2014년에는 미국의 영화 전문 매체인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로부터 '최고의 전쟁 영화 30편'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한편 전쟁 영화 하면 빠지지 않는 명작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로 전쟁 영화의 전투신이 변하기 시작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전의 전쟁 영화 속 전투 장면은 낭만적이면서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해 전쟁의 참혹함을 현실적으로 제시했고, 태극기 휘날리며는 이를 극대화했다. 아비규환의 전쟁터와 이를 휘감은 분위기, 현실적인 전투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2만 5천여 명의 엑스트라와 2만여 벌의 군복, 실제 크기의 증기기관차 및 탱크를 제작해 투입했고, 20여 곳이 넘는 로케이션 장소를 선정해 촬영을 진행했다. 핸드 헬드 기법을 활용한 화면의 흔들림과 근거리에서 촬영한 적나라한 살육 장면 등도 전투의 현실감을 더욱 배가한다. 또 중공군의 인해전술과 장사진을 이룬 피란 행렬은 그 자체로 압권이었다. 낙동강 전투에서 인천상륙작전, 평양 시가전과 중공군 개입 등과 같은 전쟁의 주요 일지를 따라 가면서 전쟁의 실제 흐름을 잘 보여줬고, 여기에 세밀한 고증을 더해 몰입도와 역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위에서 언급한 연출 외에도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영화가 '영웅주의'와 '반공주의',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영화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적을 몰살하는 영웅이 아닌, 어느 날 갑자기 전쟁터에 끌려온 평범한 두 형제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집안의 희망인 동생을 집으로 무사히 돌려 보내려는 가족애와 이 때문에 변할 수밖에 없는 형, 이러한 형의 모습이 못마땅한 동생과 함께 이들이 겪는 갈등을 파고 들어 전장에서 희생된 평범했던 수많은 개인과 이들을 집어삼킨 전쟁의 잔인함 등을 돌아보게 했다. 결국, 영화는 가족을 향한 사랑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과 함께 너무나도 평범했던 두 형제가 전쟁터에서 겪는 일들, 형제 간의 갈등 등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비극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동시에 평화의 소중함이라는 메시지까지 역설적으로 전달했다.

 70년 전 있었던 한국전쟁을 그린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이 당시를 살았던 평범한 두 형제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는 과정과 그 결과를 집중적으로 그렸다. 이로써 영화는 우리의 이웃이 체험한 전쟁의 참혹함과 비극을 구체적·현실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리고 이는 나와 이웃의 평범한 일상을 위해서라도 평화가 담보돼야 함을 방증한다. 그래서 그럴까? 70년 전의 비극을 그린 이 영화를 보면서 한반도 평화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현재는 멈춰 있는 남북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를 돌아보게 됐다. 또한 영화가 끝난 후에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전쟁의 당사자였던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70년 전의 참극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대화를 재개해 나가길 진심으로 바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