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 THE REVIEW - 방탄소년단을 리뷰하다
김영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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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s) 시상식에서 BTS가 3관왕을 차지했다. BTS는 '투어 오브 더 이어(TOUR OF THE YEAR)', '페이보릿 듀오 오어 그룹(FAVORITE DUO OR GROUP-POP/ROCK)',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FAVORITE SOCIAL ARTIST)' 등 3개 부문에서 수상자가 됐다. 3개의 상 중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BTS에게 수여됐다. '페이보릿 듀오 오어 그룹' 팝/록 부문에서 BTS는 조나스 브라더스와 패닉 앳 더 디스크 등의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을 벌여 비영어권 아티스트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2012년에 싸이가 AMAs에서 뉴미디어상을 받은 이래 7년 만에 한국 아티스트가 본상을 받게 됐다(중앙일보, 'BTS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3관왕…"그래미는 왜 빼나" 논란', 2019. 11. 25).

 좋은 소식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지난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멜론뮤직어워드(MMA) 2019 이매진 바이 기아'에서 BTS는 4개 부분 대상을 모두 휩쓸어 총 8관왕을 차지했다. BTS는 '올해의 아티스트',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베스트송' 등의 4개 부분에서 대상을 받았다. '올해의 앨범'으로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가, '올해의 베스트송'으로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가 각각 선정됐다. 이외에도 BTS는 음원 성적과 멜론 회원 투표로 선정한 '톱 10'에도 이름을 올렸으며, '남자 댄스상'·'네티즌 인기상'·'카카오 핫스타상' 등 총 8개의 트로피를 받았다(경북매일, 'BTS, 멜론뮤직어워드 8관왕 우뚝', 2019. 12. 01).

 BTS와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의 수상 소식은 반가우면서도 궁금증을 남긴다. 그것은 '그들 음악의 매력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팬과 전문가 등에 따라 답변이 다른데, 개인적으로 BTS의 음악에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이에 기초한 음악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에 마음이 간다. 이런 특성 때문에 BTS의 음악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래서 오직 BTS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무엇이 된 건 아닐까? 이 점과 관련해 음악평론가이자 문화연구자인 김영대 씨의 <<BTS: THE REVIEW 방탄소년단을 리뷰하다>>를 살펴 보려고 한다. 이 책은 BTS의 음악을 살펴보는 동시에 BTS 현상과 그들의 음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함께 소개한다. 모든 내용을 다 다루고 싶지만, 분량 등의 이유로 BTS의 음악 중에서 내게 깊은 인상을 준 것들만 소개하고자 한다. 

 BTS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짚어볼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한국 대중음악과 21세기에 관한 내용이다. 21세기를 맞이한 한국 대중음악은 비좁은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했고, 그 결과 'K-Pop'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새롭게 명명된 이 음악 신(scene)에서 우리는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두 가지 변곡점을 목격한다. 첫 번째는 전 세계적인 바이럴과 K-Pop 붐을 불러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이다.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BTS 현상'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특별하다. 이는 BTS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BTS의 데뷔 싱글 앨범은 '2 COOL 4 SKOOL'로, 2013년에 출시됐다. BTS는 1980~1990년대 스타일의 스크래치가 담긴 올드스쿨 힙합으로 첫 발을 뗐다. BTS의 데뷔 음반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전반적인 힙합의 부상과 아이돌의 구별짓기 욕망이라는 맥락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비록 이들이 아이돌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태도와 기저에 힙합이 있다는 사실은 사운드와 가사만 봐도 알 수 있다. 뮤직비디오와 다소 힘을 준 듯한 비주얼은 힙합의 '공격성'을 정체성으로 끌어 안으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지금은 누구에게나 제법 익숙한 아이돌의 자기 증명과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열망이 BTS의 경우 유독 데뷔 앨범에서부터 분명하게 표방됐을 뿐만 아니라, 그 방식이 예외적이라고 할 만큼 직설적이고 진솔했다. 이는 분명히 새로운 흐름이었다. 데뷔 앨범의 메인 곡은 'No More Dream'인데, 이 앨범은 학교 3부작의 첫 장을 장식했다.

 'DARK&WILD'로 청소년들의 '꿈'과 '행복'이 지닌 의미를 탐색하는 여정을 끝낸 BTS는 청춘의 가장 눈부신 한순간을 의미하는 '화양연화' 시리즈를 발표한다. 화양연화 시리즈는 '화양연화 Pt. 1'과 '화양연화 Pt. 2' 그리고 '화양연화 Young Forever'로 이뤄져 있다. Pt. 1과 Pt. 2는 2015년에 출시된 미니 앨범이고, Young Forever는 2016년에 나온 리패키지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BTS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봄날'이 수록된 'YOU NEVER WALK ALONE(2017년, 리패키지 앨범)'을 접하면서부터다. 앨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은 '봄날'과 'Not Today'였다. 봄날의 경우 뮤직비디오를 통해 5년 전의 어느 봄날에 우리 곁을 떠나버린 아이들을 기리는 것 같아, 지금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 켠이 저며온다. Not Today는 팍팍한 오늘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미래 때문에 힘들어하는 청춘에게 건네는 BTS만의 위로와 격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청춘의 좌절감이 어떠한 종류의 불합리함과 부당함 혹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지는 몰라도, 아직은 패배를 선언하고 주저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두 곡을 통해 BTS는 단순한 아이돌 그룹이 아닌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음악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BTS는 화양연화 시리즈를 지나 'LOVE YOURSELF'를 통해 그동안 접한 적 없던 문제 의식, 즉 그에 대한 본질과 답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사랑을 통한 '자기애'의 깨달음이다. 주제 의식만으로도 지금까지의 여타 K-Pop 아이돌 음악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 같은 서사가 음악과 밀접히 연관되면서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Her'는 'LOVE YOURSELF' 시리즈 중 '승'의 파트를 담당하는 앨범으로,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전기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서사 구조상 사랑의 기쁨과 설렘을 묘사하기도 하거니와, 같은 해 BBMAs의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수상을 하며 세계에서 주목받는 그룹이 된 외부 상황 때문인지, 앨범은 시종일관 밝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로 나아간다.

 'LOVE YOURSELF' 시리즈의 마지막인 <LOVE YOURSELF 결 'Answer'>는 BTS가 화양연화 이래로 보여준 청춘과 성장의 궁극적인 담론이 가장 완성된 형태로 담긴 결론이다. 이 앨범은 단순히 기존의 앨범을 재활용한 모음집도 아니고 새로운 곡 몇 개를 끼워 넣은 리패키지 앨범도 아니다. 'Answer'에 담긴 모든 곡은 '기··전·결'이라는 서사 구조 속에서 의미를 부여받아 역할을 하며, 음악적으로는 <Her>와 <Tear> 사이에서 나온 곡에서 완전한 쓰임새를 가진다. 사랑의 흥분으로 시작해 이별의 아픔을 지나 자기애를 깨닫는 긴 여정은 서사 구조상 일리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이야기만이 아닌 장르와 편곡이라는 음악적 문법으로 표현됐다는 점에서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은 K-Pop의 기준점을 제시한 동시에 수준을 높인 문제작이자 BTS 커리어 한 챕터의 화려한 마무리다. 'LOVE YOURSELF' 시리즈에서 기억에 남는 곡으로는 'DNA·고민보다 GO·Fake Love·낙원·Magic Shop·Anpangman·IDOL·Answer: Love Myself' 등을 들고 싶다. 'LOVE YOURSELF' 시리즈는 BTS의 핵심 메시지인 '자기애'를 깊게 파고 들어가는 앨범이어서 듣고 보는 이에게 그들 음악의 정수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BTS 음악 커리어 중 깊은 인상을 준 앨범과 수록곡을 알아봤다. 데뷔 앨범부터 'LOVE YOURSELF' 시리즈까지 모두 다루고 싶지만 분량 등의 이유로 그렇지 못해 아쉽다. BTS의 음악을 책이라는 매체로 접해보니, 그들의 음악에 분명한 서사가 담겨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그것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실제로 겪고 느꼈던 이야기인 동시에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거나 겪고 있는 중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점이 수많은 음악팬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나 싶다. 결국, BTS는 누구나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일에 음악을 향한 열정과 그들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 자신들만의 음악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오직 BTS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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