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스포츠 기사를 읽을 때 유독 내 눈에 띄는 표현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다윗과 골리앗'이다. 이 말은 객관적인 전력 차이가 많이 나는 두 팀이 승부를 가릴 때 등장하는데, 성경에 실린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차용한 것이다. 그런데 스포츠에서는 성경 속 이야기처럼 약팀이 강팀을 꺾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지난해에 열린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이전 대회 우승팀이었던 독일을 꺾었던 이변도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떨까? 현실 속 다윗, 이른바 '언더독'들은 '흙수저'로 불리면서 갖가지 골리앗에 치이며 살아간다. 여기서 골리앗은 강력한 상대를 넘어 언더독을 둘러싼 온갖 현실적 어려움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이 같은 어려움은 언더독의 어깨를 짓눌러 그들의 무기력을 강화하고 포기를 이끌어낸다. 현실이 이러하니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언더독들에게는 일말의 희망도 없는 걸까? 만약 언더독에게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이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아웃라이어>>, <<블링크>> 등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은 성경 속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빌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언더독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제시한다.

 때는 이스라엘 왕국과 블레셋의 군대가 맞붙던 시기였다. 당시 블레셋의 전사는 210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골리앗'이었다. 이스라엘의 왕인 사울과 그의 군대는 골리앗의 체구와 기세에 눌려 있었다. 이때, 한 사람이 나선다. 그는 양치기 '다윗'이었다. 다윗은 사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골리앗에게 나아간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다윗은 골리앗의 목을 베어 불가능해 보이던 승리를 거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스라엘 군대를 공포에 떨게 한 골리앗은 중보병이었다. 고대에는 중보병끼리 일대일로 결투를 벌였다. 이 때문에 골리앗은 적의 진영에서 중보병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윗은 중보병이 아니었다. 그는 평범한 양치기였다. 그래서 기존의 전투 관행을 따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양치기 생활을 하며 익힌 투석 기술을 활용해 골리앗의 이마를 노렸다. 다윗이 던진 돌을 맞은 골리앗은 그대로 쓰러졌고, 다윗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리앗의 목을 벴다. 결국 다윗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어찌보면 하찮다고 할 수 있는 투석 기술로 기적을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다윗의 관점에서 본 것이다.

 이 싸움을 패자인 골리앗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골리앗은 무시무시한 완력을 지닌 전사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완력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보조병을 데리고 계곡 아래로 내려왔으며, 다윗에게 "내게로 오라"라고 말한다. 또 성경에 의하면 골리앗의 걸음걸이는 매우 느렸다. 성경에 기록된 골리앗의 언행을 본 현대 의학 전문가들은 골리앗의 건강 상태가 나빴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가 앓고 있던 병은 '말단비대증'으로, 뇌하수체에 악성 종양이 생겨 발병한다. 주로 키가 큰 사람들이 앓아서 '거인병'이라고도 불린다. 말단비대증의 대표적인 합병증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력 문제다. 구체적인 증상은 갑자기 시야가 좁아지거나 하나의 물체가 여러 개로 보이는 것 등이다. 이로 인해 골리앗은 느리게 걸을 수밖에 없었고, 더 나아가서는 다윗이 싸움의 규칙을 바꿨다는 사실을 그가 자신의 코앞까지 왔을 때에야 눈치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설명한 다윗과 골리앗의 관점으로 이 이야기를 해석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언더독'이 '거인'을 상대할 때에는 세상과 거인이 만든 판에서 싸워서는 안 된다. 언더독은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싸움의 규칙을 만들어 거인을 상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도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요소를 장점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또 골리앗의 최대 장점이었던 거대한 체구가 다윗과의 싸움 중에 그의 발목을 잡은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거인의 장점은 큰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언더독은 이 점에 착안해 자신이 지닌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동시에 거인의 강점이자 약점인 포인트를 정확히 공략해야 한다.

 파리가 세계 예술의 중심지였던 150년 전, 바티뇰 부근에 있는 '게르부아'라는 카페에 한 무리의 화가들이 모여 들었다. 주요 멤버는 '마네, 드 가, 르누아르, 피사로'였다. 이들은 카페에 모여 밤이면 밤마다 격론을 벌였다. 이들의 토론 주제는 '살롱의 문을 계속 두드릴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으로 전시회를 열 것인가'였다. 이들의 최종 결론은 독자 전시회 개최였고, 이는 옳은 선택이었다. 이 선택으로 소규모 미술 비평가 집단에게 항상 혹평을 받았던 그들의 작품이 전 세계의 유명 미술관에 걸리게 됐다. 이들을 가리켜 우리는 '인상파 화가'라고 부른다.

 1873년, 모네와 피사로는 인상파 화가를 모아 협동조합을 만든다. 1874년 4월 15일, 이들은 자신들만의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가 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인생 역전 이야기는, 때로는 '큰 연못의 작은 물고기가 되는 것보다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는 것이 더 좋은 때와 장소가 있다'는 교훈을 준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주변 세계의 아웃사이더였다는 약점이 더 이상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게 된다. 이는 언더독의 또 다른 생존 전략이기도 한데, 인상파 화가들의 예로 알 수 있는 '큰 물고기-작은 연못 이론'은 심리학자인 허버트 마시가 개척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윗과 골리앗의 예를 통해 살펴본 '약점의 강점화'와 '강점이 내포한 약점'이 언더독에게 가장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라는 전제가 맞아 떨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언더독이 승리하려면, 세상과 강자가 정한 틀을 과감히 거부하고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활용해 자기만의 판을 만든 다윗의 용기와 지혜를 배워 앞에 있는 장벽을 무너뜨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저자가 이 시대의 모든 언더독에게 바치는 맞춤형 전략일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책을 읽는 동안 다윗과 골리앗이 경쟁을 통해 상호 발전하는 동시에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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