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인생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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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각자의 가치와 처한 상황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양한 상상을 하며 생활한다. 이 같은 상상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데 희망과 위안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상상은 무엇일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준다면 ~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작가 김동식은 필부필부들이 즐겨하는 이런 생각을 한 편의 단편소설로 신박하게 그려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마치 주인공인 김남우의 스토리를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재수생인 김남우는 공부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러 새벽에 산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신세를 한탄하던 김남우는 위령탑을 걷어 찬다. 그때 그의 앞에 귀신이 나타난다. 귀신은 김남우에게 제안을 한다.


 "만약 내가 수능 만점을 받아준다면, 네 일주일 중 하루를 내게 줘."


 김남우는 귀신의 말에 당황했지만 이내 이를 받아들인다. 결국 김남우는 불수능에서 만점을 기록해 명문대에 입학하는 동시에 일주일 중 월요일을 귀신에게 주고 만다. 대학에 들어간 김남우는 여태까지 본인 스스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 학점 관리에서 애를 먹는다. 이때 그의 앞에 귀신이 찾아온다. 이번에도 귀신은 김남우에게 제안을 한다. 그것도 새로운 귀신을 소개하면서 말이다. 김남우와 처음 만난 귀신은 5급 공무원 시험에 붙게 해주겠다며 이런 딜을 제시한다.


 "무조건 합격시켜주마. 그 대신! 나도 일주일 중 하루를 주거라."


 고민하던 김남우는 귀신의 안을 수용한다. 김남우는 이번에도 일을 저질렀다. 수능 만점과 명문대 입학에 이어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이제 그는 세속의 성공은 거의 이뤘다.

 김남우는 인기 아이돌 홍혜화에게 빠진다. 그가 홍혜화의 팬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귀신이 또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새로운 귀신을 데리고 왔다. 김남우를 본 새로운 귀신은 그에게 홍혜화와 결혼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한다.


 "나도 조건은 같네. 일주일 중 하루를 내게 줘."


 홍혜화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김남우는 이 제안에도 응한다. 이제 일주일 중 김남우가 본인으로 살아가는 날은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4일뿐이다. 그래도 김남우는 홍혜화와 결혼할 수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불과 결혼 1년 만에 둘은 이혼을 하고 만다.

 이혼 후 평범하게 지내던 김남우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인 장진주의 팬이 된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김남우의 앞에 귀신이 등장한다. 귀신은 늘 그랬듯 새로운 귀신을 데리고 왔다. 그 귀신도 앞의 귀신들처럼 김남우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미끼를 던진다. 장진주와의 결혼을 도와줄 테니 자신에게도 일주일 중 하루를 달라는 것이었다. 몇 차례 있었던 귀신과의 거래로 협상의 달인이 된 김남우는 역으로 제안을 한다.


 "거래를 할 수는 있는데, 조건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연애 기간을 2년으로 잡고, 결혼 후 1년 안에 이혼하게 되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귀신을 이를 허락했다. 약속대로 김남우는 장진주와 2년간 연애를 하고 1년 넘게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이 결과로 김남우의 일주일 중 나흘이 귀신들의 것이 됐다. 남들이 동경하는 직업과 인기 스타인 아내를 얻은 후 김남우는 자기 관리를 게을리해 비만, 탈모 등을 갖게 된다. 귀신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또 다시 김남우를 유혹했다. 이번에는 자기 관리를 도와줄 귀신을 소개해줬는데, 김남우는 이전처럼 귀신의 제안을 수락한다. 이제 김남우는 토요일과 일요일, 단 이틀만 자기 자신으로 살게 됐다. 하지만 그는 행복했다. 일하기 싫은 주중에는 귀신들이 자기 삶을 살아주기 때문이다. 김남우는 귀신과의 거래로 자신이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며 자축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잠을 자고 있던 김남우는 아내와 자신의 어머니가 나누는 통화 내용을 듣게 된다. 아내는 시어머니에게 김남우가 주말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말에 마치 김남우에게 귀신이 씌인 것 같다고 맞장구친다.

 김동식 작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에 기초해 이 글을 썼다. 그래서 그럴까? 이 글은 쉽고 재밌다. 그런데 이 글은 단순히 재밌게 읽고 덮을 수 있는 내용만으로 이뤄진 것 같지 않다. 

 글의 주인공인 김남우는 우리가 부러워할 만한 인생, 이른바 성공한 인생을 이뤘다. 작가는 성공한 김남우의 삶, 더 자세히 말하면 그가 귀신과의 거래로 성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현실 문제를 끄집어낸다. 수능 고득점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귀신에게 내주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입시 문제를 지적하고, 5급 공무원 합격을 위해 하루를 떼어주는 장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우리의 현실을 그려냈다. 또 이런 김남우의 모습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나타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귀신에게 자신의 하루를 넘겨주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갑자기 자기계발서에 있을 법한 내용을 언급해 나 역시도 당황스럽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끝으로 작가의 핵심 의도에 관해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일주일 중 단 이틀만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김남우의 모습을 통해 '과연 내가 없는 삶이 성공한 인생일까'와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작가가 재밌고 가볍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로 나에게 물어왔으니, 나도 이에 응답할 수 있도록 나만의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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