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의 반지
바그너 원작, 류가미 지음, 아서 랙험 그림 / 호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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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톨킨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 <반지의 제왕 3부작>은 내 인생 영화 중 하나다. 세 편의 영화를 모두 보면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도대체 저 작은 반지가 뭔데, 저렇게 많은 인물들이 싸우는가"였다. 이 궁금증은 반지의 제왕 세계관과 톨킨에 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를 탐구하던 중 톨킨이 바그너 원작의 <<니벨룽의 반지>>를 모티브로 <<반지의 제왕>>을 집필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은 결말에서 다른 길을 걷는다. <<니벨룽의 반지>>가 비극으로 끝난다면, <<반지의 제왕>>은 희극으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오래전 지구는 세 영역으로 나뉜다. 이 세 영역에는 신, 거인, 난쟁이가 살고 있다. 지구의 가장 높은 곳은 아스가르드로, 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중간 영역은 리젠하임으로, 거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지구의 가장 낮은 영역은 니벨하임이라는 동굴이다. 이곳에 난쟁이족인 니벨룽이 살고 있다. 이들은 허리가 굽고 다리가 휜 채로 태어난다.

 어느 날 니벨룽 중 하나인 알베리히가 라인 강가로 가게 된다. 그는 라인강에서 라인강의 황금을 지키는 물의 여신, 즉 라인 처녀들을 보게 된다. 그녀들을 본 이후 알베리히는 매일 저녁 라인 강가로 가 그녀들에게 구애를 한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건 조롱뿐이었다. 알베리히를 조롱하던 라인 처녀들은 라인강의 황금과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그 이야기는 라인의 황금으로 반지를 만드는 자가 절대 권력과 부를 소유하게 된다는 것과 오직 사랑의 기쁨을 모르는 자만이 황금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알베리히는 자신에게 조소를 보내는 라인 처녀들을 향한 사랑을 포기하고 황금을 가져간다. 그리고 황금으로 반지를 만들어 난쟁이족의 왕이 된다.

 신들의 왕 보탄은 거인들을 시켜 발할성을 짓게 했다. 그는 거인들에게 성을 지어주는 대가로 자신의 처제인 프라이아를 준다고 약속했다. 성이 완공되자 거인 형제인 파프너와 파졸트가 보탄에게 프라이아를 요구한다. 하지만 자신의 부인인 프리카와 다른 신들의 완강한 반대로 보탄은 두 거인 형제에게 다른 선물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화가 난 파프너와 파졸트는 프라이아를 데리고 아스가르드를 떠난다. 보탄은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그때 장난꾸러기 신인 로게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로게는 보탄에게 라인의 황금과 알베리히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알베리히의 반지에 마음을 뺏긴 보탄은 로게와 함께 니벨하임으로 향한다. 그들은 알베리히를 잡아 아스가르드로 데리고 온다. 보탄은 알베리히의 반지와 투구를 뺏어 파프너와 파졸트에게 준다. 거인 형제는 프라이아를 놓아준다. 반지를 뺏긴 알베리히는 저주를 퍼붓고 아스가르드를 떠난다. 그래서 그럴까? 파프너는 동생인 파졸트를 죽이고 반지를 독점한다.

 벨중은 지친 몸을 이끌고 방황하던 중 언덕 위에 있는 집을 발견한다. 그 집은 큰 물푸레나무를 기둥으로 삼고 있었다. 벨중은 다짜고짜 그 집으로 들어간다. 그가 들어간 집은 훈딩의 집으로, 집에는 훈딩의 아내인 지클린데가 있었다. 지클린데는 지친 벨중을 집에서 머물게 한다. 얼마 후, 훈딩이 집으로 들어온다. 그는 낯선 손님인 벨중과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처음 본 벨중과 자신의 아내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게다가 자신과 벨중은 앙숙이었다. 훈딩은 벨중에게 다음 날 아침에 결투를 벌이자고 한다. 벨중은 고민에 빠진다. 그때 지클린데가 다가와 집의 물푸레나무에 꽂혀 있는 검을 뽑으라고 제안한다. 이 말을 들은 벨중은 이전에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한 말을 기억해낸다.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가장 필요할 때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검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벨중은 물푸레나무에서 노퉁이라는 검을 뽑는다. 검을 뽑은 벨중은 자신과 지클린데가 오래 전에 헤어진 남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의 아버지는 보탄이었는데, 그는 인간 영웅을 낳아 파프너에게서 반지를 찾아 오려 했다. 그래서 인간 여자와 바람을 피워 자식 둘을 얻었는데, 그들이 바로 벨중과 지클린데였다. 벨중과 지클린데는 자신들이 남매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에 빠진다. 지클린데는 벨중에게 지크프리트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둘은 훈딩의 집을 떠나 도망간다.

 보탄은 브륀힐데를 찾아간다. 브륀힐데는 보탄의 딸인 발퀴레 중 한 명이다. 보탄은 그녀에게 훈딩과 지크프리트가 싸울 때 지크프리트를 도우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부인인 프리카는 남매 간의 사랑을 지적하면서 지크프리트를 죽이라며 보탄을 압박한다. 결국 보탄은 브륀힐데에게 훈딩을 도우라며 자신의 명령을 뒤집는다. 이 사실을 모르는 채 도망을 가던 지크프리트와 지클린데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때 브륀힐데가 지크프리트 앞에 나타나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한다. 브륀힐데의 말을 들은 지크프리트는 훈딩과 맞서고, 브륀힐데는 지크프리트를 돕는다. 이 모습을 지켜본 보탄은 화가 나 훈딩을 돕는다. 결국 지크프리트는 죽고, 그의 검인 노퉁도 부러진다. 브륀힐데는 지클린데를 피신시키면서 그녀가 아이를 임신했다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아이의 이름을 지크문트라고 지으라고 한다. 보탄은 명령을 어긴 브륀힐데를 불길 속에 가두고 그녀에게 용감한 남자의 사랑을 받아야만 깨어날 수 있는 마법을 건다.

 지클린데는 남자 아이를 낳는다. 그녀는 아이를 낳은 후 아이의 이름을 지크문트라고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죽고 만다. 아이는 알베리히의 동생인 미메의 손에서 자란다. 미메는 형인 알베리히의 학대를 못 이기고 숲속으로 나와 살고 있다. 그는 뛰어난 대장장이다. 그런데 그런 미메조차 부러진 노퉁을 고치지 못했다. 그가 노퉁을 고치고자 하는 이유는 반지와 관련되어 있다. 반지를 가지고 있는 파프너가 뱀으로 변신해 그것을 지키고 있는데, 자신이 노퉁을 고쳐 지크문트에게 주고 그가 그 검으로 파프너를 죽이면, 그때 본인이 나서 반지를 가지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그가 못 고친 노퉁은 지크문트의 손에 의해 완성된다. 지크문트는 노퉁을 들고 파프너에게 가 그를 쓰러뜨리고 반지와 투구인 타른헬름을 얻는다. 이후 지크문트는 브륀힐데를 찾아 떠난다.

 브륀힐데가 잠들어 있는 곳에 도착한 지크문트는 불길을 뚫고 들어가 그녀를 깨운다. 그리고 그녀와 사랑을 나눈다. 그는 사랑의 증표로 자신의 반지를 브륀힐데에게 준다. 반지를 낀 브륀힐데를 뒤로 하고 지크문트는 다시 여행을 떠난다.

 부르쿤트는 라인 강변에 위치한 강대국이다. 그곳의 영주는 기비히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은 군터다. 군터의 주변에는 친여동생인 구트루네와 아버지가 다른 형제인 하겐이 있다. 어느 날, 하겐은 군터에게 브륀힐데를 배필로 삼으라고 말하면서 구트루네에게는 지크문트를 남편으로 맞으라고 충고한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지크문트가 부르쿤트에 도착한다. 군터, 구트루네, 하겐은 지크문트를 정중히 맞이한다. 넷은 만찬을 즐긴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때, 구트루네가 지크문트에게 술을 권한다. 지크문트는 그 술을 마셨다. 그러자 그는 브륀힐데와의 사랑을 잊고 구트루네에게 반하고 만다. 그러면서 군터와 브륀힐데를 이어주겠다면서 브륀힐데에게 간다. 지크문트는 타른헬름을 쓰고 군터로 변장해 브륀힐데의 반지를 빼앗고 그녀를 군터의 성으로 데리고 온다.

 군터의 성으로 끌려온 브륀힐데는 지크문트를 발견한다. 그녀는 그를 비난한다. 하지만 지크문트는 이미 그녀를 잊었다. 이때 하겐이 나선다. 하겐은 지크문트와 브륀힐데에게 자신의 창에 대고 약속을 하라고 한다. 지크문트는 만약 자신이 브륀힐데와 사랑을 나눈 일이 있다면 하겐의 창에 찔려 죽겠다고 한다. 며칠 후, 군터와 브륀힐데, 지크문트와 구트루네는 결혼식을 올린다.

 두 쌍의 커플이 탄생한 후 하겐은 군터에게 사냥을 하면서 지크문트를 죽이고 그의 반지를 뺏자고 제안한다. 군터는 이를 받아들인다. 사실 하겐은 알베리히의 아들로, 자신이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상황을 지금까지 끌고 왔다. 드디어 사냥이 시작됐다. 군터는 가장 큰 사냥감을 잡아온 자에게 황금 술잔을 주겠다고 한다. 지크문트는 상을 타기 위해 산 깊숙이 들어가 곰을 쫓는다. 그가 곰을 쫓을 때 라인 처녀들이 등장한다. 그녀들은 지크문트에게 반지를 돌려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면서 만약 그가 자신들에게 반지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오늘 내에 죽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크문트는 라인 처녀들의 말을 무시한다. 결국 곰을 잡지 못한 지크문트는 일행들과 합류해 술을 마신다. 그는 술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하겐은 때를 기다렸다가 지크문트에게 약초즙을 탄 술을 권한다. 술을 마신 지크문트는 브륀힐데와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이 말을 들은 하겐은 지크문트를 공격해 죽인다.

 지크문트의 시신이 성으로 돌아왔다. 구트루네는 오열하면서 하겐을 의심한다. 하겐은 오히려 큰소리를 치면서 반지를 요구한다. 이어서 그는 군터를 죽인다. 군터까지 죽인 하겐은 지크문트의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빼려 한다. 그때 브륀힐데가 나타나 자신이 반지를 가져간다. 반지를 가진 브륀힐데는 라인의 처녀들을 소환한다. 순식간에 성은 물바다가 된다. 하겐이 물바다 속에서 반지를 찾으려고 애를 섰지만, 결국 반지는 라인 처녀들에게 되돌아간다. 브륀힐데는 지크문트의 몸을 태우는 불길로 몸을 던진다. 물이 빠진 성은 폐허가 되었다. 초토화된 성에서 불길이 치솟아 발할성을 태워버린다.

 니벨룽의 반지는 그것을 거쳐간 이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고 갔다. 반지가 주인들에게 비극을 실어다 준 꼴이다. 반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남은 것은 모두의 고통뿐이었다. 어찌보면 반지가 몰고 온 파멸은 반지를 탐하며 서로를 공격하던 그들의 탐욕이 빚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정리하자면 <<니벨룽의 반지>>에 등장한 인물들은 절대 반지를 향한 탐욕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분열하고 싸웠다. 이것이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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