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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하라 하루미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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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 정도면 뚝딱 읽어낼 만한 소소한 책에 바라는건 크지 않다. 머리와 마음을 적당히 식히고 주변을 환기하는 것 정도.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내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줬다. 평범한 일상 블로그들처럼 담백하고 소박한 글과 사진들도 그렇고, 책의 아기자기한 구성도 맘에 들었다. 이 책을 눈여겨 보게 된 건 책의 저자 구리하라 하루미가 일본의 마사 스튜어트라는 소개문구 때문이였다. 평소 스스로 살림하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남의 살림 얘기를 읽는건 좋아하니까 읽어봐야지 싶었다. 일본의 마사 스튜어트라면 미국의 그녀처럼 곱게 나이를 먹고 있는 중년 여성이 이쁘고 아기자기하게 살림하는 사진과 이야기들이 실려 있겠지 지레짐작하며 책의 표지를 넘겼다. 그런데 이게 왠걸. 중년 여성이 아니라 60대의 할머니에 가까운 나이를 지닌 여성이 튀어나왔다.

 

책 속의 사진과(얼굴은 거의 찍지 않고 효과적으로 이미지만 살린 사진이지만) 실린 이야기로는 아무리 많이 봐도 50대 중반정도의 여성일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청바지에 간편한 줄무늬 티를 입고 짧게 친 커트머리로 이리저리 궁리하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60살 넘은 할머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나보다 나이가 2배나 많음에도 나보다 훨씬 더 밝고 긍정적인 그녀의 모습에서 그녀의 실제 나이를 느끼기란 불가능했다. 덕분에 나도 좋은 자극도 많이 받았다. 60이 넘은 나이에도 지금에도 현실에 완주하지 않고 좀더 맛있는 요리를 연구하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며 늦은 나이에 시작한 영어공부에도 열심히인 그녀의 모습은 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완독 후 매일매일 즐거운 일이 가득이란 책 제목을 매일매일 빛나는 일이 가득이란 제목으로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구리하라 하루미가 너무나 빛나 보여서가 아닐까. 구리하라 하루미에 대해서 고작 책 한권으로 밖에 접하지 못한 나조차 이러니 오랜 세월동안 그녀를 봐온 일본 주부들이 그녀에게 열광하는것은 당연한 일 같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이효재씨 같은 느낌이려나. 다만 저자가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 기성세대다 보니, 전통적인 가치관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점들이 약간 답답하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런 모습들이 우리를 먹이고 입히고 키워낸 어머니의 모습이겠지. 나도 우리 엄마처럼 그리고 구리하라 하루미처럼 열심히 매일매일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정말 위대하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 책을 읽고 나도 구리하라 하루미처럼 긍정적으로 즐겁게 다리미질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웃으며 다림질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역시 나는 살림엔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버렸다는 비극적인 사실. 역시 살림도 재능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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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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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자, 우리나라에는 네번째로 출간된 해리홀레 작품이다. 본의 아니게 작품을 역순으로 읽고 있다는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번 작품 역시 흥미진진했다. 레드브레스트에서 안타깝게 종결됐던 엘렌 살인사건이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지며 이야기 한축을 담당하는 것도 반가웠다. 비록 엘렌 사건의 해결은 여기저기 힌트들을 남긴 채 다음 작품으로 토스됐으나 오슬로 3부작이라고 일컫어지는 레드브레스트, 네메시스, 데빌스스타의 큰 줄기가 더욱 탄탄해졌다는 점은 흡족스러웠다. 해리를 갈수록 음울해지게 하거나 사건의 스케일을 키우는 것보다 오슬로 3부작처럼 노르웨이만이 가질 수 있는 차갑고 축축한 분위기를 담은 작품들이 개인적으론 더 마음에 들기 때문에 네메시스도 아주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네메시스에서 해리는 젊고 싱싱한 사람 몰골로 라켈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지만 라켈은 아들 올레그의 문제로 러시아로 떠나가 있는 상황이다. 그 사이 우리의 해리 홀레씨, 집에서 잠을 자거나 혼자 엘렌 사건을 수사하면 될 것을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예전 여자친구를 만나고 다니다 사건에 휘말려 버린다. 그리곤 죄책감에 알콜을 다시 벌컥벌컥 마셔대고, 자기가 범인이 아니라는걸 증명하기 위해 감정적으로 행동하다가 찌질한 남자하나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최근작에선 알콜중독도 모자라 마약에까지 손을 대며 주변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쳐대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충격이 컸겠거니, 앞선 시리즈들 속에 얽힌 무슨 사연이 있겠지 생각다가 막상 앞선 시리즈의 해리 홀레씨가 최근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민폐쟁이였다는걸 목도하고 나자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누가 그랬다. 니가 가는 곳이 늘 헬이면 니가 헬인거라고. 해리 홀레씨, 악당을 잡기 이전에 본인 이성부터 잡아야 하겠어요. 이 화상아.
 
결말부에 이르러 해리가 주인공이니만큼 해리가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오슬로 3부작 시리즈의 최종범인을 잡기 위한 첫발을 내딛긴 한다. 물론 엄청 고생하긴 하지만. 아마 다음편에서도 해리가 모든걸 해결하고 엘렌의 복수를 시원하게 해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알콜쟁이 의지박약 아저씨가 영 못미덥다. 이미 산송장같은 중년을 맞이한 아저씨지만 전 애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까지 잃을뻔한 했음에도 이 모든 일들의 발단인 술을 아직도 못 끊어냈다는 것에 정말 화가 났다. 이러니 최근작에서 라켈이 떠났지. 작가는 이 모든 원인이 해리 몰래 먹인 마약성분 때문이라는 면죄부를 주지만 그 면죄부 이미 해리가 호로록 말아서 마약으로 피운지 오래 아니던가. 그렇지만 엘렌을 죽인 천하의 나쁜놈이 해리한테 깐죽거리는게 밉살스러운걸 보면 역시 난 해리 편이긴 한가보다.
 
요 네스뵈는 이번 작품에서도 본인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소설 속에 박아 넣으려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보통 추리물들이 여기저기 함정을 파놓긴 하지만 요 네스뵈는 함정이라는 장식을 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할애하는 느낌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매번 재밌게 읽고 있지만 다 읽고 나면 그렇게 세세히 설명하고 설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아는걸 길바닥에서 줄줄 읇고 구구절절 설명을 하면서 다니진 않으니까. 설마 노르웨이 사람들만 그렇게 사는건 걸까? 해리 홀레 시리즈의 책 두께가 줄어들 가능성은 시리즈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지금으로썬 요원한 일이겠만 요 네스뵈가 점차 본인의 글에서 과도한 부분을 덜어내는 미덕을 갖추게 되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욱더 그가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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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 TVXQ! The 4th World Tour "Catch Me" Live Album [2CD]
동방신기 (TVXQ!) 노래 / SM 엔터테인먼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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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방신기 팬은 아닙니다. 동생이 구입했어요. 동생은 친구 선물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생은 이걸 선물로 주고 뭔 장난감 트럭같은걸 받아왔더군요. 동방신기가 붙어있는(...) 등가교환일까요? 동생이 좋아하므로 별 다섯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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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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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양국의 독서문화를 체험해본 작가가 쓴 독서문화 에세이다. 바위처럼 무겁고 강철처럼 튼튼한 학술서나 이론서가 아니라 산들바람 같이 가볍고 새소리처럼 상쾌한 산문집 한권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램대로 이 책은 간결하고 깔끔한 필체로 쓰여져 소소하게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고 중간중간 작가의 인문학적 지식과 경험으로 적당한 무게감을 유지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의 에세이되, 책에 대한 인문학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책의 제일 처음에서 떡하니 쓰여져 있는 <독자 권리 장전>이 이 책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 책을 읽을 권리.

2. 책을 읽지 않을 권리.

3.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권리.

4. 언제라도 책을 읽을수 있는 권리.

5.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권리.

6.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7. 다시 읽을 권리.

8.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9.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10. 책에 대한 검열에 저항할 권리.

11. 책의 즐거움에 탐닉할 권리.

12.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 읽을 권리.

13. 반짝 독서를 할 권리.

14. 소리내서 읽을 권리.

15. 다른 일을 하면서 책을 읽을 권리.

16. 읽은 책에 대해 말하지 않을 권리.

17. 책을 쓸 권리. 

나는 이 <독자 권리 장전>을 읽는 동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쩜 이렇게 공감되는 내용만 주르륵 적혀있는지,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엇보다 9번,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책 중에서 내 마음에 와닿은 책들은 별로 없었는데도, 주변에선 이 책은 꼭 읽어야 해, 넌 아직 이런 경험이 없어서 공감할 수 없는거야, 라는 말들로 베스트셀러들을 강요당한 경험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해리포터조차 영화 개봉 직전에서야 겨우겨우 읽었고,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읽게 된 계기도 해리포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해리포터 영화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드라마를 봤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그 책들을 읽었던 것은 오직 책과 마찬가지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라고 닥달하며 스포일러를 흘려댈 사람들 때문이였다. 그러고 보면 영화나 드라마에도 시청자 권리 장전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프랑스의 서점들은 각 서점들이 추구하는 전문분야가 있다는 것이였다. 문학, 철학, 건축, 음악 등등. 그래서 서점 주인이 단순한 상인에서 벗어나 단골들과 책으로 친밀한 교류를 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게 참 마음에 들고 부러웠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규모 향토서점들은 이미 대부분 문을 닫아버렸고, 그나마 남아 있는 대규모 서점들도 힘들다며 매장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니 더 비교돼 보였다. 프랑스 서점들 역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하지만 독자들과 그렇게 끈끈한 애정을 유지할 수 있는 개성적인 서점들이 존재하니 최소한 우리네보다는 이 상황을 돌파하는게 한결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한 도시에 경우 도서관을 확충했더니 서점의 도서판매율이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나조차도 도서관에서 재미있게 본 책은 직접 구입해서 소장하는 쪽인데, 도서관 때문에 책 판매율이 떨어진다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 때문에 한동안 고개를 갸우뚱 했었던 기억이 있다. 역시 그렇지 않았구나, 해답을 찾은 기분이였다. 우리나라도 예시로 든 일본의 도시처럼 십분만 걸으면 도서관에 갈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 그나마 밤늦게까지 도서관이 문을 여는 등, 우리나라 도서관 문화가 점점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다행이긴 하다. 이렇게 차츰 발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어느 도시에서든 걸어서 십분안에 도서관에 닿게 되지 않겠을까.

 

이 책의 아쉬운 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처음의 담백하고 상쾌한 필치가 개인적인 경험담으로 쏠리면서 살짝 무겁고 눅눅해져버린다는 것과 저자가 부르주아 출신의 지식인이다보니 책 내용이 전반적으로 너무 낭만적이고 완벽한 상황의 독서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간만에 만족할만한 한국작가의 문장들을 읽을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초반의 필체가 워낙 내 취향이라 후반부에 유독 아쉬움이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독서에 관련된 사진들도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였다. 그 사진들 때문이라도 당분간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면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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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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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 이야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 중에 하나다. 그래서 이 책을 출간될때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걸 보며 어머, 이 책은 반드시 읽어봐야 해! 라고 결심했다. 하지만 표지를 살펴보던 중, 표지의 제일 윗부분, 사람으로 치자면 이마 정도의 위치에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떡하니 쓰여있는 것을 발견해버리곤 꼭 읽어보리라던 내 결심이 우르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뭔가 요상한 자연주의자들이 쓴 책인 것 같기도 하고, 오글거리는 이웃간의 일화들만 잔뜩 들어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하필 표지의 저 문구를 발견하고 바로 읽은 리뷰가 하느님 어쩌고 하는 기독교 사상 폴폴나는 내용이라 진동은 두배로 빨라져 버렸다. 

 

진정 네 것이라면 너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what's fer ye'l no gang by ye.) 라는 이 책 속에 쓰인 스코틀랜드 속담처럼 결국 나는 우연이 겹쳐 이 책을 읽게 됐고, 부제 때문에 읽지 않았다면 좋은 책을 읽는 커다란 즐거움 하나를 놓쳐버렸을 거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다음번에 재판이 된다면 부제는 표지에서 깨끗하게 지우고 띠지정도로 넣어주면 좋겠다. 저 문구 때문에 책을 손에 들었다가 미간에 지렁이를 그리고 놓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분명히 있을테니까. 번역도 좋고, 책의 편집도 좋은데 부제를 표지에 아로새겨 놓아 책의 정체성을 의심받게 만든것은 정말 좋지 않은 선택이였다고 본다.

 

어이없고도 재밌고도 분한건 이 책의 주 내용이 내가 지금까지 열번을 토한 내 선입견과 부제의 절묘한 결합이라는 것이다. 자연주의자면서 독실한 기독교도인 저자와 저자의 남편이 빅스톤 갭이라는 고장에 작은 헌책방을 열면서 겪은 이웃들과의 일화와 책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니까. 그래서 이 책은 수필이기도 하고 사업체 운영에 대한 경영서이기도 하고 공동체 생활에 대한 지침서이기도 하고 사회의 부조리함을 꼬집는 비판서이기도 하다. 책의 분류는 둘재치고 소재들로만 따져보자면 내가 꺼리는 내용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저자 웬디 웰치의 유머러스하면서 담백한 필체로 쓰여진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소박하지만 정다운 마음을 읽노라니 모든걸 초탈하게 됐다. 무엇보다 그녀가 책방을 차릴 결심을 하기까지에 과정과 외부인에 대해 경계하며 선을 긋는 작은 마을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기 위한 노력, 그리고 한국도서 시장과 크게 다를바 없는 미국의 도서시장 얘기까지, 모든 이야기가 현재 우리 주변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게 상당히 흥미로웠고 저절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 10년전만 하더라도 미국이란 나라가 대한민국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나라이자 선진국이란 이미지가 있었다. 그때는 미국의 문화를 다룬 책들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재밌던지. 지금에 와선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하는 깨달음 같은걸 얻었지만 내가 10년전보다 머리가 굵어져선지 인터넷이 발달해서 그런건지, 해외여행이라는게 보편화되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 모든게 다 합쳐진 결과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사람사는 곳은 미국이던 우리나라건 다 똑같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 참 좋았다. 공감을 할 수 있다는건 책의 내용을 보다 깊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든든한 동료가 생긴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니까. 모든걸 떠나서 같은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공통된 취향에 대해 늘어놓기만 해도 저절로 서로가 이해되고 즐거워지는 법이다.

 

일본작가들은 에세이집 같은 형식의 글들을 1-2년에 한번씩은 출판하던데, 이 책의 저자 웬디 웰치의 책도 그런식으로라도 더 많이 출판되고 접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이며 중립적인 가치관을 지닌 사람의 글을 만나는건 쉽지 않은 일이므로. 웬디 웰치의 의지가 선행 되어야 하겠지만 이 책 한권으로 그녀의 책과 이야기가 끝나게 되지 않길 바래본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책을 완독하고 빅스톤캡의 실제 사진들을 우연히, 정말 아주 우연히 보게 됐는데, 그 순간 <실제 사진을 보고 났더니 환상이 깨져버린 느낌을 받았어요>란 이 책의 어느 리뷰가 머릿속을 흝고 지나갔다는 것이다. 다시한번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것을 절감했달까. 그래서 이 책이 더 가깝고 정겹게 느껴졌으니 깨진 환상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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