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 퇴사가 아닌 출근을 선택한 당신을 위한 노동권태기 극복 에세이
이하루 지음 / 홍익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퇴사가 아닌 출근을 선택한 당신을 위한 노동권태기 극복 에세이

P47 열심히 살면, 열심히만 살면, 외로워진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사람들이 있고, 불경기에도 일이 있고, 퇴근 후에는 돌아갈 집과 가족이 있지만, 외롭다 애써 힘을 내야 하는 월요일은 괜히 더 외롭다 그래서 용기가 가장 필요한 요일이 아닐까 싶다 일과 삶 사이에 선을 그을 용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할 용기, 스스로 힘을 낼 용기, 열심히 살면서도 외로워지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

P87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그렇지만 돈이 있으면 불행할 확률이 줄어든다 이것이 내가 소비를 손실로 느낀 이유다 돈 때문에 삶이 불행해질지도 모를 위기를 느꼈으니까

P99 바야흐로 퇴사를 권하는 시대다
그러나 이럴수록 퇴사를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 어디에도 비빌 언덕이 없는 청춘에게 즉흥적인 퇴사는 오히려 독이 된다 회사란 현실이 지옥이라면, 회사 밖은 지옥 불이다 고로 감정적인 퇴사가 아닌 계산적인 퇴사가 필요하다

P191 감정은 반응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분노하고 화난 표정을 짓게 되는 것은 내 감정에 대한 반응이다 그리고 나의 감정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에 대한 결정권도 나에게 있다 그 감정이 부정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한데 어릴 적부터 부정적인 감정은 참고 감추는 것이 어른이고 프로라 배웠다 상황에 따라 어떤 반응을 내비칠지 선택할 생각 따위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감정을 분리하는 것과 참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나를 힘들게 하는 회사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퇴근 후에 끊어내고 내 일상에 집중하는 것은, 감정을 분리하는 일이다

퇴사가 아닌 출근을 선택한 한 직장인의 월요병을 극복기,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니던 시절은 가고 매주 로또를 꿈꾸며 버티는 시대 직장인이라면 백배 공감할 이야기로 직장 생활 경험담과 퇴사하는 방법만으로 유용한 정보까지 많아 좋다했는데 부록으로 로또 1등 되는 법을 시작으로 1등 당첨된 후 행동강령까지. 진짜 이러다 1등되면 어떻하지? 나는 로또 1등을 소원하지만 로또를 사지는 않는다 당첨 확률이 가장 높다는 토요일 로또를 사볼까

월요일은 기어코 온다 그러나 주말도 기어코 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름 없는 애인에게
현상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때론 당신 생각에 울음마저
사리물고 싶은 밤이 있습니다

P30 그 밤, 이 마음을 먹구름으로 가리던 건 그리움이었을까 아니 그리움이 아니라 대기 불안정이었지 그 우울한 기상 현상 아래서 걸어오길 바란 것 또한 이별의 동기가 아니었어 따뜻한 위로도 아니었어
그러니 나와 함께 술을 마시고 온종일 휘청거려 줘 더 가까울 수 없을 만큼만 얼굴을 들이밀고 진실을 알아 차릴 때까지 거짓말을 해줘 눈물을 죄 쏟아낼 때까지 슬픈 노래를 불러줘 내가 이별을 배울 때까지만 내 곁에 앉아 이별을 가르쳐줘

P114 저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능소화 같던 당신을 떠올리며 알뜰하게 미소 짓기도 한답니다 설상가상으로 하루의 말미에 마시는 맥주 한 모금에서도 당신과의 약속을 떠올리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부디 걱정하지 마세요 눅신눅신한 밤하늘을 괄호 삼아 제 마음을 가둬둘 테니까요 쿨쿨 잠드신 당신 곁을 공연히 서성이며 이별은 여전히 역겹다고 말할게요 햇살이 살갗에 무늬를 새기듯 제게 내리쬐어 주세요 남은 계절에도 새 살이 돋을 기미가 보이지 않도록 날마다.

(소리 내어 읽어주세요)
당신은 잘 지내고 있다고
이토록 유치한 수작 앞에서 예쁜 그 얼굴을 붉혀주세요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말, 그 말들이 모여 편지가 되고 작품이 되어 사색집으로 나왔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아날로그 감성으로 건조하고 메마른 일상에 그리운 사람에, 추억에 빠져들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신과 박티팔 씨의 엉뚱하지만 도움이 되는 인간 관찰의 기술
박티팔 지음 / 웨일북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이 복잡한 세상에서 정면 승부 따위는 필요 없다!
임상 심리사가 자기 딴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비법

필명 '티팔'은 사회성이 부족하고 독특한 정신 세계를 지닌 사람을 일컫는 '스키조티팔 퍼스널리티 디스오더(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 정신 분열형 성격 장애)'에서 따온 정신과 은어다 사람을 귀찮아 하고 관계를 피곤하게 여기는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이 생각하는 주제 역시 관계다
타인과의 의미 있는 관계 맺기를 일부러 의식하는 데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P73 그녀의 존재 가치에 대해 뭔가 논리적으로 말하고 싶었는데 내겐 그런 걸 설명할 언변이 없었다 그걸 설명하기 시작하면 와닿지 않는 허튼소리나 지껄일 게 뻔했다 '태어났더니 그냥 가치가 있더라'를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까

P190 예전에 한 다큐멘터리에서 하늘에 뜬 하얀 비행 물체를 목격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봤다 자신이 UFO를 봤다고 주장해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자 남자는 UFO를 따라 전 세계를 누비며 평생 동안 연구에 몰두해 반미치광이가 됐다 UFO를 봤다고 해서 그걸 너무 깊이 생각하고 따라다니면 그 남자처럼 미치는 거다 그냥 UFO는 UFO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면 된다 살면서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상황을 모두 다 이해하고 소화할 필요는 없다

책 표지만 보고도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작가 소개 보고 또 빵터지고,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소설도 아닌데 스포하면 안될 것 같고 시트콤 한 편 본 듯한 느낌
코로나19로 집에서 미쳐버릴 것 같은 사람들이 많을텐데 읽는 동안만이라도 처방전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리커버 및 새 번역판) - 유동하는 현대 세계에서 보내는 44통의 편지 지그문트 바우만 셀렉션 시리즈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오윤성 옮김 / 동녘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동하는 현대 세계에서 보내는 44통의 편지

폴란드의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는 한 신비로운 인물을 상상해냈다 한편으로는 자유의 전권공사, 자유의 대변인, 자유의 대리인이요, 다른 한편으로는 지상에서 자유를 다스리는 총독이나 부섭정, 그 둘이 뒤섞인 혹은 합쳐진 인물이다 미츠키에비치 시의 작중인물은 저 심오한 존재가 곧 도착할 것을 공표/예감하면서 그를 이렇게 소개한다 "그의 이름은 44"

아담 미츠키에비치 덕분에 44라는 숫자가 자유의 힘과 자유를 향한 희망, 자유의 도래를 상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숫자는 이제 보게 될 서한들의 주된 모티프를 간접적으로나마, 그 비밀을 아는 자에게만이라도 암시한다 자유라는 유령은 다양한 주제로 쓰인 이 마흔네 통의 편지 어디에나 나타난다 설령 유령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본성에 따라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어디에나

P156 성공의 열쇠는 '나다움'이지 '다른 모두와 같음'이 아니다 가장 잘 팔리는 특질은 동일함이 아닌 차이이다 해당 업무에 필요한 종류의 지식과 기술, 또는 이미 다른 사람이 그 일을 적용했거나 현재 적용하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아니, 오히려 불리할 지도 모른다 오늘날 노동다에게 요구되는 것은 '다른 어떤' 아이디어와도 다른 특별한 아이디어, 그 누구도 아직 제안한 적 없는 비범한 기획, 그리고 무엇고다 고양이처럼 고독하게 제 갈 길만 가는 성벽이다
유동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탐내는 지식은 바로 이런 종류의 지식(이라기보다도 영감)이다

과거의 교육의 여러 형식으로 이루어졌고, 환경이 달라질 때는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전략을 설계하면서 적응해나갔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작금의 변화는 과거의 변화와 전혀 다르다 교육자들은 인간 역사의 어떤 전환점에서도 이번만큼 어려운 고비와 도전에 직면한 적이 없다 정말이지, 우리는 이런 상황을 처음 겪고 있다 우리는 정보로 과포화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기술을 아직 배우지 못했다 하물며 그보다 더 더욱 어렵고 역부족인 기술, 즉 앞으로 그런 삶을 살아가도록 인간을 가르치는 기술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2주에 한 번씩 독자에게 '유동하는 현대 세계에서 보내는 편지'를 써달라는 <라 레푸블리카 델레 돈네> 편집진의 요청에 따라 2008~2009년에 쓴 편지를 모아 편집하고 보충해 출간했다
바우만 특유의 현학적인 언어로 어렵다는 평이 많았는데 대중적인 언어로 유동하는 현대인들의 걱정, 관계, 불안, 공포를 이야기하며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SNS, 정치, 사회, 문화, 교육, 건강과 불평등 등 사회의 모든 문제점을 다루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P21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은 고독의 기회를 놓친다 사람이 생각을 '그러모아' 숙고하고 반성하고 창조하는 능력, 그 마지막 단계에서 타인과의 대화에 의미와 본질을 부여하는 능력에 바탕이 되는 숭고한 조건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고독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버렸고 무엇을 놓쳤는지조차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란히 앉아 말없이 차 한잔을 함께할 누군가가 필요할 때
<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이 전하는 고요한 위로의 이야기

P78 우중충한 날이었다 다람쥐는 안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망설여졌다 문 옆에 떨어진 자작나무 껍질을 집어 들고 생각 없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친애하는"까지 쓰자 막혀버렸다 친애하는 누구?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친애하는,
나도 언젠가는 하고 싶은데...

<고슴도치의 소원>, <코끼리의 마음>으로 전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던 톤 텔레헨의 신작으로 이번 책은 주인공은 작고 귀여운 다람쥐이다 원서에는 없는 다수의 일러스트까지 수록되어 더욱 사랑스럽다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