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애인에게
현상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때론 당신 생각에 울음마저
사리물고 싶은 밤이 있습니다

P30 그 밤, 이 마음을 먹구름으로 가리던 건 그리움이었을까 아니 그리움이 아니라 대기 불안정이었지 그 우울한 기상 현상 아래서 걸어오길 바란 것 또한 이별의 동기가 아니었어 따뜻한 위로도 아니었어
그러니 나와 함께 술을 마시고 온종일 휘청거려 줘 더 가까울 수 없을 만큼만 얼굴을 들이밀고 진실을 알아 차릴 때까지 거짓말을 해줘 눈물을 죄 쏟아낼 때까지 슬픈 노래를 불러줘 내가 이별을 배울 때까지만 내 곁에 앉아 이별을 가르쳐줘

P114 저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능소화 같던 당신을 떠올리며 알뜰하게 미소 짓기도 한답니다 설상가상으로 하루의 말미에 마시는 맥주 한 모금에서도 당신과의 약속을 떠올리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부디 걱정하지 마세요 눅신눅신한 밤하늘을 괄호 삼아 제 마음을 가둬둘 테니까요 쿨쿨 잠드신 당신 곁을 공연히 서성이며 이별은 여전히 역겹다고 말할게요 햇살이 살갗에 무늬를 새기듯 제게 내리쬐어 주세요 남은 계절에도 새 살이 돋을 기미가 보이지 않도록 날마다.

(소리 내어 읽어주세요)
당신은 잘 지내고 있다고
이토록 유치한 수작 앞에서 예쁜 그 얼굴을 붉혀주세요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말, 그 말들이 모여 편지가 되고 작품이 되어 사색집으로 나왔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아날로그 감성으로 건조하고 메마른 일상에 그리운 사람에, 추억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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