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리커버 및 새 번역판) - 유동하는 현대 세계에서 보내는 44통의 편지 지그문트 바우만 셀렉션 시리즈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오윤성 옮김 / 동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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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하는 현대 세계에서 보내는 44통의 편지

폴란드의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는 한 신비로운 인물을 상상해냈다 한편으로는 자유의 전권공사, 자유의 대변인, 자유의 대리인이요, 다른 한편으로는 지상에서 자유를 다스리는 총독이나 부섭정, 그 둘이 뒤섞인 혹은 합쳐진 인물이다 미츠키에비치 시의 작중인물은 저 심오한 존재가 곧 도착할 것을 공표/예감하면서 그를 이렇게 소개한다 "그의 이름은 44"

아담 미츠키에비치 덕분에 44라는 숫자가 자유의 힘과 자유를 향한 희망, 자유의 도래를 상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숫자는 이제 보게 될 서한들의 주된 모티프를 간접적으로나마, 그 비밀을 아는 자에게만이라도 암시한다 자유라는 유령은 다양한 주제로 쓰인 이 마흔네 통의 편지 어디에나 나타난다 설령 유령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본성에 따라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어디에나

P156 성공의 열쇠는 '나다움'이지 '다른 모두와 같음'이 아니다 가장 잘 팔리는 특질은 동일함이 아닌 차이이다 해당 업무에 필요한 종류의 지식과 기술, 또는 이미 다른 사람이 그 일을 적용했거나 현재 적용하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아니, 오히려 불리할 지도 모른다 오늘날 노동다에게 요구되는 것은 '다른 어떤' 아이디어와도 다른 특별한 아이디어, 그 누구도 아직 제안한 적 없는 비범한 기획, 그리고 무엇고다 고양이처럼 고독하게 제 갈 길만 가는 성벽이다
유동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탐내는 지식은 바로 이런 종류의 지식(이라기보다도 영감)이다

과거의 교육의 여러 형식으로 이루어졌고, 환경이 달라질 때는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전략을 설계하면서 적응해나갔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작금의 변화는 과거의 변화와 전혀 다르다 교육자들은 인간 역사의 어떤 전환점에서도 이번만큼 어려운 고비와 도전에 직면한 적이 없다 정말이지, 우리는 이런 상황을 처음 겪고 있다 우리는 정보로 과포화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기술을 아직 배우지 못했다 하물며 그보다 더 더욱 어렵고 역부족인 기술, 즉 앞으로 그런 삶을 살아가도록 인간을 가르치는 기술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2주에 한 번씩 독자에게 '유동하는 현대 세계에서 보내는 편지'를 써달라는 <라 레푸블리카 델레 돈네> 편집진의 요청에 따라 2008~2009년에 쓴 편지를 모아 편집하고 보충해 출간했다
바우만 특유의 현학적인 언어로 어렵다는 평이 많았는데 대중적인 언어로 유동하는 현대인들의 걱정, 관계, 불안, 공포를 이야기하며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SNS, 정치, 사회, 문화, 교육, 건강과 불평등 등 사회의 모든 문제점을 다루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P21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은 고독의 기회를 놓친다 사람이 생각을 '그러모아' 숙고하고 반성하고 창조하는 능력, 그 마지막 단계에서 타인과의 대화에 의미와 본질을 부여하는 능력에 바탕이 되는 숭고한 조건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고독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버렸고 무엇을 놓쳤는지조차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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