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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출판 - 북페뎀 09
강주헌 외 21명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2월
평점 :
사람이 살아오면서, 또 앞으로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하는 행위가 바로 기록을 남기는 일이 될 것입니다. 컴퓨터 디스크나 CD와 같이 digital형태의 기록이 생긴 것처럼 기록의 형태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약간씩 달리 할 수도 있겠지만 글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생성되는 기록은 계속 존속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기록의 주된 목적 중에 하나가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달하는 것이 될 수 있겠지요. 이런 기록은 반드시 공통적으로 인식이 가능한 기호가 만들어져야 하는 가능 할 것인데 우리가 태어나서 배우고 익혀온 문자, 글자라는 것이 바로 이렇게 공통적으로 인식 가능한 효력을 발휘합니다.
우리의 문자를 이용해서 우리들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가기도 하고, 설명을 덧붙이면서 의사소통을 해 나가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글이 아닌 말로서 의사소통도 나눌 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입니다.
글을 통한 기록이 벽화에 남겨지고, 양피지에 새겨지고, 종이를 통해 출판의 형식으로 계속 변화하면서 진화했다고 한다면, 말을 통한 기록은 근세에 녹음이라는 기술의 절정으로 가능하게 되었지요. 카세트 테이프가 그러했고, CD가 그러했으며, mp3와 같은 형태로 녹음 기술도 계속 발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글과 말에 사진이나 화상까지도 이제는 기록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VTR이 그러했고, DVD나 기타의 digital 기록 포맷이 그러합니다.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말로 나누는 근거리 대화가 있었고, 조금 멀리 떨어진 이에게는 글로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가까이 있으나 멀리 있으나 전화나 컴퓨터같은 기술적인 도구를 사용하면 말, 글 또는 영상을 통한 직접적인 대화가 가능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고전적이면서도 결코 우리들에게 빠지지 않는 소중한 도구가 있습니다.
지혜를 전달하고, 배움을 줄 수 있고, 감정을 나눌 수 있으며 아날로그에서 디지탈세상으로 바뀐만큼 급변한 세상에서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 책이라는 도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어떠한 것이든 글을 통해서 만들어진 책은 어떤 것이든 창작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직접적으로 생각하고 만들어내 책을 쓴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책을 재가공하여 새로운 책으로 태어나게 하는 번역이라는 것도 창작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할 지라도, 의미를 파악할 수 없도록 인식 가능하지 않은 상태라면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될 뿐더러 어떤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번역이라는 것은 소수에게만 의미가 있던 것을 대다수가 의미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어마어마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결코 창작활동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번역출판"은 번역에 관하여 많은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북페뎀의 계간지 '번역출판' 네권에서 글들을 간추리고 일부는 더해서 이 책을 발간하였다고 합니다. 모든 내용이 번역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책을 펴내고자 하는 이에게 또 책을 번역하여 출판해 보려는 꿈을 가진 이에게 다가 설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자신만의 책을 직접 저술하겠다고 하는 이에게도 좋은 지침이 될 만한 책이라고 보입니다. '번역이란 무엇이고, 현재 번역이 가진 문제점이 무엇이며,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번역이 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의 구성에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20명의 소주제 글들과 인터뷰글 3개, 그리고 머리말로 구성되어 번역이라는 단 하나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고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번역의 의미
2.번역출판의 현재
3.번역가의 출판기획 경험기
4.번역, 나는 이렇게 한다
5.번역과 나의 인생
어쩌면 어떤 이에게는 이 책이 번역가의 길을 걷는 이들의 이야기 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읽거나 접하는 책들중에 대 다수는 이들과 같이 고뇌와 노력, 정성과 열정에 의해서 만들어진 번역서적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결코 남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 봅니다.
가끔 책을 읽으면서 '왜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고 겉돌기만 할까?'하는 경험을 한 적도 있었고,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단어의 음 표기를 한글로 하고 조사를 붙이기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문장도 가끔이지만 보았으며, 또 '이나라에도 이런 말이 있나 보구나!'하며 신기해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역이라는 생각은 제대로 못해봤습니다. 원서를 같이 비교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정도의 실력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때로는 불평도 하였지만 때로는 감탄과 감사, 고마움도 느껴왔는데, 이제는 번역과 번역자에 관하여 조금 더 이해라는 말을 덧붙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많은 정보가 번역자들의 손을 통해 여러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동시에 조금 더 많은 책임감을 지우려고 합니다. 번역의 책임은 교육자의 책임이 아닐까요. 책으로 온 국민을 교육하기 때문입니다.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하고, 더욱 폭넓은 자세로 깊은 독서와 공부가 필요함을 느껴봅니다.
이 책 속에서 안진환님의 글 "경제경영서 번역의 주의사항과 방법론"중에서 번역가의 자세에 대한 일반론(pp.180-181)항목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덟개의 숙지항목은 번역출판과 관계없이 일상에서도 받아들이고 싶어 기억하려 합니다.
첫째, 자료조사에 충실해야 한다.
둘째, 확인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논리가 맞지않는 부분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넷째, 번역물에 대한 사전 검토를 충분히 해야 한다.
다섯째, 무리한 일정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
여섯째, 자신이 번역한 글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일곱째, 자체 교정 작업을 거친 후 납품해야 한다
여덟째, 늘 연구하는 자세를 유지하며 규칙적으로 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