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 상상초과
청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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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스 글로벌 콘텐츠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작, 『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를 받았습니다. 상상력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영어덜트 소설 브랜드 유영:YOUng의 첫 번째 작품인데요. 유영은 아이와 어른 사이, 경계에 선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들을 앞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해요.

『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는 제목에 한 번 놀라고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 소설입니다. 대관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초능력이 생기면 아빠부터 없앨 마음을 먹은 걸까요?


평온한 집에서 쉴 수 있다면 땀이 흐를 때까지 뛰는 것쯤이야 아무렇지 않은 여고생이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아버지의 잦은 폭력에 시달려 온 그녀는 아빠에 대한 미움과 자신을 끝내 지켜주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듯 살아갑니다. 단짝 친구 시온과 친자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기도 하고 외동으로 자란 자신의 마음을 함께 나눌 동생이 있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결국 마주하는 건 변하지 않는 현실이지요.


그날도 어김없이 아빠의 폭력이 빚어낸 멍을 가리기 위해 고양이인지 호랑이인지 모를 우스꽝스러운 자수가 놓인 카디건을 사게 됩니다. 심적 고통과 육체적 아픔을 견디며 독감약 중에서 따로 빼서 모아 두었던, 잠 오는 성분의 약을 물도 없이 오도독 소리를 내며 씹어 삼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가만히, 조용히, 잠들고 싶었던 게지요. 그리고 그날 밤 꿈에서 백호신을 만납니다.

언제나 불행하게 살아온 아이에게 세상은 불공평하지. 그렇기에 너에게 능력을 주려 한다. 나의 능력으로 너는 여태껏 겪어본 적 없는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이제 모든 변화가 너에게 달려 있다.

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_P.37

백호신이 주는 모든 능력은 그 능력을 받을 아이들이 가진 불행에서 비롯됩니다. 주인공은 어떤 능력을 받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그 능력으로 그녀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가정에서도 좀처럼 마음 편히 쉴 수 없는데 학교라도 쉴 곳이 되어주면 좋으련만, 학교에서도 괴롭히는 이들은 있게 마련이지요. 아버지가 던진 그릇에 이마를 맞아 상처를 가리기 위해 앞머리를 늘어뜨렸을 때도, 멍을 가리기 위해 카디건을 걸친 날도 그냥 곱게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더이상 참고 있지만은 않아요. 아버지에게도, 괴롭히는 무리들에게도, 단짝 시온을 무시하는 수학선생님에게도 능력을 발휘합니다.

백호신으로부터 받은 그 능력을 사용하면서 그녀는 이름이 아닌 메두사, 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돼요. 그리고 백호신에 대한 이야기를 찾으러 간 학교 도서관에서 미향을 만납니다. 능력자는 능력자를 알아보는 법, 미향은 그녀에게 능력자들이 모인 써클이 있다는 얘기를 해 줘요. 그리고 그 모임의 리더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가진 고통에서 출발한 그 능력은 각양각색, 천차만별이었지요. 염력, 순간 이동, 불, 물, 온갖 능력자가 난무하는 가운데 그들이 진정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요? 리더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백호신은 두 가지의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능력을 유지하면서 여전히 불행할지, 능력을 서서히 없애면서 행복해질지. 아이러니한 그 상황에서 주인공은 과연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을런지요.

능력이 생겨난 걸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순 없지만 여전히 곁에 있는 시온과 능력을 함부로 쓰지 않기를 바라는 미향, 그리고 주인공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서 모두가 불행해지기를 원하는 리더 사이에서 그녀는 갈팡질팡하지만 이내 중심을 잡습니다. 미향과의 끈끈한 우정을 통해 백호신이 말한 행복해지는 길을 조금쯤 알아차리게 되지요. 미향을 돕고자 하는 마음, 모든 능력자들이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그 마음으로 주인공은 조금씩 백호신이 바라는 행복해지는 법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 살기가 점점 빡빡해지고, 자기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것이 화두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 시대에 딱 맞는 판타지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물 한 살, 작가가 지역 청소년센터에서 멘토링을 할 때 만난 한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고 해요. '저도 언젠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 때 미처 전하지 못한 위로의 말과, 확신이 없었기에 할 수 없었던 말을 긴 이야기로 답을 전한다는 작가의 말에 마음이 뭉클해졌어요.

어디에 있든 행복하길 바랍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_P.25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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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조급하고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마음 처방전, 100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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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하나 둔감한 마음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스트레스조차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둔감함의 힘

마음은 둔감하게, 혈액순환은 시원하게

조금 둔감하게 살아도 괜찮아

다섯 어디서든 잘 자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여섯 누가 뭐래도 나를 사랑하는 게 먼저다

일곱 둔감한 몸에는 질병조차 찾아오지 않는다

여덟 결혼 생활에는 정답이 없다

아홉 암에 대처하는 둔감한 사람들의 현명한 자세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강하고 둔감하다

열하나 세상의 모든 엄마는 여자다

열둘 타인은 끝까지 타인일 뿐이다

열셋 사랑을 하려면 예민한 마음부터 바꿔라

열넷 직장 내 신경 끄기의 기술

열다섯 주변 환경은 언제나 변한다

열여섯 어머니의 사랑, 그 위대한 둔감력에 대하여

나가는 말

차례

1933년 훗카이도 출생. 삿포로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정형외과의사와 강사로 활동했다. 1965년 어머나의 죽음을 다룬 소설 「사화장」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1970년 「빛과 그림자」로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을 거머쥐었다. (중략) 100편이 훌쩍 넘는 그의 작품들은 삶과 죽음의 양면성, 일본인의 정체성과 의식, 남녀의 사랑을 솔직하게 드러낸 수작으로 인정받는다. 특히 1997년 출간된 『실낙원』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대표작으로서 일본 역사상 최초로 300만 부 판매를 기록했으며,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어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와타나베 준이치(1933~2014) 프로필 중에서

『실낙원』의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의 삶의 지혜가 담긴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의 개정판을 받았습니다. 2018년에 초판 발행되었다가 100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이 출시되었네요. '긍정적인 마음과 둔감력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혜가 담겨 있어요. 굳이 어려운 말을 하지 않아도 동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혹은 젊은 친구들에게 건네주는 듯한 글들이라 술술 읽히면서도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둔감력'이라는 단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책에 들어가기 앞서 작가는 둔감력의 뜻을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합니다.

둔감력이란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대로 주저않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을 뜻합니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_P.5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겨도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강한 힘, 그것이 바로 둔감력이라고 해요. 그저 몸과 마음이 둔한 사람에게 둔감력이 있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면서요. 어떤 시련이 와도 너무 민감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삶을 즐겁게 살아나갈 수 있는 지혜인 것 같아요. '둔감한 사람이 예민한 사람보다 더 오래도록 느긋하고 여유로우며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되더라구요. 다소 예민하고 민감한 기질이 있는 저로서는 오늘부터 둔감해지기로 결심해봅니다. 물론 이 역시 연습이 필요하겠지만요.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람은 그 바탕에 재능뿐 아니라 반드시 좋은 의미의 둔감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둔감력은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재능을 한껏 키우고 활짝 꽃피우게 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

하나 둔감한 마음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중에서_P.30


간혹 누군가 나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면 부끄럽거나 쑥쓰러워 피하기 급급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칭찬을 칭찬으로 감사히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일임을 깨닫습니다.

우쭐대거나 잘난 체하는 것을 부끄러운 행동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불편한 그 행동이 때로는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기대 이상의 큰 효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여섯 누가 뭐래도 나를 사랑하는 게 먼저다 중에서_P.99

"칭찬을 받으면 열심히 한다. 그게 다예요." 하며 겸연쩍은 듯 말하는 화가 A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그 칭찬으로 한 사람의 재능이 꽃피우게 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칭찬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 또한 칭찬을 재능으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덕목임을 알 수 있지요.

어차피 벌어진 일,

밝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두루 편하지 않을까요?

아홉 암에 대처하는 둔감한 사람들의 현명한 자세 중에서

때때로 실수로 인해 부끄러운 기억들, 속상했던 순간의 기억들이 불현듯 떠올라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기도 해요. 과거를 자꾸 떠올리며 속상해해봤자 그 시간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데도 말이지요. 일부러 떠올리려고 애쓰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마음 상하게 하는 그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반복재생 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억들을 자꾸 곱씹다가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계속 상처를 입는다는 걸 깨달아야겠지요. '기분 나쁜 일이나 우울한 일은 빨리 잊고, 늘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거예요.

주변 환경의 변화에도

늘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몸과 마음의 힘,

이것이 바로 이 시대가 원하는

둔감력입니다.

열다섯 주변 환경은 언제나 변한다 중에서

'다양한 외부 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그 상태에 익숙해지는 환경적응능력'의 밑바탕에는 둔감력이 있게 마련이라고 해요. '좋은 의미의 둔감함이 있기에 어떤 환경, 어떤 사람과도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라면서요. 예민함과 민감함이 예술적 본능과 재능을 발현하게 한다면, 둔감력은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재능을 단단하게 해주는 밑거름이 됩니다. 그러니 두루두루 몸과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 둔감력을 키워나가야겠어요. 민감한 사람보다 둔감한 사람이 세상속으로 뛰어들기에는 적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둔감력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기본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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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라면 - 7인 7색 여자들의 라면 에세이
김예진 외 지음 / 새벽감성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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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좋아하시나요?


7인 7색 여자들의 라면 에세이 『당신과 함께 라면』은 연령대도 하는 일도 다양한 7명의 여자들이 모여 라면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은 에세이집입니다. 라면을 생각하면 다들 떠오르는 추억들이 많을 텐데요. 각자의 인생 경험과 추억들이 담긴 라면, 얼마나 맛있었을지 얼마나 특별했을지 기대가 되더군요. 뒷표지의 책날개에는 라면 중독을 테스트할 수 있는 내용도 있는데요. 재미 삼아 체크해 보셔도 좋겠어요. 저는 안타깝게도(?) 7개 더라고요. 라면 중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까지 포함했는데도 말이죠. ^^

어린 시절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

학창 시절 추억을 담고 있는 이야기

행복한 순간, 슬펐던 순간에 함께 한 이야기까지

여는 글 중에서_P.7

20대부터 50대까지의 인생,

그리고 라면에 담긴

우리들의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저는 이 초대에 기꺼이 응해볼까 합니다. 7인의 작가가 풀어 놓은 이야기들이 적게는 세 꼭지에서 많게는 다섯 꼭지까지 실려 있어요.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7개의 공통된 질문에 답변을 해 놓으셨는데 내용이 재미있어요. 컵라면 VS 봉지라면, 꼬들면 VS 퍼진면, 평생 라면만 먹기 VS 평생 라면 못 먹기 등인데요. 작가님들의 답변을 읽으면서 저도 머릿속으로 즐겁게 대답했네요. 라면을 무척 좋아하지만 평생 라면만! 먹는 건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세상엔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 많거든요.

에세이는 김하은 작가의 이야기부터 출발합니다. 사람마다 라면을 끓이는 방법도 제각각이지요. 엄마의 사랑이 담긴 라면은 맛이 없다,는 건 진리인가봅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스프를 조금, 물은 많이 넣으면 어떤 라면이라도 맛이 없을 수밖에요. 밤샘 작업 후에 먹었던 피가 되고 살이 된 라면부터 모두가 잠든 인도에서 특별한 레시피로 친구가 끓여준 라면, 남미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려 이리뛰고 저리뛰던 날 우연히 만난 한국인에게서 얻어먹은 컵라면까지. 라면에 얽힌 사연은 참 다양하기도 합니다. 작가님 한 분의 이야기가 이럴진대 나머지 6인의 이야기도 각양각색이겠지요.

'라면'하면 떠오르는 일화와 추억을 베개 삼아, 꿈꾸는 듯이 글을 써내려갔다. 글을 쓰던 내가 행복했듯, 한 문장 혹은 단어 하나라도 당신 마음에 울림이 된다면 나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시월 작가의 말 중에서_P. 34

긴 비행 중 기내에서 누군가 먹은 라면 냄새는 '라면 신드롬'을 불러 일으킬만큼 식욕을 돋게 하지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했던 길이 결국엔 아니다 싶었을 때, 라면 먹는 시간이 화해의 장이 되었던 이시월 작가는 아빠와 이야기 하고 싶을 때 건네는 둘만의 비밀 신호가 있습니다.

아빠, 우리 라면 끓여 먹을까?

라면 스위치 ON! 중에서_P. 57

한세명 작가의 먹성 좋던 어린 시절 아빠가 추가 면을 넣어 끓여주던 라면도, '낙엽만 봐도 깔깔 웃음이 나던 시절' 친구들과 부숴먹던 스낵면도, 육퇴 후 끓여먹는 라면으로 느끼는 일탈의 행복도, 어느새 자란 아이들이 라면을 다 먹었다며 남기는 '완라'도 즐겁게 술술 읽었어요. 저 역시 아이를 키우고, 이제는 1인 1라면에 밥까지 말아먹을 정도로 자란 아들을 둔 터라 공감이 많이 가더군요.

박경숙 작가의 첫 직장에서의 라면에 얽힌 에세이는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첫 직장의 어설픔을 이렇게 멋진 글로 잘 풀어내셨으니, 더는 아쉬움이 남지 않으실 것도 같아요. 첫사랑의 설렘이 담긴 추억의 도시락 컵라면도 입가에 미소를 띄며 읽게 되더라고요. '쉽고 간단하지만 특별한 한 끼가 되어주는 라면처럼 작지만 특별한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는 작가 프로필에 실린 말처럼 바라는 모습이 되어가시리라 생각합니다.

김지선 작가에게는 파리에 머물던 시절, 라면은 사치품이나 다름없었는데요. 한국에서 즐기지 않던 음식이었지만, 라면과 소주의 조합, 해산물이 가득 든 라면 파티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소중히 간직될 것 같아요. 14년을 함께한 고양이를 화장터에 맡겨놓고 먹은 컵라면의 맛, 역시 쉬이 잊히지 않겠지요.

이렇듯 7인의 작가들이 풀어 놓은 에세이를 다 읽고 나면 '우리들의 라면 레시피 / 당신과 함께 라면' 챕터가 책의 말미를 장식해요. 총 6개의 특별한 라면 레시피가 담겨 있는데요. 차돌박이 라면을 좋아하는 저도 언젠가는 '박경숙표 차돌박이 진짬뽕 레시피'를 꼭 한 번 따라해보고 싶습니다.

라면 에세이를 읽다보면 라면이 먹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이겠지요. 라면은 가스불에서 내려 놓자마자 먹어야 하는 게 국룰이니 사진을 찍을 새가 있나요. 다행히(?) 예전에 끓여 먹은 차돌박이와 청양고추, 콩나물에 계란까지 넣은 라면 사진이 하나 있더군요. 라면 사진 위에 타이틀을 적어 올려보았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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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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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소설Y대본집 #05 『다이브』의 가제본을 받았어요. 위저드 베이커리를 제외하고는 쭉 소설Y클럽에 함께하고 있네요. 이번에도 작가는 물음표로 표기되어 있고, 손편지가 동봉되어 있어요. 어떤 분이실지 궁금했는데 베일을 벗기니 신인 작가 단요 님이라고 하네요.

"너의 기억을 깨워줄게."

2057년 서울, 잠든 과거를 찾아 떠나는 여정

물에 잠긴 세계

수호

사라진 시간들

두 개의 바깥

서울로 내려가는 길

가라앉은 기억

끝과 시작

노을이 빈 자리

계속 여기에

너를 깨울 낱말

다이브_차례

가제본 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소설의 배경은 2057년의 서울입니다. 소설은 '서울은 언제나 한국의 동의어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2057년의 서울은 그야말로 참담한 상황이에요.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 바다가 건물을 뒤덮고, 도시가 물에 잠기고, 온갖 나라들이 전쟁을 하고, 한국을 둘러싼 댐이 무너지지요. 많은 이들이 죽고 낮은 지대는 이미 물에 잠겨 살아남은 서울 사람들은 둔지산, 남산 그리고 노고산에서 각각 무리를 지어 살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깊은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들은 '물꾼'으로 자라 공기탱크를 등에 짊어지고, 물에 잠겼으나 쓸만한 전리품을 찾아내 하루하루 생을 이어갑니다.

주인공 선율은 둔지산에 사는 물꾼이에요. 지오는 선율을 도와 뭍이나 조각배에서 선율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물꾼이 아닌 아이들도 나름의 일을 하며 공동체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둔지산의 대장격인 사람, 과거의 일을 일절 말하지 않는 삼촌이라 불리는 서문경이 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많은 도시가 물에 잠겼지만, 지대가 높은 강원도 사람들은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판교에도 아직 기술자들이 남아 온갖 기계들을 수리하기도 하고요. 삼촌은 둔지산에서 모은 기계들을 가지고 판교에 가서 고쳐오기도 해요. 문제의 그날은 삼촌이 자리를 비운 날이었지요.

사건은 선율이 남산 물꾼인 우찬과 시비가 붙은 것으로 시작돼요. 시비 끝에 누가 더 멋진 걸 찾아오는지 내기가 걸렸습니다. 보름의 기한 동안 용산구 안쪽에서 쓸만한 걸 찾아와야 하는, '얻을 것도 잃을 것도 많은 내기'였지요. 그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선율은 빌딩 안으로 들어가 허리 높이의 정사각형 큐브를 건져올립니다. 그 안에는 '기계 인간'이 들어있었어요.

밧데리를 넣느냐 마느냐 고민한 끝에 선율과 지오는 기계 인간의 전원을 켜요. '만질 수 있는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소녀의 이름은 채수호였어요. 2038년의 기억을 가진 수호가 도착한 2057년의 세계. 서울이 수몰된 건 15년전인데 수호의 기억은 19년전에 멈춰 있었어요. 4년간의 기억의 공백을 찾기 위해 수호는 잃어버린 4년의 기억을 찾아달라는 조건으로 내기의 물품이 되는 걸 허락해요.



판교에서 돌아온 삼촌은 수호를 보고 선율과 지오를 나무라요. '너희 멋대로 배터리를 넣은 시점에서 이미 이기적으로 군 거'라면서요. 누군가를 죽이는 건 나쁜 일이지만 반대로 억지로 살려서도 안 된단 말이야. 그 사람이 아니라 널 위해서 한 일이라면 더더욱.

다이브_P.36 삼촌과 선율 남산 물꾼 우찬의 사이에는 갈대밭 무덤에 묻힌 우찬의 누나, 유이가 있어요. 물에 빠진 누나를 구하려는 우찬과 생을 마감하고 싶은 유이 사이에서 삼촌은 유이의 의견에 따라요. 그걸 선율이 알게 되고 우찬에게 얘기한 그날부터 세 사람의 골은 깊어지기만 했지요. 


선율은 수호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수호와 함께 전에 살던 집까지 헤엄쳐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선율과 똑같은 또 하나의 기계 인간이었어요. 수호는 1호의 기억을 통해 잃어버린 4년간의 공백을 메꿀 수 있게 되지요. 과연 그 4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수호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 경이 삼촌은 왜 수호를 아는 척 하지 않는 걸까요? 비밀은 1호의 기억 속에 있었습니다. 


내기 물품이 되어 주고, 기억을 찾아주기로 한 서로의 약속을 다 지킨 후 수호는 선율에게 숨겨둔 비밀을 이야기합니다. 선율은 그게 아마도 태도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다.남의 지금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 그 결론에 대해서도 똑같이 하는 것. 그래서 함부로 틀렸다고 말하거나 고치려 하지 않는 것.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만의 역할을 내려놓지 않는 것. 

다이브_P.175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선율은 수호에게 계속 이곳, 노고산에 머물러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수호의 비밀은 삼촌, 선율, 우찬 그리고 유이 사이에 놓인 깊고 깊은 골을 메울 수 있는 매개가 되지요. 코로나가 시작될 때 글쓰기를 시작해서 이제 겨우 세상에 내보였다는 작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코로나를 겪은, 또 여전히 겪고 있는 우리이기에 2057년의 처참한 상황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어요. 코로나를 예견했다고 일컬어지는 영화도 있고, 좀비가 판을 치는 영화도 있는걸요. 전쟁 후 수몰된 서울이라는 설정도 어딘지 모르게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고 상상이 된달까요. 부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말예요. ​ 『다이브』 속의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나가요. 아픈 기억과 무거운 과거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풀어내야 할 마음의 문제로 그려집니다. 물론, 그건 사건의 중심에 있는 기계 인간 소녀 채수호와 수호를 건져 올린 선율 사이의 교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요.  ​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한 사람의 전생애의 기억을 온전히 갖고 있는 기계는 과연 기계일까요, 사람일까요? 기억을 통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 기계는 기계일까요, 사람일까요? 사람의 마음까지 구현해 낼 수 있는 기계가 어느 먼 미래에 나타나게 된다면 이 세상은 또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궁금합니다. 가늠컨데, 어느 세계든 어떤 세상이든 음과 양이 있듯이 만약 그런 세상이 된다해도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있겠지요. 그렇기에 그 세상속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건 단연 '사람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 이번에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소설'이라는 수식어가 걸맞는 소설이었어요. #판타지 #성장 #치유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마 책을 펼친 순간 금세 #다이브 속으로 빠져드실 수 있을 거예요.   


#소설Y #소설Y클럽4기 #창비 #영어덜트 #기억 #아이부터어른까지 #재미와감동 #서평단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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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 20만 부 기념 개정판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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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잘 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한동안 참 많이 들리던 말이었는데, 200만부 돌파 기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여름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시원한 표지 색감이 너무 예뻐요. 제목은 은박으로 처리되어 있고, 나머지 글씨들은 홀로그램 처리가 되어 있어서 불빛에 따라 글씨가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것도 멋스럽고요.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책이지만 저는 서평단 신청을 통해 이제야 만나게 되었어요.

CONTENTS.
펴내며
1. 응원했고 응원하고 있고 응원할 것이다
2. 이겨냈고 이겨내고 있고 이겨낼 것이다
3. 함께했고 함께하고 있고 함께일 것이다
4.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고 사랑일 것이다
마치며

때때로 낯모르는 이들의 어설픈 위로마저도 마음에 크게 와 닿는 일이 있습니다. 가볍게 건네는 응원의 말일지라도 말이지요. 힘내세요, 잘 될 거예요, 내일도 화이팅! 이렇게 인사처럼 주고 받는 말에도 어느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건 상대방의 진심이 느껴졌을 때이거나 혹은 내가 그런 응원의 말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일 거예요. 남들이 해주는 가벼운 응원에도 목메일 정도로 고마움을 느낀다면, 그만큼 응원과 위로의 말이 절실하다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이제 내가 나에게 말해 주는 것이다.
"나, 참으로 힘들었겠다.
괜찮다. 다 괜찮아질 것이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_p.21

남이 해주지 않아도 하루를 마무리할 때,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건네기로 해요. 오늘도 수고 많았어. 잘 버텼다, 그걸로도 충분해, 하고요.
때때로 내 모습이 너무 못나 보이고, 자책감이라는 파도에 휩쓸리기도 해요. 후회와 아쉬움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면,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고 나아지려는 노력 대신 더 큰 절망속으로 걸어 들어가려 하지요. 그럴 때는 빨간 신호등이 필요해요. 자책도 원망도 미련도, 잠시 멈춤! 나조차도 나를 귀히 여기지 않으면 세상 누구도 나를 그렇게 대해 줄 수 없음을 상기해보도록 해요.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한 누군가에게 가장 큰 복수는 내가 잘 사는 거니까요. 스스로 우뚝 서 있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잘 알아야만 하는 것 같아요. 나를 잘 알고, 그런 나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건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남들은 참 알아서 잘도 하는 것 같은데, 참 안정되게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자꾸 스스로가 못나보일까요. 하지만 겉에서 보기에 멀쩡하고 남부러운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을 수만은 없지요.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왜 나왔겠어요.
'모든 시기에 잘 나가기도 어려운 것처럼 인생 내내 헤메기도 어렵다'는 작가의 말에 십분 이해가 됩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길게 보면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터널 속을 지나는 것처럼 깜깜해보이지만, 터널이란 게 그렇잖아요. 저 멀리 작은 빛이 보이는 순간, 금세 눈부시게 환한 빛이 시야를 밝혀요. 우리에게도 환한 햇살이 비출 날이 분명, 곧 올 거예요.
세상에 온전한 내 편이 있다면 좋을텐데. 내가 뭘 해도 나를 아껴주고 이해해주고 믿어 줄 사람이요. 근데 그건 사실 욕심인 것 같아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게 된 순간 나를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는 말이 그래서 이해가 돼요. 내가 이만큼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내게는 가시가 되고 못이 될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억하도록 해요. 우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요. 내 마음을 상대에게 다 준 걸 후회하지 않도록 중심을 잃지 마세요.
멈추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청춘, 이라니 너무 좋지 않나요? 어떤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선택의 후회는 조금씩 남게 마련이에요. 그때마다 엉거주춤 돌아서서 시간을 더듬어 본들 달라지는 건 없지요. 이미 늦은 후회는 안하느니만 못하니까요. 나를 믿고 내 선택을 지지하는 것, 어찌보면 나 자신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의 좋은 단어를 모두 빗대어도 모자랄 당신, 오늘 하루도 애쓰셨어요. 고생하셨고,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면 그만큼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하루가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잘 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는 읽다보면 어느새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사랑했던 날들을 추억하며, 아팠던 날들의 마음을 다독이게 되는 그런 에세이예요. 잘잘잘, 을 마음에 되새기며 오늘도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 보는 것 잊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낸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같은 에세이,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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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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