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명 작가의 먹성 좋던 어린 시절 아빠가 추가 면을 넣어 끓여주던 라면도, '낙엽만 봐도 깔깔 웃음이 나던 시절' 친구들과 부숴먹던 스낵면도, 육퇴 후 끓여먹는 라면으로 느끼는 일탈의 행복도, 어느새 자란 아이들이 라면을 다 먹었다며 남기는 '완라'도 즐겁게 술술 읽었어요. 저 역시 아이를 키우고, 이제는 1인 1라면에 밥까지 말아먹을 정도로 자란 아들을 둔 터라 공감이 많이 가더군요.
박경숙 작가의 첫 직장에서의 라면에 얽힌 에세이는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첫 직장의 어설픔을 이렇게 멋진 글로 잘 풀어내셨으니, 더는 아쉬움이 남지 않으실 것도 같아요. 첫사랑의 설렘이 담긴 추억의 도시락 컵라면도 입가에 미소를 띄며 읽게 되더라고요. '쉽고 간단하지만 특별한 한 끼가 되어주는 라면처럼 작지만 특별한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는 작가 프로필에 실린 말처럼 바라는 모습이 되어가시리라 생각합니다.
김지선 작가에게는 파리에 머물던 시절, 라면은 사치품이나 다름없었는데요. 한국에서 즐기지 않던 음식이었지만, 라면과 소주의 조합, 해산물이 가득 든 라면 파티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소중히 간직될 것 같아요. 14년을 함께한 고양이를 화장터에 맡겨놓고 먹은 컵라면의 맛, 역시 쉬이 잊히지 않겠지요.
이렇듯 7인의 작가들이 풀어 놓은 에세이를 다 읽고 나면 '우리들의 라면 레시피 / 당신과 함께 라면' 챕터가 책의 말미를 장식해요. 총 6개의 특별한 라면 레시피가 담겨 있는데요. 차돌박이 라면을 좋아하는 저도 언젠가는 '박경숙표 차돌박이 진짬뽕 레시피'를 꼭 한 번 따라해보고 싶습니다.
라면 에세이를 읽다보면 라면이 먹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이겠지요. 라면은 가스불에서 내려 놓자마자 먹어야 하는 게 국룰이니 사진을 찍을 새가 있나요. 다행히(?) 예전에 끓여 먹은 차돌박이와 청양고추, 콩나물에 계란까지 넣은 라면 사진이 하나 있더군요. 라면 사진 위에 타이틀을 적어 올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