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라면 - 7인 7색 여자들의 라면 에세이
김예진 외 지음 / 새벽감성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면, 좋아하시나요?


7인 7색 여자들의 라면 에세이 『당신과 함께 라면』은 연령대도 하는 일도 다양한 7명의 여자들이 모여 라면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은 에세이집입니다. 라면을 생각하면 다들 떠오르는 추억들이 많을 텐데요. 각자의 인생 경험과 추억들이 담긴 라면, 얼마나 맛있었을지 얼마나 특별했을지 기대가 되더군요. 뒷표지의 책날개에는 라면 중독을 테스트할 수 있는 내용도 있는데요. 재미 삼아 체크해 보셔도 좋겠어요. 저는 안타깝게도(?) 7개 더라고요. 라면 중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까지 포함했는데도 말이죠. ^^

어린 시절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

학창 시절 추억을 담고 있는 이야기

행복한 순간, 슬펐던 순간에 함께 한 이야기까지

여는 글 중에서_P.7

20대부터 50대까지의 인생,

그리고 라면에 담긴

우리들의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저는 이 초대에 기꺼이 응해볼까 합니다. 7인의 작가가 풀어 놓은 이야기들이 적게는 세 꼭지에서 많게는 다섯 꼭지까지 실려 있어요.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7개의 공통된 질문에 답변을 해 놓으셨는데 내용이 재미있어요. 컵라면 VS 봉지라면, 꼬들면 VS 퍼진면, 평생 라면만 먹기 VS 평생 라면 못 먹기 등인데요. 작가님들의 답변을 읽으면서 저도 머릿속으로 즐겁게 대답했네요. 라면을 무척 좋아하지만 평생 라면만! 먹는 건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세상엔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 많거든요.

에세이는 김하은 작가의 이야기부터 출발합니다. 사람마다 라면을 끓이는 방법도 제각각이지요. 엄마의 사랑이 담긴 라면은 맛이 없다,는 건 진리인가봅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스프를 조금, 물은 많이 넣으면 어떤 라면이라도 맛이 없을 수밖에요. 밤샘 작업 후에 먹었던 피가 되고 살이 된 라면부터 모두가 잠든 인도에서 특별한 레시피로 친구가 끓여준 라면, 남미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려 이리뛰고 저리뛰던 날 우연히 만난 한국인에게서 얻어먹은 컵라면까지. 라면에 얽힌 사연은 참 다양하기도 합니다. 작가님 한 분의 이야기가 이럴진대 나머지 6인의 이야기도 각양각색이겠지요.

'라면'하면 떠오르는 일화와 추억을 베개 삼아, 꿈꾸는 듯이 글을 써내려갔다. 글을 쓰던 내가 행복했듯, 한 문장 혹은 단어 하나라도 당신 마음에 울림이 된다면 나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시월 작가의 말 중에서_P. 34

긴 비행 중 기내에서 누군가 먹은 라면 냄새는 '라면 신드롬'을 불러 일으킬만큼 식욕을 돋게 하지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했던 길이 결국엔 아니다 싶었을 때, 라면 먹는 시간이 화해의 장이 되었던 이시월 작가는 아빠와 이야기 하고 싶을 때 건네는 둘만의 비밀 신호가 있습니다.

아빠, 우리 라면 끓여 먹을까?

라면 스위치 ON! 중에서_P. 57

한세명 작가의 먹성 좋던 어린 시절 아빠가 추가 면을 넣어 끓여주던 라면도, '낙엽만 봐도 깔깔 웃음이 나던 시절' 친구들과 부숴먹던 스낵면도, 육퇴 후 끓여먹는 라면으로 느끼는 일탈의 행복도, 어느새 자란 아이들이 라면을 다 먹었다며 남기는 '완라'도 즐겁게 술술 읽었어요. 저 역시 아이를 키우고, 이제는 1인 1라면에 밥까지 말아먹을 정도로 자란 아들을 둔 터라 공감이 많이 가더군요.

박경숙 작가의 첫 직장에서의 라면에 얽힌 에세이는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첫 직장의 어설픔을 이렇게 멋진 글로 잘 풀어내셨으니, 더는 아쉬움이 남지 않으실 것도 같아요. 첫사랑의 설렘이 담긴 추억의 도시락 컵라면도 입가에 미소를 띄며 읽게 되더라고요. '쉽고 간단하지만 특별한 한 끼가 되어주는 라면처럼 작지만 특별한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는 작가 프로필에 실린 말처럼 바라는 모습이 되어가시리라 생각합니다.

김지선 작가에게는 파리에 머물던 시절, 라면은 사치품이나 다름없었는데요. 한국에서 즐기지 않던 음식이었지만, 라면과 소주의 조합, 해산물이 가득 든 라면 파티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소중히 간직될 것 같아요. 14년을 함께한 고양이를 화장터에 맡겨놓고 먹은 컵라면의 맛, 역시 쉬이 잊히지 않겠지요.

이렇듯 7인의 작가들이 풀어 놓은 에세이를 다 읽고 나면 '우리들의 라면 레시피 / 당신과 함께 라면' 챕터가 책의 말미를 장식해요. 총 6개의 특별한 라면 레시피가 담겨 있는데요. 차돌박이 라면을 좋아하는 저도 언젠가는 '박경숙표 차돌박이 진짬뽕 레시피'를 꼭 한 번 따라해보고 싶습니다.

라면 에세이를 읽다보면 라면이 먹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이겠지요. 라면은 가스불에서 내려 놓자마자 먹어야 하는 게 국룰이니 사진을 찍을 새가 있나요. 다행히(?) 예전에 끓여 먹은 차돌박이와 청양고추, 콩나물에 계란까지 넣은 라면 사진이 하나 있더군요. 라면 사진 위에 타이틀을 적어 올려보았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비 소설Y대본집 #05 『다이브』의 가제본을 받았어요. 위저드 베이커리를 제외하고는 쭉 소설Y클럽에 함께하고 있네요. 이번에도 작가는 물음표로 표기되어 있고, 손편지가 동봉되어 있어요. 어떤 분이실지 궁금했는데 베일을 벗기니 신인 작가 단요 님이라고 하네요.

"너의 기억을 깨워줄게."

2057년 서울, 잠든 과거를 찾아 떠나는 여정

물에 잠긴 세계

수호

사라진 시간들

두 개의 바깥

서울로 내려가는 길

가라앉은 기억

끝과 시작

노을이 빈 자리

계속 여기에

너를 깨울 낱말

다이브_차례

가제본 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소설의 배경은 2057년의 서울입니다. 소설은 '서울은 언제나 한국의 동의어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2057년의 서울은 그야말로 참담한 상황이에요.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 바다가 건물을 뒤덮고, 도시가 물에 잠기고, 온갖 나라들이 전쟁을 하고, 한국을 둘러싼 댐이 무너지지요. 많은 이들이 죽고 낮은 지대는 이미 물에 잠겨 살아남은 서울 사람들은 둔지산, 남산 그리고 노고산에서 각각 무리를 지어 살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깊은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들은 '물꾼'으로 자라 공기탱크를 등에 짊어지고, 물에 잠겼으나 쓸만한 전리품을 찾아내 하루하루 생을 이어갑니다.

주인공 선율은 둔지산에 사는 물꾼이에요. 지오는 선율을 도와 뭍이나 조각배에서 선율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물꾼이 아닌 아이들도 나름의 일을 하며 공동체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둔지산의 대장격인 사람, 과거의 일을 일절 말하지 않는 삼촌이라 불리는 서문경이 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많은 도시가 물에 잠겼지만, 지대가 높은 강원도 사람들은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판교에도 아직 기술자들이 남아 온갖 기계들을 수리하기도 하고요. 삼촌은 둔지산에서 모은 기계들을 가지고 판교에 가서 고쳐오기도 해요. 문제의 그날은 삼촌이 자리를 비운 날이었지요.

사건은 선율이 남산 물꾼인 우찬과 시비가 붙은 것으로 시작돼요. 시비 끝에 누가 더 멋진 걸 찾아오는지 내기가 걸렸습니다. 보름의 기한 동안 용산구 안쪽에서 쓸만한 걸 찾아와야 하는, '얻을 것도 잃을 것도 많은 내기'였지요. 그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선율은 빌딩 안으로 들어가 허리 높이의 정사각형 큐브를 건져올립니다. 그 안에는 '기계 인간'이 들어있었어요.

밧데리를 넣느냐 마느냐 고민한 끝에 선율과 지오는 기계 인간의 전원을 켜요. '만질 수 있는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소녀의 이름은 채수호였어요. 2038년의 기억을 가진 수호가 도착한 2057년의 세계. 서울이 수몰된 건 15년전인데 수호의 기억은 19년전에 멈춰 있었어요. 4년간의 기억의 공백을 찾기 위해 수호는 잃어버린 4년의 기억을 찾아달라는 조건으로 내기의 물품이 되는 걸 허락해요.



판교에서 돌아온 삼촌은 수호를 보고 선율과 지오를 나무라요. '너희 멋대로 배터리를 넣은 시점에서 이미 이기적으로 군 거'라면서요. 누군가를 죽이는 건 나쁜 일이지만 반대로 억지로 살려서도 안 된단 말이야. 그 사람이 아니라 널 위해서 한 일이라면 더더욱.

다이브_P.36 삼촌과 선율 남산 물꾼 우찬의 사이에는 갈대밭 무덤에 묻힌 우찬의 누나, 유이가 있어요. 물에 빠진 누나를 구하려는 우찬과 생을 마감하고 싶은 유이 사이에서 삼촌은 유이의 의견에 따라요. 그걸 선율이 알게 되고 우찬에게 얘기한 그날부터 세 사람의 골은 깊어지기만 했지요. 


선율은 수호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수호와 함께 전에 살던 집까지 헤엄쳐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선율과 똑같은 또 하나의 기계 인간이었어요. 수호는 1호의 기억을 통해 잃어버린 4년간의 공백을 메꿀 수 있게 되지요. 과연 그 4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수호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 경이 삼촌은 왜 수호를 아는 척 하지 않는 걸까요? 비밀은 1호의 기억 속에 있었습니다. 


내기 물품이 되어 주고, 기억을 찾아주기로 한 서로의 약속을 다 지킨 후 수호는 선율에게 숨겨둔 비밀을 이야기합니다. 선율은 그게 아마도 태도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다.남의 지금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 그 결론에 대해서도 똑같이 하는 것. 그래서 함부로 틀렸다고 말하거나 고치려 하지 않는 것.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만의 역할을 내려놓지 않는 것. 

다이브_P.175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선율은 수호에게 계속 이곳, 노고산에 머물러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수호의 비밀은 삼촌, 선율, 우찬 그리고 유이 사이에 놓인 깊고 깊은 골을 메울 수 있는 매개가 되지요. 코로나가 시작될 때 글쓰기를 시작해서 이제 겨우 세상에 내보였다는 작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코로나를 겪은, 또 여전히 겪고 있는 우리이기에 2057년의 처참한 상황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어요. 코로나를 예견했다고 일컬어지는 영화도 있고, 좀비가 판을 치는 영화도 있는걸요. 전쟁 후 수몰된 서울이라는 설정도 어딘지 모르게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고 상상이 된달까요. 부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말예요. ​ 『다이브』 속의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나가요. 아픈 기억과 무거운 과거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풀어내야 할 마음의 문제로 그려집니다. 물론, 그건 사건의 중심에 있는 기계 인간 소녀 채수호와 수호를 건져 올린 선율 사이의 교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요.  ​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한 사람의 전생애의 기억을 온전히 갖고 있는 기계는 과연 기계일까요, 사람일까요? 기억을 통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 기계는 기계일까요, 사람일까요? 사람의 마음까지 구현해 낼 수 있는 기계가 어느 먼 미래에 나타나게 된다면 이 세상은 또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궁금합니다. 가늠컨데, 어느 세계든 어떤 세상이든 음과 양이 있듯이 만약 그런 세상이 된다해도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있겠지요. 그렇기에 그 세상속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건 단연 '사람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 이번에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소설'이라는 수식어가 걸맞는 소설이었어요. #판타지 #성장 #치유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마 책을 펼친 순간 금세 #다이브 속으로 빠져드실 수 있을 거예요.   


#소설Y #소설Y클럽4기 #창비 #영어덜트 #기억 #아이부터어른까지 #재미와감동 #서평단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 20만 부 기념 개정판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2년 5월
평점 :
품절



"잘 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한동안 참 많이 들리던 말이었는데, 200만부 돌파 기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여름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시원한 표지 색감이 너무 예뻐요. 제목은 은박으로 처리되어 있고, 나머지 글씨들은 홀로그램 처리가 되어 있어서 불빛에 따라 글씨가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것도 멋스럽고요.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책이지만 저는 서평단 신청을 통해 이제야 만나게 되었어요.

CONTENTS.
펴내며
1. 응원했고 응원하고 있고 응원할 것이다
2. 이겨냈고 이겨내고 있고 이겨낼 것이다
3. 함께했고 함께하고 있고 함께일 것이다
4.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고 사랑일 것이다
마치며

때때로 낯모르는 이들의 어설픈 위로마저도 마음에 크게 와 닿는 일이 있습니다. 가볍게 건네는 응원의 말일지라도 말이지요. 힘내세요, 잘 될 거예요, 내일도 화이팅! 이렇게 인사처럼 주고 받는 말에도 어느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건 상대방의 진심이 느껴졌을 때이거나 혹은 내가 그런 응원의 말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일 거예요. 남들이 해주는 가벼운 응원에도 목메일 정도로 고마움을 느낀다면, 그만큼 응원과 위로의 말이 절실하다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이제 내가 나에게 말해 주는 것이다.
"나, 참으로 힘들었겠다.
괜찮다. 다 괜찮아질 것이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_p.21

남이 해주지 않아도 하루를 마무리할 때,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건네기로 해요. 오늘도 수고 많았어. 잘 버텼다, 그걸로도 충분해, 하고요.
때때로 내 모습이 너무 못나 보이고, 자책감이라는 파도에 휩쓸리기도 해요. 후회와 아쉬움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면,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고 나아지려는 노력 대신 더 큰 절망속으로 걸어 들어가려 하지요. 그럴 때는 빨간 신호등이 필요해요. 자책도 원망도 미련도, 잠시 멈춤! 나조차도 나를 귀히 여기지 않으면 세상 누구도 나를 그렇게 대해 줄 수 없음을 상기해보도록 해요.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한 누군가에게 가장 큰 복수는 내가 잘 사는 거니까요. 스스로 우뚝 서 있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잘 알아야만 하는 것 같아요. 나를 잘 알고, 그런 나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건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남들은 참 알아서 잘도 하는 것 같은데, 참 안정되게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자꾸 스스로가 못나보일까요. 하지만 겉에서 보기에 멀쩡하고 남부러운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을 수만은 없지요.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왜 나왔겠어요.
'모든 시기에 잘 나가기도 어려운 것처럼 인생 내내 헤메기도 어렵다'는 작가의 말에 십분 이해가 됩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길게 보면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터널 속을 지나는 것처럼 깜깜해보이지만, 터널이란 게 그렇잖아요. 저 멀리 작은 빛이 보이는 순간, 금세 눈부시게 환한 빛이 시야를 밝혀요. 우리에게도 환한 햇살이 비출 날이 분명, 곧 올 거예요.
세상에 온전한 내 편이 있다면 좋을텐데. 내가 뭘 해도 나를 아껴주고 이해해주고 믿어 줄 사람이요. 근데 그건 사실 욕심인 것 같아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게 된 순간 나를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는 말이 그래서 이해가 돼요. 내가 이만큼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내게는 가시가 되고 못이 될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억하도록 해요. 우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요. 내 마음을 상대에게 다 준 걸 후회하지 않도록 중심을 잃지 마세요.
멈추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청춘, 이라니 너무 좋지 않나요? 어떤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선택의 후회는 조금씩 남게 마련이에요. 그때마다 엉거주춤 돌아서서 시간을 더듬어 본들 달라지는 건 없지요. 이미 늦은 후회는 안하느니만 못하니까요. 나를 믿고 내 선택을 지지하는 것, 어찌보면 나 자신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의 좋은 단어를 모두 빗대어도 모자랄 당신, 오늘 하루도 애쓰셨어요. 고생하셨고,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면 그만큼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하루가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잘 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는 읽다보면 어느새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사랑했던 날들을 추억하며, 아팠던 날들의 마음을 다독이게 되는 그런 에세이예요. 잘잘잘, 을 마음에 되새기며 오늘도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 보는 것 잊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낸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같은 에세이,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분들께 추천합니다. 


#잘했고잘하고있고잘될것이다 #정영욱 #부크럼출판사 #에세이추천 #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놀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휴식이 필요한 당신을 위한 가장 완벽한 소설'이라는 말이 책을 펴기 전에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띠지에 적힌 문구처럼 이런 호텔이 있다면 손님도 직원도 모두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후 3시, 일상에 쫒겨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잠시 숨을 돌리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면 참 좋을 그런 시간. 책장을 열어 읽다 보면, 어느새 오잔호텔의 애프터눈 티에 초대된 느낌이 들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건네는 따스한 위로, 만나보실래요?

힘든 하루를 보낸 당신을 기다리는 곳,

오잔호텔로 오세요

표4 문구 중에서

제1화

나의 애프터눈 티

제2화

그 남자의 애프터눈 티

제3화

그여자들의애프터눈 티

제4화

그 남자들의 애프터눈 티

제5화

우리들의 애프터눈 티

목차

여기, 갖가지 벚꽃이 피어나는 곳이라 '벚꽃 산'이라 불리던 곳에 메이지 시대의 모 후작이 120여 그루의 벚나무 20종을 더 심어 놓은 것이 정원의 기초가 된 오잔호텔이 있습니다. 오잔의 뜻은 말 그대로 벚꽃 산이라고 하네요. 2월 하순부터 5월 초까지 다양한 벚나무를 즐길 수 있는 정원을 갖춘 오잔호텔에는 애프터눈티를 제공하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마케팅부 서비스과 애프터눈티팀'인데요.

소설의 주인공인 도야마 스즈네는 입사한 지 7년 만에 꿈에 그리던 애프터눈티팀에 배속이 됩니다. 출산 휴가를 가게 된 선배 가오리의 후임으로 발령을 받아 애초에 호텔에 입사하게 된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스즈네에게는 '과자는 상'이라고 표현하는 전쟁고아 출신인 할아버지 시게루가 있습니다.


도쿄 대 공습으로 집과 가족을 잃고 온갖 고생을 한 할아버지 시게루는 자수 성가하여 소규모 공장을 운영하는데요. 스즈네는 어릴 때부터 오후 '3시가 되면 할머니와 어머니가 차를 끓이고, 공장에서 일하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간식을 먹으러' 오는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달콤한 과자를 맛보는 시간을 각별'하게 여기는 그 마음은 스즈네가 오잔호텔에 지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어요. 주 업무는 라운지 접객이지만 계절마다 주제가 바뀌는 애프터눈 티를 개발할 수 있다는 데에 큰 매력을 느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입사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배정 받은 곳은 원하던 곳이 아니었지요. 언젠가 반드시 희망 부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애프터눈티팀의 선배 가오리의 격려를 믿고 계속 버틴 끝에 사내 접객 콘테스트에서 우승까지 거머쥐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원하던 곳에서 일하게 된 스즈네는 넘치는 의욕과 기세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자 하는데요. 디저트 셰프인 다쓰야는 이를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급기야는 두툼한 기획서를 다 읽어보지도 않고 '처음이라서 의욕에 차 있는 건 알겠지만 굳이 특별한 흔적을 남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지요. 그런 다쓰야에게는 남모르는 비밀이 있는데, 스즈네는 우연한 계기로 이를 알아채게 됩니다. 다쓰야가 가진 비밀은 계속 지켜질 수 있을까요? 껄끄럽기만 했던 다쓰야와 스즈네의 사이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읽어가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 같아요.

오잔호텔의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단골 고객들의 사연도 소설 전체의 흐름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어요. '비정규직'이지만 '애프터눈 티라는 사치'를 즐기는 사람, 남자임에도 홀로 애프터눈티 서비스를 '마인드풀니스'라고 여기며 '호사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남 모르는 비밀로 남겨두었던 단골 고객에게 훼방꾼들이 등장하던 날, 애프터눈티에는 '사회에서의 해방, 사회생활 속의 친목'이라는 두 가지의 참뜻이 있음을 차분하고 즐겁게 알려주는 스즈네의 태도에 독자로서도 감탄했습니다.

매사 곧은 눈으로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스즈네는 고비가 생길 때마다 할아버지 시게루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일들을 겪지만 '애프터눈티팀'의 일원으로서 앞으로도 쭈욱 당당히 그 자리를 지켜 나가리라 생각해요.

버블경제, 여성시대의 개막, 그리고 버블경제 이후의 현재에 이르러 정규직과 계약직 사원들간의 처우문제, 장애나 출신에 대한 다양성 존중, 출산과 양육에 따른 여성의 입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각각의 챕터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어색하지 않고 조화롭게 한데 어울릴 수 있는 건 스즈네의 따스한 마음과 올곧은 시선, 할아버지 시게루의 조언이 있어서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분간 오후 3시가 되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벚나무들이 가득한 오잔호텔의 애프터눈티가 떠오를 것 같아요. 화려하고 아름답고 맛있는 디저트와 함께하는 차 한 잔의 여유. 생각만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일상 속 작은 휴식을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오후 3시, 오잔호텔로 가보시면 어떨까요? ^^ 실제로 이런 호텔이 있다면 언젠가 꼭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은 그런 곳입니다.

#오후3시오잔호텔로오세요 #후루우치가즈에 #다산북스 #휴식이필요한당신을위한가장완벽한소설 #과자는상 #사물의아름다운면을보도록마음쓰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홍현태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플 땐 아프다고, 괜찮지 않을 땐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일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때로는 위로와 용기를, 때로는 단호하게 일침을 날려주는 에세이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를 읽었습니다.

prologue_괜찮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1장 당당한 인생을 살고 싶은 당신에게

2장 상처 없는 인간관계를 꿈꾸는 당신에게

3장 보다 좋은 사랑을 하고 싶은 당신에게

epilogue_좋은 일이 생길 것입니다

목차

어차피 인생을 착하게 살아도 좋지 않은 소리 듣고

나쁘게 살아도 좋지 않은 소리를 듣는다.

어떻게 살아도 좋지 않은 소리 들을 거면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착한 사람에게만 착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모든 사람에게 착한 사람일 필요는 없어_P.51

모든 사람에게 착한 사람일수는 없지요. 강강 약약이라고 강자에겐 강하게 약자에겐 약하게 대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당신. 정말 많이 힘들었잖아요. 여태 많이 쓸쓸했잖아요. 그러니 아무런 생각하지 말고 하루 정도는 당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쉬었으면 좋겠어요.

힘들다면 하루 정도는 쉬어가도록 해요 중에서_P.60

정말 많이 힘들었잖아요, 여태 많이 쓸쓸했잖아요, 하는 문장에 울컥하시는 분들,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토닥토닥, 다시 열심히 달리기 위해선 쉼도 꼭 필요해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해 볼까요?


때때로 친절을 베풀었는데 상대방은 어느새 그걸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어요.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데 말이에요. 나의 친절이 타인에게 엉뚱한 오해의 소지가 되기도 하고요. 그럴 땐 거리 두는 게 답이지요. 사람과 사람과의 일정한 거리 유지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는 거니까요.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으로, 그만큼만으로도 충분합니다.

2장 상처 없는 인간관계를 꿈꾸는 당신에게에서는 이렇듯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들과 피해야 할 사람 유형, 반드시 곁에 두어야 할 사람 Best 5, 곁에 두면 좋지 않은 사람 같은 족집게 조언도 실려 있어요.

진심으로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화려하게 피어났다 자연스럽게 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 주는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 사랑은 행복하려고 하는 것이지 아프려고 하는 게 아니다.

꽃을 꺾어 내려 하지 말아요 중에서_P.200

누군가를 애정 하게 되어 챙기려는 마음으로 하는 잔소리와 상대를 꺾어버리는 가스라이팅은 반드시 구별해야겠지요. '사랑은 행복하려고 하는 것'이니까요. 나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상대를 소중히 여긴다면 좋은 인연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거예요.


끝으로 에필로그에서는 누구나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을 처음 마주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고 두려움을 갖지만, 두려움을 통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가길 바란다는 응원을 건넵니다. '당신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과 진심도 전해졌어요. 앞으로도 '묵묵히 써 내려가'시기를 저도 응원 드릴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