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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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 필요한 당신을 위한 가장 완벽한 소설'이라는 말이 책을 펴기 전에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띠지에 적힌 문구처럼 이런 호텔이 있다면 손님도 직원도 모두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후 3시, 일상에 쫒겨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잠시 숨을 돌리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면 참 좋을 그런 시간. 책장을 열어 읽다 보면, 어느새 오잔호텔의 애프터눈 티에 초대된 느낌이 들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건네는 따스한 위로, 만나보실래요?

힘든 하루를 보낸 당신을 기다리는 곳,

오잔호텔로 오세요

표4 문구 중에서

제1화

나의 애프터눈 티

제2화

그 남자의 애프터눈 티

제3화

그여자들의애프터눈 티

제4화

그 남자들의 애프터눈 티

제5화

우리들의 애프터눈 티

목차

여기, 갖가지 벚꽃이 피어나는 곳이라 '벚꽃 산'이라 불리던 곳에 메이지 시대의 모 후작이 120여 그루의 벚나무 20종을 더 심어 놓은 것이 정원의 기초가 된 오잔호텔이 있습니다. 오잔의 뜻은 말 그대로 벚꽃 산이라고 하네요. 2월 하순부터 5월 초까지 다양한 벚나무를 즐길 수 있는 정원을 갖춘 오잔호텔에는 애프터눈티를 제공하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마케팅부 서비스과 애프터눈티팀'인데요.

소설의 주인공인 도야마 스즈네는 입사한 지 7년 만에 꿈에 그리던 애프터눈티팀에 배속이 됩니다. 출산 휴가를 가게 된 선배 가오리의 후임으로 발령을 받아 애초에 호텔에 입사하게 된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스즈네에게는 '과자는 상'이라고 표현하는 전쟁고아 출신인 할아버지 시게루가 있습니다.


도쿄 대 공습으로 집과 가족을 잃고 온갖 고생을 한 할아버지 시게루는 자수 성가하여 소규모 공장을 운영하는데요. 스즈네는 어릴 때부터 오후 '3시가 되면 할머니와 어머니가 차를 끓이고, 공장에서 일하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간식을 먹으러' 오는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달콤한 과자를 맛보는 시간을 각별'하게 여기는 그 마음은 스즈네가 오잔호텔에 지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어요. 주 업무는 라운지 접객이지만 계절마다 주제가 바뀌는 애프터눈 티를 개발할 수 있다는 데에 큰 매력을 느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입사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배정 받은 곳은 원하던 곳이 아니었지요. 언젠가 반드시 희망 부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애프터눈티팀의 선배 가오리의 격려를 믿고 계속 버틴 끝에 사내 접객 콘테스트에서 우승까지 거머쥐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원하던 곳에서 일하게 된 스즈네는 넘치는 의욕과 기세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자 하는데요. 디저트 셰프인 다쓰야는 이를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급기야는 두툼한 기획서를 다 읽어보지도 않고 '처음이라서 의욕에 차 있는 건 알겠지만 굳이 특별한 흔적을 남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지요. 그런 다쓰야에게는 남모르는 비밀이 있는데, 스즈네는 우연한 계기로 이를 알아채게 됩니다. 다쓰야가 가진 비밀은 계속 지켜질 수 있을까요? 껄끄럽기만 했던 다쓰야와 스즈네의 사이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읽어가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 같아요.

오잔호텔의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단골 고객들의 사연도 소설 전체의 흐름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어요. '비정규직'이지만 '애프터눈 티라는 사치'를 즐기는 사람, 남자임에도 홀로 애프터눈티 서비스를 '마인드풀니스'라고 여기며 '호사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남 모르는 비밀로 남겨두었던 단골 고객에게 훼방꾼들이 등장하던 날, 애프터눈티에는 '사회에서의 해방, 사회생활 속의 친목'이라는 두 가지의 참뜻이 있음을 차분하고 즐겁게 알려주는 스즈네의 태도에 독자로서도 감탄했습니다.

매사 곧은 눈으로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스즈네는 고비가 생길 때마다 할아버지 시게루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일들을 겪지만 '애프터눈티팀'의 일원으로서 앞으로도 쭈욱 당당히 그 자리를 지켜 나가리라 생각해요.

버블경제, 여성시대의 개막, 그리고 버블경제 이후의 현재에 이르러 정규직과 계약직 사원들간의 처우문제, 장애나 출신에 대한 다양성 존중, 출산과 양육에 따른 여성의 입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각각의 챕터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어색하지 않고 조화롭게 한데 어울릴 수 있는 건 스즈네의 따스한 마음과 올곧은 시선, 할아버지 시게루의 조언이 있어서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분간 오후 3시가 되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벚나무들이 가득한 오잔호텔의 애프터눈티가 떠오를 것 같아요. 화려하고 아름답고 맛있는 디저트와 함께하는 차 한 잔의 여유. 생각만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일상 속 작은 휴식을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오후 3시, 오잔호텔로 가보시면 어떨까요? ^^ 실제로 이런 호텔이 있다면 언젠가 꼭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은 그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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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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