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본 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소설의 배경은 2057년의 서울입니다. 소설은 '서울은 언제나 한국의 동의어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2057년의 서울은 그야말로 참담한 상황이에요.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 바다가 건물을 뒤덮고, 도시가 물에 잠기고, 온갖 나라들이 전쟁을 하고, 한국을 둘러싼 댐이 무너지지요. 많은 이들이 죽고 낮은 지대는 이미 물에 잠겨 살아남은 서울 사람들은 둔지산, 남산 그리고 노고산에서 각각 무리를 지어 살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깊은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들은 '물꾼'으로 자라 공기탱크를 등에 짊어지고, 물에 잠겼으나 쓸만한 전리품을 찾아내 하루하루 생을 이어갑니다.
주인공 선율은 둔지산에 사는 물꾼이에요. 지오는 선율을 도와 뭍이나 조각배에서 선율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물꾼이 아닌 아이들도 나름의 일을 하며 공동체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둔지산의 대장격인 사람, 과거의 일을 일절 말하지 않는 삼촌이라 불리는 서문경이 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많은 도시가 물에 잠겼지만, 지대가 높은 강원도 사람들은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판교에도 아직 기술자들이 남아 온갖 기계들을 수리하기도 하고요. 삼촌은 둔지산에서 모은 기계들을 가지고 판교에 가서 고쳐오기도 해요. 문제의 그날은 삼촌이 자리를 비운 날이었지요.
사건은 선율이 남산 물꾼인 우찬과 시비가 붙은 것으로 시작돼요. 시비 끝에 누가 더 멋진 걸 찾아오는지 내기가 걸렸습니다. 보름의 기한 동안 용산구 안쪽에서 쓸만한 걸 찾아와야 하는, '얻을 것도 잃을 것도 많은 내기'였지요. 그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선율은 빌딩 안으로 들어가 허리 높이의 정사각형 큐브를 건져올립니다. 그 안에는 '기계 인간'이 들어있었어요.
밧데리를 넣느냐 마느냐 고민한 끝에 선율과 지오는 기계 인간의 전원을 켜요. '만질 수 있는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소녀의 이름은 채수호였어요. 2038년의 기억을 가진 수호가 도착한 2057년의 세계. 서울이 수몰된 건 15년전인데 수호의 기억은 19년전에 멈춰 있었어요. 4년간의 기억의 공백을 찾기 위해 수호는 잃어버린 4년의 기억을 찾아달라는 조건으로 내기의 물품이 되는 걸 허락해요.
판교에서 돌아온 삼촌은 수호를 보고 선율과 지오를 나무라요. '너희 멋대로 배터리를 넣은 시점에서 이미 이기적으로 군 거'라면서요.
누군가를 죽이는 건 나쁜 일이지만 반대로 억지로 살려서도 안 된단 말이야. 그 사람이 아니라 널 위해서 한 일이라면 더더욱.
다이브_P.36
삼촌과 선율 남산 물꾼 우찬의 사이에는 갈대밭 무덤에 묻힌 우찬의 누나, 유이가 있어요. 물에 빠진 누나를 구하려는 우찬과 생을 마감하고 싶은 유이 사이에서 삼촌은 유이의 의견에 따라요. 그걸 선율이 알게 되고 우찬에게 얘기한 그날부터 세 사람의 골은 깊어지기만 했지요.
선율은 수호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수호와 함께 전에 살던 집까지 헤엄쳐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선율과 똑같은 또 하나의 기계 인간이었어요. 수호는 1호의 기억을 통해 잃어버린 4년간의 공백을 메꿀 수 있게 되지요. 과연 그 4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수호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 경이 삼촌은 왜 수호를 아는 척 하지 않는 걸까요? 비밀은 1호의 기억 속에 있었습니다.
내기 물품이 되어 주고, 기억을 찾아주기로 한 서로의 약속을 다 지킨 후 수호는 선율에게 숨겨둔 비밀을 이야기합니다.
선율은 그게 아마도 태도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다.남의 지금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 그 결론에 대해서도 똑같이 하는 것. 그래서 함부로 틀렸다고 말하거나 고치려 하지 않는 것.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만의 역할을 내려놓지 않는 것.
다이브_P.175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선율은 수호에게 계속 이곳, 노고산에 머물러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수호의 비밀은 삼촌, 선율, 우찬 그리고 유이 사이에 놓인 깊고 깊은 골을 메울 수 있는 매개가 되지요.
코로나가 시작될 때 글쓰기를 시작해서 이제 겨우 세상에 내보였다는 작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코로나를 겪은, 또 여전히 겪고 있는 우리이기에 2057년의 처참한 상황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어요. 코로나를 예견했다고 일컬어지는 영화도 있고, 좀비가 판을 치는 영화도 있는걸요. 전쟁 후 수몰된 서울이라는 설정도 어딘지 모르게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고 상상이 된달까요. 부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말예요.
『다이브』 속의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나가요. 아픈 기억과 무거운 과거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풀어내야 할 마음의 문제로 그려집니다. 물론, 그건 사건의 중심에 있는 기계 인간 소녀 채수호와 수호를 건져 올린 선율 사이의 교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요.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한 사람의 전생애의 기억을 온전히 갖고 있는 기계는 과연 기계일까요, 사람일까요? 기억을 통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 기계는 기계일까요, 사람일까요? 사람의 마음까지 구현해 낼 수 있는 기계가 어느 먼 미래에 나타나게 된다면 이 세상은 또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궁금합니다. 가늠컨데, 어느 세계든 어떤 세상이든 음과 양이 있듯이 만약 그런 세상이 된다해도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있겠지요. 그렇기에 그 세상속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건 단연 '사람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소설'이라는 수식어가 걸맞는 소설이었어요. #판타지 #성장 #치유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마 책을 펼친 순간 금세 #다이브 속으로 빠져드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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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