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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에밀 아저씨의 길고도 짧은 1년
에밀 수베스트르 지음, 김현숙 옮김 / 페이지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책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라면 더욱 쉽지 않다. 그러니 우연찮게 집어 든 책에서 생각지도 못한 위안을 얻는 일이 생긴다면 그 책에 대한 호감은 보통 이상이 된다. 이 책처럼......

책 제목에서 소개되는 "이웃집 에밀 아저씨"란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이다.3인칭의 소설같은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은 에세이에 가깝다. 작가는 파리(도시)에서 떨어진 작은 소읍의 2층 다락방에 혼자 살고 있다. 그의 주위에는 소박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생활에 기쁨을 누릴 줄 알며, 조그마한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웃들이 살고 있다. 작가는 그들의 삶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기쁨과 행복에 대해 말해준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지 않으나 진실하고, 조용조용하나 깊은 울림을 가진다. 생에 대해 긍정하는 작가의 힘은 진실되다. 그래서 읽고 있으면 가슴 밑바닥부터 따뜻해진다.

난 애석하게도 저자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책에 씌여 있는 저자의 약력 또한 너무 간단하다. "혼란스러웠던 19세기의 한복판을 은둔자처럼" 조용히 살며 작품 활동을 했다는 것이 소개의 전부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생에 대해 이렇게 부드럽고 섬세하며 따뜻한 눈길을 가진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부유한 사람들은 기쁨에 둔감한 반면 가난한 사람들이 그 고생스러움을 쉽게 잊어버릴 수 있는 것에 감동한다"는 이 조용한 은둔자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내가 작가에 감탄하게 되는 이유는, 그가 보통 사람들처럼 매번 사는것에 대해 우울해지고 삶이 기쁨보다는 슬픔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다가도, 창가에 앉은 새들, 조그만 화분,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통해 결국 삶을 따뜻하게 긍정한다는데 있다. 그의 시선은 작고 낮은 곳으로 흐르며 점점 크고 넓어진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는 이 처럼 소박한 이야기를 그리워지는 법인가 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특별할 것도 없는 내 일상을 편안하고 여유있게 바라 볼 수 있는 따뜻한 시선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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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 - 제1권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1월
품절


게드는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며, 다만 자신의 죽음의 그림자를 자기 이름으로 이름 지음으로써 자신을 완전하게 한 것이다. 그로써 그는 한 인간이 되었다. 진정한 자아 전체를 깨달은 인간이며 자신 아닌 그 어떤 힘에 이용당하거나 지배받지 않을 사람, 살기 위하여 살며 결코 파괴나 고통이나 증오나 어둠을 섬겨 살지 않는 인간이 된 것이다. 가장 오래된 노래인 <에아의 창조>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오직 침묵 속에 말이,
오직 어둠 속에 빛이,
오직 죽어 감 속에 삶이 있네.
텅 빈 하늘을 나는 매의 비행은 찬란하여라.'-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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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1-1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제가 지금 구하려고 동분서주 하고 있는 1권이군요. 부럽습니다.

소요유 2005-01-2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황금가지 출판사 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조만간 환상전집(?)으로 재판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너무 너무 다행스런 일이죠..^^ 님께서도 조금만 기다리면 될듯하네요..
 
어스시의 마법사 - 제3권 머나먼 바닷가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3월
절판


"알겠느냐, 아렌. 하나의 행위라는 것이,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돌멩이 하나를 집어서 던지면 맞거나 빗나가거나 하고 그걸로 끝이 나는 그런 게 아니란 걸 말이다. 돌을 들어올리면 땅은 가벼워진다. 돌을 쥔 손은 더 무거워지지. 그게 떨어지면 별들의 운행이 반응하고, 그게 맞추거나 가서 떨어진 자리로부터 우주가 변한단다. 모든 행위마다에 전체의 균형이 달려 있어. 바람과 바다, 물과 땅과 빛의 힘들, 이들이 행하는 모든 것은, 그리고 들짐승과 푸른 식물들이 행하는 모든 것이 알맞게 행해지고 바르게 이루어지지. 이 모든 행위는 "평형"속에 있다. 태풍과 큰 고래의 소리로부터 마른 잎이 떨어지고 각다귀가 나는 일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행하는 것은 모두 전체의 균형 속에서 일어난단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세계를 지배하고 서로를 지배할 힘을 가진 이상에는, 나뭇잎과 고래와 바람이 천성대로 행하는 것을 우리는 "배워야"한다. 우리는 균형을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해. 지성을 갖고 있기에 우리는 무지하게 행동해선 안돼. 내게 그럴 힘이 있기는 해도, 내가 누구기에 벌을 주고 상을 주며 사람들의 운명을 희롱하겠느냐?"-108쪽

"죽음과 삶은 한가지야. 이 내 손의 양면, 손바닥과 손등 같은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손바닥과 손등은 같지 않지...... 그 둘은 서로 떨어질 수 없고, 섞일 수도 없다."-119쪽

동정 없는 사랑은 단련되지 않은 사랑이고, 따라서 온전한 사랑이 아니며, 오래가지 못한다.-137쪽

"불멸하는 건 없단다. 하지만 오직 우리에게만 우리가 틀림없이 죽으리라는 것을 아는 지식이 주어졌다. 그건 굉장한 선물이지. 자아라는 선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반드시 잃게 될 줄 아는 것만을, 우리가 기꺼이 잃어버릴 것만을 가지니까......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게 하는 그 자아는, 우리의 보물이며 인간성인 자아는 항상하지 않단다. 변하고 사라지지."-193쪽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다시 태어남이 있다. 그러면 죽음이 없는 삶이란 무엇이겠느냐? 변화 없는 삶, 영영 지속되는, 끝없는 삶이란? 그게 죽음이 아니고 뭐겠느냐, 환생 없는 죽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216쪽

"하지만 나, 나이가 들었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해 왔고 날빛 속에 서서 모든 가능성의 끝인 내 죽음 그 자체와 마주하고 있는 나는 실재하는 힘이자 가질 가치가 있는 힘은 하나뿐임을 안단다. 그것은 차지하는 힘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힘이지."-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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