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누구인가 - 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ㅣ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강신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렇다면 내 몸임에도 왜 내가 주인으로 살 수 없는 것일까요? 동양의학이든 물리학이든 현대 인류의 지성이 말하는 몸은 '나'라는 의식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고 존재와 우주가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몸'을 말할 때 이미 나는 이 생명의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알아야 나와 내 몸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나'라고 하는 존재가 이 생명을 낳은 우주라는 시공간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삶을 구성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변주되는 것입니다.(50쪽)
또한 사람이 죽기 전까지 버려서는 안 될 두 가지도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 신뢰이며,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 사랑입니다. 이 두 가지는 죽는 순간까지 절대 버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종종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이삿짐처럼 취급합니다. 내적 자발성에서 생산되는 기준에 의존하지 않고 항상 외부의 기준에 견주어서 보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자기 자신이 보잘 것 없고 나빠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보편적 이념과 같은 외부의 기준이라는 것은 술 찌꺼기에 불과합니다. 술 찌꺼기에 빗대어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보편적 이념과 보편적 기준들은 이미 지나간 가공물에 불과합니다. 그것들에서 벗어나 욕망의 담당자로서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에 선 주체로 그렇제 자신을 돌아보십시오. 그때의 자신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훨씬 자유로운 모습일 것입니다.(2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