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한 이유 워프 시리즈 1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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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이유》를 읽으면 행복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조금 '불쾌해진다'에 가깝다. 그런데 중단편의 각 소설들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괴이하다.

테드 창과 김초엽의 추천사가 눈에 띄는 이 책은 SF소설로 이미 유명한 그렉 이건의 한국판 특별 선집의 첫 책이다.
총 11편의 중단편들이 모여있는데 1990년대 초중반에 쓴 걸작들 모음이다.

과학적 논리와 용어들로 구성된 틀 속에서 '나' 어쩌면 '인간'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무엇으로 특정되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나의 뇌를 그대로 복제하여 같은 생각을 하면 나인가? 그런 복제가 나를 대체할 수 있나? 그렇다면 뇌를 제외한 몸은? 인간의 몸은 도구로 사용해도 되나?
감정이나 생각은 생물학적 시스템의 산물인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조작이 가능하다면 그것조차 '나'이고 '인간'일까.

그렉 이건은 쉽사리 답을 주지 않는다.
빨리빨리, 혹은 쉽게쉽게 답을 얻고 싶은 내 마음과는 달리 현실과는 다른 미래상이나 온갖 과학적 논리를 무기로 스토리 속을 헤매게 만든다.
중후반부의 어떤 지점에서 '아!'하고 깨달을 때까지 그렉 이건이 만들어놓은 현실(미래)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허우적댈 수 밖에 없다.

그게 작가가 가진 힘이고 이 책의 매력이다.

조금 장황할지 모르는 스토리 속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상ㅡ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를 미리 마주하고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고 또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서포터즈 제공도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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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범인 - 사망 직전의 환자 18명을 음식으로 살려낸 어느 양심의사의 고백
콜드웰 에셀스틴 지음, 강신원 옮김 / 사이몬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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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과 수술로는 병을 고칠 수 없고 병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깨닫고, 음식으로만 병을 치료하는 양심의사가 된 콜드웰 에셀스틴 박사의 책이다.
심장병으로 바이패스수술을 하던 클린턴 대통령을 음식으로 치료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이지만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ㅡ고기와 지방을 얼마나 좋아했고 콜레스테롤이 얼마나 높았고 바이패스수술을 한 등등의 이력들과 그들이 에셀스틴 박사를 만나 어떻게 상태가 좋아졌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어려운 용어로 기죽이기보다는 사례에 집중하고 음식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데 집중한다.
다양한 사례들 중 하나쯤엔 독자도 자신을 빗대거나 공감하거나 또는 가까운 친지가 같은 사례일 수 있으니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원제는 《Prevent and Reverse Heart Disease》, 번역판 제목은 《지방의 진실》이었다가 《지방이 범인》으로 바꾸었는데 표지가 사람을 통통하게 그리는 게 특징인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이라 왠지 조금 더 유쾌하고 가벼워진 느낌이다.
내용은 음식으로 목숨 건진 이야기들인데 말이다.

음식으로 모든 병을 치료한다고?
모두가 아는 쉬운 방법은 늘 가장 어렵고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방법인 것 같다.

🔖본문 260~261쪽
<에셀스틴 프로그램의 12계명>
1.육류를 먹지 마라.
2.닭고기를 먹지 마라.
3.생선을 먹지 마라.
4.어떤 종류의 유제품도 먹지 마라.(무지방 우유, 치즈, 샤베트도 안됨)
5.계란을 먹지 마라.(계란 흰자 조금도 안됨)
6.어떤 기름도 먹지 마라.(올리브유도 안됨)
7.현미를 먹고 통곡물 제품만 사용하라.
8.과일주스를 마시지 마라.
9.견과류를 먹지 마라.(심장질환이 없다면 약간만)
10.아보카도를 먹지 마라.
11.코코넛을 먹지 마라.
12.콩제품을 조심해서 먹어라.

베트남전쟁때 베트남군인과 한국군인의 혈관은 괜찮았으나 20대 미군의 혈관은 안 좋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온다. 그것도 다 옛날 얘기다. 한국도 이제 미국이나 다를 바 없다.

황제 다이어트니 버터, 올리브유를 황금식단으로 이야기하던 그 모든 말들이 광고에 불과하고 건강을 담보로 한 잠깐의 유희였음이 씁쓸하다.

특히 내가 인상적이게 읽은 부분은
🔖훈련을 받아서 생활을 조금 바꾼 환자들과, 생활습관을 거의 바꾸지 않은 환자들의 심장병 발병률은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과발표다.(94쪽)

알코올이나 니코틴 중독자들에게 조금씩 줄여서 끊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지방도 단칼에 끊고 안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수익 구조상 약보다는 비싼 수술을 권하게 되는 병원 시스템 속에서 반기를 든 의사들은 이 책의 작가 에센스틴 말고도 더 있다.

콜린 캠벨의 #무엇을먹을것인가
존 맥두걸의 #어느채식의사의고백

위 두 책 역시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이렇게 3번째 의사와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답은 나와있다. 실천만이 남아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꼭 읽어보고 실천해야 하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이벤트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인 의견으로 서평을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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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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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고 내 생각이 얼마나 좁은 식견인지 알게 한다. 그래서 책이 좋고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좋았다.

돌봄이라는 큰 틀 아래서 다양한 소주제(질병, 장애, 노동, 교육 등)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이 말한다. 질병 주제에는 질환자나 장애 당사자의 입장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권리 주제에서 돌봄 노동자의 처우와 우리 사회 시스템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질병과 장애, 권리ㅡ비교적 개인적으로 시작하여 젠더, 혁명, 탈성장ㅡ사회적이고 광범위한 것으로 차츰 시야를 넓혀간다.

'돌봄'Care은 누구에게나 가까이 있는 일이다. 작게는 질병과 장애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도 노인을 돌보는 것도 모두 이 '돌봄'에 속한다. 내 일 아니라고 선 그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돌봄없이 살지 못한다.

"우리 모두 장애인이 될 수 있다"라는 가정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장애인이며, 반드시 장애인이 된다"라는 의미이다.(92쪽)

돌봄노동은 여성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육아, 간병은 모두 여성의 일이라고 여겨지고 현재도 그러하다. 수많은 여성 요양보호사, 여성 간병인. 나를 키운 것도 돌보는 것도, 아픈 할머니를 돌본 것도 여성이다.
돌봄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하든 결국 젠더, 사회 문제로 이어져나간다.

돌봄은 혁명이 되어야 한다.(261쪽)

어떤 전문가, 어떤 사회 서비스가 '짠'하고 단번에 해결해줄 수 없다. 혁명은 모두가 참여할 때 이뤄질 것이다.

미처 몰랐던 이야기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아서 그런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내 생각의 폭도 넓어졌기를 바란다.

출판사에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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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만만해지는 책 -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는 뉴노멀 경제학
랜디 찰스 에핑 지음, 이가영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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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이렇게 자세해?! 라고 놀란 책이다.
교과서나 해설서만 보다가 필기노트를 본 것 같은 기분.
경제 용어와 경제현상을 꼭꼭 씹어 떠먹여주는 책이다.

경제의 기초지식으로 시작해서 미래경제 예측까지, 한 권의 책에 꽉 들어차있다.

노란색으로 색칠된 어휘(경제용어)들을 해당 챕터 바로 뒤에서 쉽게 풀이해준다. 처음에는 뭐 이런 어휘 정도야 싶었는데 중간중간 꽤 나오는 전문용어들을 상세히 설명해줘서 좋았다. 나는 각주를 동시에 보는 걸 선호하는 편이지만 뒤쪽에서 본문과 비슷한 비중으로 설명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진짜 '경제가 만만해지는 필수 경제용어' 설명! 표지에서 고슴이가 추천한 대로다. (이 책으로 고슴이, 뉴닉을 알게 됐는데 새로운 형식의 뉴스레터다. 구독중ㅋ)

경제에 대해 1도 몰라도 이 책을 통해 경제에 대해 알게 되지 않을까. 아니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경제가 위태로울수록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은행이자는 바닥을 치고 부동산은 엄두도 못내니 다른 수를 내야지... 독서하는 것은 나를 위한 가장 큰 투자이다. 그리고 경제를 공부하는 것 또한 미래를 위한 투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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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 세계 문명을 단숨에 독파하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조 지무쇼 엮음, 최미숙 옮김, 진노 마사후미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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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들어가는 말'에서 언급하듯이 이 책은 '세계 주요 도시의 역사'라는 익숙하고 흥미로운 출발점에서 세계사 공부를 시작하게끔 도와준다. 주요 도시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계사를 접하고 알아가게 된다. 보통 역사는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식인데(왕조순인 기전체나 시간순인 편년체 등) 그렇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이 책은 얕고 넓게, 세계사의 맛을 살짝 보며 흥미를 키워나가는데 딱이다.

하루에 한 도시씩, 30도시를 통해서 세계사의 굵직한 흐름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코로나 시국에 여행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깊어지는 부작용이 있음 주의 ㅠㅠ)

뉴욕이나 런던 같은 유명대도시가 아니라 바빌론과 예루살렘을 앞에 배치한 게 의아했었는데 시대적인 순서도 그렇고 종교적인 설명도 가미되면서 이후로 읽어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흥한 도시들의 공통점은 치수사업(물 공급), 도로 정비이다. 모두 다른 곳에서 다른 시기에 생겨나고 혹은 사라졌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발전해나간다. 현대에 이르러 많은 것들이 추가되었지만 기본적인 것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세계사를 접하며 늘 아쉬운 부분은 로마제국이나 몽골제국, 아니면 기독교와 같이... 하나가 크게 부흥하여 다른 다양성들을 인정하지 않고 파괴하여 잃어버린 것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현존했다면 얼마나 많은 고서적들을 접해볼 수 있었을까.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건 역사에서도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비유를 일본 지역으로 들어서 좀 아쉬웠다. 번역과정에서 한국의 예시로 바꿨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시, '이 공급량은 일본 요코하마시의 2017년도 하루 최대 배수량과 거의 맞먹는다.' 73-74쪽, 로마편 중에서)

이 책을 읽었다고 내가 세계사를 다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어렵게만 생각했던 세계사를 조금이라도 가깝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잘 모른다고 어려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더 열린 마음으로, 깊이 배울 수 있는 디딤돌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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