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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평점 :
기꺼이 별 다섯 개를 주었지만 이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는 게 씁쓸하고 아득해진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민주주의와 독재주의의 중간, 무질서의 아노크라시ㅡ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를 예리하고 냉정하게 짚어낸다.
#서평단#지원도서 로 읽었지만 어떻게든 찾아읽지 않았을까 싶다.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진단하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이 딱 그 예시라서 더 푹 빠져 읽었다.
우리가 그렇게나 좋은 사례로 꼽는 미국마저도 민주주의 지수가 떨어져 내전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오늘날의 미국에서 언제라도 내전이 발발할 수 있음을 이해하려면 현대의 내전을 발생시키고 규정하는 조건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 책을 쓰게 된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 내전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불이 붙고 확대된다."(16쪽)
그래서 왜 내전이 일어나느냐고?
ㅡ부분적 민주주의(36쪽)
ㅡ선출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무시(42쪽)
ㅡ파벌주의, 극단적 형태의 정치적 양극화(59쪽)
ㅡ권력을 잡았다가 잃은, 지위격하를 겪은 집단(93쪽)
ㅡ음모론, 폭력의 촉매가 되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164쪽)
ㅡ상대를 악마화하며 인기를 얻는 폭력 사업가들(218쪽)
한국이 총기가 불법이며, 전세계적으로 드물게 대다수가 한 민족, 한 인종으로 구성되었기에 다른 내전국처럼 극단적인 내전이 벌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ㅡ아직은.
하지만 출생률은 줄고 고령층은 늘고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방법 외에는 인구를 유지할 방안이 없다. 그렇게 필요에 의한 다민족 다종교의 환경 속에서 민족주의를 외치는 트럼프가 곧 남 얘기가 아니게 될 것이다. 하긴 이미 그 선전구호들을 기꺼이 가져다쓰는 집단이 있다...... 씁쓸한 현실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결코 위안이 되지 않는다.
책 마지막 챕터에서 해결책을 꽤 자세히 풀어낸다.
ㅡ법치(법적 절차의 평등하고 공정한 적용), 발언권과 책임성(시민들이 정부를 선택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정도, 그리고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유능한 정부(공공서비스의 질과 행정조직의 질과 독립성)ㅡ이 세가지 특징은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도와 정치제도가 탄탄하고 정당성과 책임성이 있는 정도를 반영한다. (247쪽)
ㅡ해법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는 데 있다.(252쪽)
ㅡ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 대다수가 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것을 믿을 때에만 작동한다.(253쪽)
정공법에 이상적인 이야기라서 실용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으나 이보다 더 나은 답은 없으리라.
내란을 겪은 사람들은 내란이 터지기 직전까지 너무도 일상적이라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지나고보니 그게 전조현상이었음을 알게된다. 우리는 지금 그런 전조 앞에, 안에 있는 건 아닌가. 개인으로써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음모론과 선동가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법치주의 민주주의를 믿는 사람으로 살기 위에 날을 세워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