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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집 - 아서와 선택된 아이들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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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백페이지에 가깝게 두껍지만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당신은 잘하고 있습니다. 매순간에 충실하세요. 잃어버린 시간은 낭비이기에"(26쪽) 같은 표어로 <1984>를 떠올리게 하는 통제주의 회사DICOMY의 평범한 직원 라이너스는 고아원을 방문하는 사례연구원이다.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일에 몰두하던 그가 특별한 고아원, 섬에 있는 벼랑 위의 집을 방문하게 되면서 신비롭지만 평범한 아이들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노움이나 정령, 적그리스도 같이 익숙하지 않은 마법적인 존재들에 어색해했던 것도 잠시,
어느새 여섯 아이들ㅡ탈리아, 피, 시어도어, 천시, 샐, 루시ㅡ에게 정이 듬뿍 들어서 같이 눈물 찔끔 흘리며 읽었다.

이 소설을 어떻게 분류하면 좋을까.
마법적인 존재들을 상상하기 위해 애쓰게 되는거 보면 판타지 소설 같다가도
'작아지고 싶어해도 괜찮다'고 교훈을 줄 땐 청소년소설같다가도
꽉 막힌 현대직장인의 표상 같은 라이너스가 서서히 모험을 즐기며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성장소설 같기도 하다.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모습은 사회풍자소설 같은 면도 있다.

그리고 작가는 '퀴어 이야기'이라고 불렀다. 달라서 차별받고 혐오당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담고자 했나보다.
내가 이 차별받는 아이들보다 꽉 막혀있다가 비로소 비눗방울을 깨고 나오는 라이너스에게 더 공감했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다.

이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소설 <벼랑 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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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인간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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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투명인간들은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살리기 위해서일까 더 없이 잔인하고 스릴러에, 여성 대상 성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원작소설 <투명인간>의 주인공 그리핀은 어쩐지 애처로울 정도다.

날씨와 상관없이 알몸에 맨발로 다녀야 해서 감기를 달고 산다. 재채기 소리가 허공에서 들리는 게 그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처럼.
그를 잡기 위해 길에 유리조각을 뿌리기도 한다.
먹는 것도 소화되는 과정이 보이고 돈 훔치는 것도 둥둥 동전이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일상생활을 생각한다면 절대 마냥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허버트 조지 웰스는 과학자로 대표되는 지식인의 오만과 독선을 지적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우등생이었던 학생이 연구에 과도하게 몰입해 아버지도 죽게하고, 자신만을 연민하고 자기합리화하며 다른 사람들을 해치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그는 그저 투명인간으로 실패하고 인간으로서 타락할 뿐이다.

죽어서야 피가 굳고나서야 '투명하지 않은 인간'으로 돌아온다.

에필로그가 인상적이다.
투명인간이 되는 법에 대해 암호화하여 적어둔 노트를 훔친자는 자신은 더 나을 수 있다며 해석하려고 하고, 그것을 연구하고자 하는 자는 계속 그 노트의 행방을 찾는다.
투명인간에 대한 욕망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열린책들 모노에디션 흰색 버전에 너무 잘 어울리는 <투명인간>이었다. 뒷 표지 그림 매력적!
문고판으로 편하게 들고다니면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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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한시영 지음 / 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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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미워하고 사랑하고 엄마의 죽음에 후회하고 안심했던
그 순간들을 일기보다 더 자기고백적으로 적은 책이다.

#죽이고싶은엄마에게 #출판사제공도서

제목부터 강렬한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소설처럼 읽었지만 에세이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이다.

딸에게 엄마는, 참 애정이고 애증이고 복잡하고 단순하다.
알콜중독자인 엄마를 둔 '한시영'은 어땠을까.
언제고 훌쩍 떠나 며칠이고 술에 취해서 잠들어버리는 엄마를 둔 어린 아이는 어엿한 아이 둘 엄마가 되어 엄마에 대해 넘쳐흐르는 감정을 담아 글을 쓴다.

여자이고 딸이고 엄마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이 아닐까.

술취한 엄마를 데려가라는 전화에 익숙해지는 모습에서 아이의 나이를 가늠하지 못했다. 책임질 게 많은 아이는 금방 어른이 된다.
함께 죄책감을 지어준 다섯번째 아저씨에게 직접 엄마의 사망 소식을 전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글에서, 엄마에게 잘해주던 반찬가게 언니 이야기에서ㅡ 아이를 돌봐준 따뜻한 어른들을 본다.

글로 터져나오는 삶이 담겨있어서 먹먹해하며 읽었다.
어떻게 이렇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치부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지 자전적인 글을 읽을 때면 항상 드는 마음이 있다.

엄마가 쓴 가상의 편지에 결국 눈물이 났다.
편지를 쓰면서 받는 '한시영'에게 위로가 되고 평안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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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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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별 다섯 개를 주었지만 이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는 게 씁쓸하고 아득해진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민주주의와 독재주의의 중간, 무질서의 아노크라시ㅡ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를 예리하고 냉정하게 짚어낸다.

#서평단#지원도서 로 읽었지만 어떻게든 찾아읽지 않았을까 싶다.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진단하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이 딱 그 예시라서 더 푹 빠져 읽었다.
우리가 그렇게나 좋은 사례로 꼽는 미국마저도 민주주의 지수가 떨어져 내전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오늘날의 미국에서 언제라도 내전이 발발할 수 있음을 이해하려면 현대의 내전을 발생시키고 규정하는 조건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 책을 쓰게 된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 내전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불이 붙고 확대된다."(16쪽)

그래서 왜 내전이 일어나느냐고?
ㅡ부분적 민주주의(36쪽)
ㅡ선출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무시(42쪽)
ㅡ파벌주의, 극단적 형태의 정치적 양극화(59쪽)
ㅡ권력을 잡았다가 잃은, 지위격하를 겪은 집단(93쪽)
ㅡ음모론, 폭력의 촉매가 되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164쪽)
ㅡ상대를 악마화하며 인기를 얻는 폭력 사업가들(218쪽)

한국이 총기가 불법이며, 전세계적으로 드물게 대다수가 한 민족, 한 인종으로 구성되었기에 다른 내전국처럼 극단적인 내전이 벌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ㅡ아직은.
하지만 출생률은 줄고 고령층은 늘고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방법 외에는 인구를 유지할 방안이 없다. 그렇게 필요에 의한 다민족 다종교의 환경 속에서 민족주의를 외치는 트럼프가 곧 남 얘기가 아니게 될 것이다. 하긴 이미 그 선전구호들을 기꺼이 가져다쓰는 집단이 있다...... 씁쓸한 현실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결코 위안이 되지 않는다.

책 마지막 챕터에서 해결책을 꽤 자세히 풀어낸다.
ㅡ법치(법적 절차의 평등하고 공정한 적용), 발언권과 책임성(시민들이 정부를 선택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정도, 그리고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유능한 정부(공공서비스의 질과 행정조직의 질과 독립성)ㅡ이 세가지 특징은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도와 정치제도가 탄탄하고 정당성과 책임성이 있는 정도를 반영한다. (247쪽)
ㅡ해법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는 데 있다.(252쪽)
ㅡ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 대다수가 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것을 믿을 때에만 작동한다.(253쪽)

정공법에 이상적인 이야기라서 실용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으나 이보다 더 나은 답은 없으리라.

내란을 겪은 사람들은 내란이 터지기 직전까지 너무도 일상적이라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지나고보니 그게 전조현상이었음을 알게된다. 우리는 지금 그런 전조 앞에, 안에 있는 건 아닌가. 개인으로써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음모론과 선동가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법치주의 민주주의를 믿는 사람으로 살기 위에 날을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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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레 요코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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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쌓아놓고 보는 사람과 피규어를 수집하는 사람이 결혼하면 어떨까. 어느 커플의 우당탕탕 합가 시도 과정이 담겨있는 소설이다.

#서평단

소장은 이제 부동산의 문제다.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둘 곳이 없어서 못 산다.

읽은 책, 아직 읽지 못한 책 등등을 잔뜩 쌓아놓고 사는 입장에서 사에코에 잔뜩 이입하며 읽었다.
기껏 소중한 책을 정리했는데 피규어를 정리하지 못하는 남자를 어떻게 믿고 결혼한단 말이야?!

관계의 발전을 위해 기존의 자신을 얼마나 내려놓을 수 있을까.
그렇게 타인이었던 상대와 맞춰가는 게 결혼인걸까.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훌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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