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필요한 시간 - 빅뱅에서 다중우주로 가는 초광속 · 초밀착 길 안내서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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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필요한 시간은 언제일까?
ㅡ 바로 지금?!

며칠 전 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 실시간 유튜브 중계를 찾아봤는데 엄청 많은 이들이 함께였다. 그냥 보는 게 아니라 확대도 해주고 천왕성이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달에 가까이 가고있는지 보여줘서 이해하기 쉽고 좋았다. 유튜브가 과학을 한층 더 가깝게 만드는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새삼 느낀 계기다.
이 책 《과학이 필요한 시간》 그리고 저자이자 유튜버인 궤도 역시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과 일반 대중 사이의 가교 같은.

어려운 과학도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언어로 바뀌어 표현해주고 적절한 비유들이나 인용 등도 전작 《궤도의 과학 허세》보다 돋보였다. 책을 읽으며 독자도 성장하고 책을 쓰며 작가로서도 성장하고 있는 걸까.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에 대해 1부에서 다뤄서 그런지 시작부터 흥미롭게 읽었다.

소제목들도 매력적이다. 테드 창의 sf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시간을 주로 다루는 2부의 제목으로 쓰기도 하고 4부 엔트로피 소제목은 무려 '악마는 엔트로피를 입는다'이다. 우주 멸망을 엔트로피로 설명하면서 악마에 비유하고 그걸 또 영화로 가져오는 그런 센스가 참 좋다.

묘사도 놀랄만큼 좋은 부분도 있었다. 우주의 한 장면을 소개하는 부분이었는데 마치 눈에 보일 듯이 상상할 수 있게끔 묘사되어 감탄했다. 이 부분만 보면 과학입문서인지 시인지 소설인지 헷갈릴 것 같다.

"위쪽에 존재하는 젊은 별들이 내뿜는 복사에너지로 인해 먼지와 가스가 아래쪽으로 밀려나면서 마치 거대한 산맥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 심지어 먼지로 만들어진 봉우리 안쪽까지 자세히 보여서 마치 요람에서 배냇저고리로 꽁꽁 감싸고 있던 아이의 고사리손과 얼굴을 처음 확인하는 것과 같은 환상적인 순간을 선보인다." (149쪽, 우주를 보는 새로운 방법을 준비하는 인류)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옳다. 하지만 어떤 희망, 기적을 위한 노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책을 통해 과학이 널리 대중화되고 과학을 사랑하고 공부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조금 더 많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동아시아서포터즈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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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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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주를 둘러싼 막을 발견한 인간은 그 막 너머에 있는 존재를 희망으로 여긴다. 그렇지 않으면 더이상 살아갈 수 없는 지구를 배경으로 신을 만나기 위해 몇 백년을 날아가는 우주선 속 이야기를 이 책은 보여준다.

그래서 막 너머에 신이 있을까?
신을 만날 때까지 지구는, 아니 지구는 괜찮다. 인간은 멸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신은 인간에게 자비를 베푸는 존재인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읽어야 한다.

#서포터즈#제공도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함

한번 책을 펼쳤더니 백 페이지는 순식간에 읽게 되는 흡입력을 가졌다.
이야기는 크게 3개로 나누어진다.
1.우주를 둘러싼 막이 있고 인공위성이나 기계는 그 막을 통과하지 못하며, 지구만이 살아있는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위대한 아브만미르 박사'에 대한 얘기가 꽤나 피식 웃음나오게 한다.
2.굶주림에 지치고 가족에게 지치는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게 대수롭지않은, 대기근을 지난 식량부족 국가인 한국을 그린다. 적은 영양섭취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유전자조작 아이들이 태어난다. 이 아이들을 무궁화호 우주선에 태워 막 너머로 보내는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이 우주선을 띄우기 위한 쉽지 않은 과정을 그린다.
3.우주선은 처음 계획대로 막을 향해가지만, 아무것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사람 사는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그 좁디좁은 우주선에서도 일어난다. 식량과 자원 부족으로 40살이면 비료가 되기 위해 죽어야하는 시스템, 노동과 생식까지 철저히 통제되는 계급사회ㅡ 그 안에서 혁명을 꿈꾸지만...

우주선 '무궁화호'를 통해 인간과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영화 '설국열차'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도 다소 있었다. 자원부족한 좁은 공간에 몰리면 인간종은 어쩔 수 없는 걸까.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현실,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대응할까, 어떻게 살까? 생각해보게 만든다.

초반에 '인간이 아니었던 석사 시절'이라고 해서 sf다보니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나오는건가? 생각했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대학원생 '석사'를 인간과 다른 종으로 부르곤 하는 드립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인간인 것'과 '인간이 아닌 것'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인간,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호모 사피엔스 인간종이 아니라 인간성을 가진 인간만을 인간이라고 하는 것일까. 소설 속 인간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고 노동력, 부품으로 대하는 시스템 속에서도 인간은 인간이다. 배신하고, 희생하고, 자유와 희망을 갈망하고...인간을 먹더라도 인간은 인간이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치 않고 보게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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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생화학무기부터 마약, PTSD까지, 전쟁이 만든 약과 약이 만든 전쟁들
백승만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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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전쟁과 약의 기나긴 악연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다.

※서포터즈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함

"약은 전쟁에 기생하고 전쟁은 약을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전쟁과 약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세계사 잘 모르는 사람, 화학이나 약학 잘 모르는 사람도 꽤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 때 암기하기에 급급했던 화학식들이 만들어졌던 역사를 알게되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역사를 알았다면 조금 더 잘 외워졌을까? 그건 아니었겠지만 재미는 좀더 있었겠지.

합리적인 설계를 통해 계획적으로 개발된 약보다는 우연에 가까운 특별한 계기로 개발된 약이 더 많다고 한다. 전쟁도 그러한 계기다.

전쟁을 통해 약이 개발될 동력을 얻고, 그렇게 개발된 약은 전쟁에서 한 나라를 승리로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한다.
학구열이든 명예욕이든 끊임없이 질병의 해결책을 찾아 헤매고 연구한 이들이 있어 지금의 의학기술이 있는 것이다.

전쟁이 끝나면 군사기술이 민간에 개방되는데 기관총 회사가 스테이플러를 팔고, 우라늄 보관을 위해 개발된 테플론은 프라이팬 바닥이 되었다니(166쪽) 전쟁의 영향은 일상과 제법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19 시국이 반영되어 있어서 그냥 역사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준다.
미국인 사망자 수 기록으로 1941년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인 2403명 사망이 가장 큰 수치였으나, 그 기록은 9.11테러 2977명으로 바뀌고, 2020년 코로나19로 매일 3천명 넘는 사람이 죽으며 경신되었다고 한다.(101쪽)
전쟁보다 강력한 질병과의 전쟁이다.

진지할 것만 같은 전쟁과 약의 역사지만,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다. 모기가 포만감을 느끼게 해서 피를 빨지 못하게 하는 연구가 2019년 Cell지에 발표되기도 했다고.(174쪽)🤣

과학적 또는 역사적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긴 한데 너무 무겁지 않고 재밌게 읽었다. 역사와 현실을 연결하고 지식과 재미를 이어나가면서도 은근한 교훈을 잊지 않는다는 점이 대학교 교양강의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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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이유 워프 시리즈 1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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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이유》를 읽으면 행복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조금 '불쾌해진다'에 가깝다. 그런데 중단편의 각 소설들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괴이하다.

테드 창과 김초엽의 추천사가 눈에 띄는 이 책은 SF소설로 이미 유명한 그렉 이건의 한국판 특별 선집의 첫 책이다.
총 11편의 중단편들이 모여있는데 1990년대 초중반에 쓴 걸작들 모음이다.

과학적 논리와 용어들로 구성된 틀 속에서 '나' 어쩌면 '인간'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무엇으로 특정되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나의 뇌를 그대로 복제하여 같은 생각을 하면 나인가? 그런 복제가 나를 대체할 수 있나? 그렇다면 뇌를 제외한 몸은? 인간의 몸은 도구로 사용해도 되나?
감정이나 생각은 생물학적 시스템의 산물인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조작이 가능하다면 그것조차 '나'이고 '인간'일까.

그렉 이건은 쉽사리 답을 주지 않는다.
빨리빨리, 혹은 쉽게쉽게 답을 얻고 싶은 내 마음과는 달리 현실과는 다른 미래상이나 온갖 과학적 논리를 무기로 스토리 속을 헤매게 만든다.
중후반부의 어떤 지점에서 '아!'하고 깨달을 때까지 그렉 이건이 만들어놓은 현실(미래)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허우적댈 수 밖에 없다.

그게 작가가 가진 힘이고 이 책의 매력이다.

조금 장황할지 모르는 스토리 속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상ㅡ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를 미리 마주하고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고 또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서포터즈 제공도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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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범인 - 사망 직전의 환자 18명을 음식으로 살려낸 어느 양심의사의 고백
콜드웰 에셀스틴 지음, 강신원 옮김 / 사이몬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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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과 수술로는 병을 고칠 수 없고 병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깨닫고, 음식으로만 병을 치료하는 양심의사가 된 콜드웰 에셀스틴 박사의 책이다.
심장병으로 바이패스수술을 하던 클린턴 대통령을 음식으로 치료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이지만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ㅡ고기와 지방을 얼마나 좋아했고 콜레스테롤이 얼마나 높았고 바이패스수술을 한 등등의 이력들과 그들이 에셀스틴 박사를 만나 어떻게 상태가 좋아졌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어려운 용어로 기죽이기보다는 사례에 집중하고 음식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데 집중한다.
다양한 사례들 중 하나쯤엔 독자도 자신을 빗대거나 공감하거나 또는 가까운 친지가 같은 사례일 수 있으니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원제는 《Prevent and Reverse Heart Disease》, 번역판 제목은 《지방의 진실》이었다가 《지방이 범인》으로 바꾸었는데 표지가 사람을 통통하게 그리는 게 특징인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이라 왠지 조금 더 유쾌하고 가벼워진 느낌이다.
내용은 음식으로 목숨 건진 이야기들인데 말이다.

음식으로 모든 병을 치료한다고?
모두가 아는 쉬운 방법은 늘 가장 어렵고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방법인 것 같다.

🔖본문 260~261쪽
<에셀스틴 프로그램의 12계명>
1.육류를 먹지 마라.
2.닭고기를 먹지 마라.
3.생선을 먹지 마라.
4.어떤 종류의 유제품도 먹지 마라.(무지방 우유, 치즈, 샤베트도 안됨)
5.계란을 먹지 마라.(계란 흰자 조금도 안됨)
6.어떤 기름도 먹지 마라.(올리브유도 안됨)
7.현미를 먹고 통곡물 제품만 사용하라.
8.과일주스를 마시지 마라.
9.견과류를 먹지 마라.(심장질환이 없다면 약간만)
10.아보카도를 먹지 마라.
11.코코넛을 먹지 마라.
12.콩제품을 조심해서 먹어라.

베트남전쟁때 베트남군인과 한국군인의 혈관은 괜찮았으나 20대 미군의 혈관은 안 좋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온다. 그것도 다 옛날 얘기다. 한국도 이제 미국이나 다를 바 없다.

황제 다이어트니 버터, 올리브유를 황금식단으로 이야기하던 그 모든 말들이 광고에 불과하고 건강을 담보로 한 잠깐의 유희였음이 씁쓸하다.

특히 내가 인상적이게 읽은 부분은
🔖훈련을 받아서 생활을 조금 바꾼 환자들과, 생활습관을 거의 바꾸지 않은 환자들의 심장병 발병률은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과발표다.(94쪽)

알코올이나 니코틴 중독자들에게 조금씩 줄여서 끊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지방도 단칼에 끊고 안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수익 구조상 약보다는 비싼 수술을 권하게 되는 병원 시스템 속에서 반기를 든 의사들은 이 책의 작가 에센스틴 말고도 더 있다.

콜린 캠벨의 #무엇을먹을것인가
존 맥두걸의 #어느채식의사의고백

위 두 책 역시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이렇게 3번째 의사와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답은 나와있다. 실천만이 남아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꼭 읽어보고 실천해야 하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이벤트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인 의견으로 서평을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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