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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5 ㅣ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5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기획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1년 10월
평점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5》에서 가장 인상적이며, 가장 쪽수도 많이 잡아먹는 인물이 바로 폼페이우스다. 실제로 그는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다. 다정다감한 성격, 고귀한 성품, 덕 있는 태도 등등 내면적인 품성도 아주 아름다웠으며, 실제적인 능력 역시도 탁월했다. 그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카이사르와 비교를 해봐도, 카이사르의 군사적 업적은 폼페이우스에 비교하면 흔히 '듣보잡' 수준이라고 할 만 한다. 폼페이우스는 지상으로는 3개의 대륙,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소아시아에서 승리를 거뒀으며 바다로는 지중해 연안 일대를 장악한 인물이다. 실제로 이전까지의 로마 인물들 중에서는 이렇게 방대한 영역에서 전공을 세운 자가 없었다. 그는 로마의 위용을 넓힌 영웅 중의 영웅이다. 게다가 그는 비록 정치적인 이유로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지만, 다른 권력자들과는 다르게 여자 문제에 있어서도 비교적 깔끔했다. 그는 아내에게 최선을 다했다. 소아시아 원정 도중에도 미트리다테스의 여인들을 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돌려보냈다. 이런 위대한 인물이 왜 카이사르에게 패배했을까? 실제로 카이사르와 전쟁을 할 당시에 객관적인 조건을 봐도 카이사르보단 폼페이우스가 훨씬 유리했다. 폼페이우스는 따르는 인물들이 많았으며, 막대한 해상 세력권과 더불어 정부의 원로들도 대부분 그를 지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로마 자국 내에서도 폼페이우스의 인기는 카이사르보다 훨씬 높았고, 그로 인해 군사들도 훨씬 많았다. 왜 그토록 유능하고 유리했던 폼페이우스가 카이사르에게 패배한 것일까?
첫 번째 원인은 바로 카이사르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폼페이우스는 카이사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카이사르는 그저 그런 군벌 세력이 아니었다. 그는 크랏수스의 영악함과 폼페이우스의 군사적 재능을 두루 갖춘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카이사르는 갈리아에 있을 때 로마의 지지세력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온갖 뇌물을 동원했다. 그는 매우 현실적인 인물이었으며 모략과 계략에도 능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폼페이우스는 자신의 정적 카이사르를 그저 갈리아의 지방관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두 번째는 준비성이다. 카이사르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늘 갈리아에서 정예병을 훈련하고 있었다. 기회가 오면 갈리아의 군단을 움직여 로마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속셈이었다. 반면 폼페이우스는 자신의 관리구역인 이베리아반도의 군사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는 성공 뒤 로마에 머물러서 부인과 함께 유유자적한 세월을 보냈다. 이미 국내에서는 자신을 제거할 세력이 없다고 판단하였기에, 이런 안일한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로 로마 안에서는 그를 대적할 세력은 없었다. 폼페이우스는 자신의 군사적 능력을 너무 과신했다. 그랬기에 카이사르가 움직이면 전방위로 병력을 동원하더라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쟁이 터졌을 때, 폼페이우스의 군대는 카이사르의 군대보다 두 배 가량이 넘었지만, 정예화된 카이사르의 군대에 패배했다. 만약 폼페이우스가 젊은 시절에 대륙을 정벌하듯 평소에 군대를 준비했다면 카이사르에게 그토록 허망하게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 번째로 소신 없는 모습을 꼽을 수 있다. 카이사르와의 전쟁 당시 폼페이우스는 로마를 내줘 카이사르의 강력한 예봉을 피한 다음, 여유를 가지고 군사를 소집하여 훈련한 뒤 수륙 양면으로 카이사르를 공략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전략은 탁월했다. 왜냐하면 카이사르에 비해 폼페이우스의 세력이 워낙 압도적이라서, 카이사르가 수도인 로마를 점령했다고 한들 보급 때문에 유지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반면 폼페이우스는 막강한 해상세력과 이탈리아반도와 아시아, 아프리카, 이베리아반도의 세력이 있었고 이들을 유동적으로 활용한다면 오히려 카이사르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갈리아 지역으로 역공을 가할 수도 있었다. 카이사르와 비슷한 사례가 바로 일본 전국시대의 아케치 미츠히데다. 전국 시대에 아케치 미츠히데는 반란을 일으켜 오다 노부나가를 죽이고 수도인 교토를 점령하였지만, 이는 결국 3일 천하로 끝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카이사르 역시 이런 결점을 가졌기에 장기전으로 흐르면 흐를수록, 카이사르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폼페이우스는 로마의 정부와 원로원이 지지를 하고 있기에 명분상으로도 카이사르보다 우위에 있었으며, 귀족들과 평민들 역시 폼페이우스를 더 지지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카이사르로부터 수도 로마를 빨리 탈환하라고 폼페이우스를 부추겼다. 이에 폼페이우스는 냉정한 자신의 판단을 버리고 과도한 자신감에 도취되어 준비되지 않는 군대를 이끌고 카이사르의 정예병과 싸움을 개시했다. 애초에 카이사르는 육군이 우세했고, 폼페이우스는 육군보다 우월한 해군을 운용할 수 있는데, 이런 해상세력을 이용하지 않고 준비가 되지 않는 육군으로만 전투를 감행했다. 이 부분도 결국 카이사르에게 유리했으며, 결국 이런 결과로 폼페이우스는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즉 종합해보면 폼페이우스는 성공 이후 스스로를 자만하였다. 그랬기에 카이사르를 똑바로 볼 수 없었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았으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전쟁에 임했다가 패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모든 면에서 카이사르보다 유리했지만, 그 유리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했다. 세 개의 대륙을 정벌하고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한 임페라토르(로마의 승전 장군을 지칭) 지만 이렇듯 자만감에 사로잡혀 단 한 번의 패전 끝에 이룩한 공을 모두 잃은 셈이다. 이렇듯 사람은 성공의 정점에 있을 때 스스로를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
5권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리더의 무게'에 대해서다. 리더의 행동은 사소한 하나라도 대중들은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를 지도하는 통수권자들이 사용하는 옷이나 물품은 일반 시민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렇기에 지도자들은 이러한 사소한 행동을 통하여 정치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한다. 5권에 나온 인물들의 행적도 그랬다. 그들의 행동은 많은 팔로워들을 뒤흔들었다. 아게실라오스와 폼페이우스는 모두 뛰어난 공적을 이룬 인물들이다. 그들의 인생 전반기는 매우 황금기였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개인적 자질로 시민들에게 칭찬을 받았으며, 뛰어난 업적을 통하여, 각각 그리스와 로마의 패권을 더 넓혔다. 그러나 이런 위업들도 리더의 자만과 변덕으로 인해 흐려지게 됐다. 민중들과 지지자들은 변절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그 누구보다도 빨리 인지했다.
아게실라오스는 테베의 반역으로 곤욕을 치렀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승리한 스파르타는 그리스 지역에서 막강한 패권을 구축했고, 그랬기에 스파르타는 그리스의 맹주였다. 그런 스파르타에게 테베가 반란을 일으켰다. 아게실라오스는 이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그가 내세웠던 신념을 져버리고, 동맹국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는 테베와의 전쟁에 너무도 집착했다. 설상가상으로 테베에 연달아 패배했다. 그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테베에 있어서도 좀 더 공정하게 관용적으로 대했더라면 테베의 반란은 쉽게 종식됐을지도 모른다. 폼페이우스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위대한 위업을 이뤄냈지만 결국 자만하는 모습으로 인해 스스로 몰락했다. 리더의 행동은 사소해 보일지라도, 그 영향력은 막대하다. 이 말은 리더가 한 번 실수를 행한다면 그 피해 역시 막심하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리더는 행동하기에 앞서 신중해야 하고 매사에 스스로를 돌아봐야만 한다.
펠로피다스와 마르켈루스는 모두 조국을 위해 싸운 위인들이다. 물론 펠로피다스는 조국 테베의 독립을 가져왔고, 테베를 그리스의 패권국으로 만든 위인이었지만, 말년에 사소한 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목숨을 잃었다. 마르켈루스도 한니발을 괴롭힌 장군으로, 한니발이 로마 본토에서 가장 두려워한 인물이었다. 그는 한니발에 대한 증오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두 사람 모두 뛰어난 영웅이고 나라를 드높인 영웅들이지만 말로가 좋지 않다. 그들이 숭고한 죽음을 맞이했을진 모르겠지만, 만약 죽지 않고 살아서 나라에 보답했다면 조국에 더 큰 영광을 가져왔지 않았을까? 이렇듯 리더의 행동은 너무 가벼워서도 안되고 너무 무거워서도 안된다. 너무 집착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방관해서도 안된다. 적정한 방향을 걸어가되 늘 자신을 점검하고 반성해야 하며, 모든 부분에 있어서 중용을 견지해야 한다. 참 어렵다. 그러니 리더는 아무나 해서도 안 되고 아무나 욕심내서도 안 되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