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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아이 윌라
로버트 비티 지음, 황세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우아 동화책으로는 분량이 상당한데?' 라는 생각이었다. 게다 평소 선호하지 않던 판타지 장르. 새로운 종족이나 이름이 등장할 때마다 앞을 자꾸 뒤적이게 되는 등 장벽이 있었다.
하지만 윌라가 자연의 일부에 스며들 듯, 한 장 한 장 넘기며 윌라의 모험과 성장기를 지켜보면서~ 중간 이후부터는 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 듯 하다. 여러 장으로 나뉘어져있지만 한 장의 분량이 짧아서 겉만보고 두껍고 지루한 이야기라고 판단하는 건 nono!!!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장면을 떠올리게 되고, 환타지지만 바로 지금 당면한 사회문제를 연상시키는 장면도 많아서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를 관통하던 질문,
"넌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니?"라는 것에 내스스로도 답을 찾으며 읽게 되었다.
'운 돈 나트라 두둠 파르(친구야, 네 도움이 필요해)' 주문을 외고 싶은 요즘,
철저히 나보다는 우리, 복종 이외의 앎은 죽음을 부르는 곳에서 숲의 아이 윌라가 살아남는 법은 무엇일까?
윌라는 숲의 아이다. 자연과 교감하며, 주변에 섞여드는 마법을 쓰는 숲 마녀고,파드란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재비이자 도둑이다. 어느날 소리 없이 움직이고, 티 안나게 훔치는 기술로 무리를 이탈해 혼자 물건을 훔치다 인간의 공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윌라가 만난 인간은 듣던 바와 달랐다.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자 오히려 구원의 손길을 내밀던~ 인간은 자연을 무참히 파괴하는 나무 도살자이자 물건을 빼앗아도 마땅한 낮종족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알고보니 철저히 '우리'를 강조하던 파드란의 정체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숲, 다른 종족, 인간, 동물 모두를 파괴하는 자라는 것을. 이야기는 윌라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파드란의 명령이나 의지를 거스를 수 없던 윌라가 결국 불합리한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모험.
윌라는 그동안 시들어 가는 데드 할로우 등지에서 평생 보고 겪은 바를 바탕으로 사랑을 정의내린다. 사랑은 쉽사리 부서지고 지속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적인줄 알았던 인간의 도움과 사랑. 가족, 연대의 힘을 느끼며 변화한다. 무엇보다 윌라를 가족처럼 아껴준 너새이얼에게 아이들을 되찾아주며 사랑은 돌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은 강이자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고, 매일매일 떠오르는 태양이고, 언제나 흐르는 물처럼 한계가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떠올려본다. 가족을 잃은 윌라를 평생 보살펴 준 마머우의 유언은 단순한 숲의 지식을 알려준 것이 아니라, 가슴 속에 있는 사랑과 연민을, 영혼의 감각을 지키라고 애원한 거였다는 것을. 섞여들려는 본능만이 아니라 때로는 기꺼이 일어서서 자신을 드러내고 용기 있게 행동하려는 심지를 지키라고 애원한 것이였음을. 무엇보다 마머우의 바람대로 살아가고 성장하려면 가족이라는 토양과 햇살이 필요함을.
윌라는 숲의 방식에 따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로를 의지하며 다시 가족을 이루고, 함께 힘을 모아 더 나은 둥지를 만들려는 희망을 갖는다. 모든 것이 무너진 뒤에야 찾아오는 희망,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 같던 현실이 어쩌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예감으로. 그녀를 받아준 새로운 가족과 함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 생각해본다.
기존의 방식 중에 소수의 욕심을 바탕으로 희생되는 가치는 없는가?
아무렇지 않게 따르는 익숙한 방식이 누군가에게 폭력적이지 않는가?
무엇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이들과 연대하며 공존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파드란처럼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는 자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꾸준히 나타날 것이다. 그럴때마다 꼭 윌라의 용기를, 사랑과 연민, 연대만이 함께 성장하는 길임을 기억하고 싶다.
'늑대를 보면 함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단다. 늑대들은 함께 사냥하고, 함께 영역을 지키고, 함께 노닐고, 함께 새끼를 키우지, 서로서로 사랑하며 살아남는 거야.'(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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