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리가 아무리 스콜라 창작 그림책 98
최민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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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은 그림책을 만났는데 아이와 내가 함께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 중 한 분이 바로 최민지 작가이다. 《문어 목욕탕》,《코끼리 미용실》은 수도 없이 읽은 것 같고 지금도 꽂아 놓은 곳이 달라지면 어디 있냐고 찾는 책. 《나를 봐》는 최근에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으로 관계, 친구에 대하여 이야기 나눌 때 함께 읽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곳이 보이는 매력이 있다.


최민지 작가의 새로운 그림책. 최민지 작가의 그림책에는 매번 비슷한 듯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관계'나 '소통'에 관한 메세지가 있어 이번 그림책에서는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했다.

문어 목욕탕에 이어 또다시 귀여운 문어가 등장한다. 그런데 제목이 《오모리가 아무리》 라니. 아이의 언어인가? 앞과 뒤 표지에 등장한 귀여운 아이와 문어의 이름인가.

누가 오모리고, 오모이가인가? 설마 또다른 이름은 아무리? 말장난처럼 비슷한 음인듯 하면서도 낯선 이름의 두 주인공.


오모리가 내 방으로 오게 되었다.

아하! 오모리가 문어고 문패의 아무리가 또 다른 주인공이구나. 최민지 작가의 전작들을 읽은 독자라면 이 그림책 속엔 작가의 흔적이 어디에 숨어 있을까 궁금했을 것이다. 이번엔 문패 이름 속에 작가님이 등장하는구나.



살던 곳에서 이유없이 내쳐진 오모리. 짝궁을 간절히 원하던 아무리에게도 오모리는 환영받는 친구는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취향이 맞지 않았으니까. 그때문에 어쩐지 불편했으니까.

하지만 오모리 덕에 하나 둘 친구들의 방문이 시작되고 무엇보다 나를 좋아하는 오모리가 싫지 않은 아무리. 세수 할 때 머리카락도 잡아주고, 때수건이며 세면도구에 안경까지 챙겨주는 이 센스를 보라.

이 장면에서 아무리도 알고보면 오모리와 좋아하는 것이 비슷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에 깔고 있는 물고기 모양의 매트나 문어 모양 전등. 아니면 하나씩 오모리의 취향에 맞춰가고 있던 것일까.


하지만 오모리는 나랑 있을 때보다 다른 친구와 있을 때 더 신나고 행복해 보이는데

서운함을 참을 수 없던 아무리와 오모리의 진심은 무엇일까? 서로 다른 종이기에 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애초부터 내 맘에 들지 않던 짝이었는데 왜 서운함이 터져 나오는 것일까?


내 마음에 남는 한 장면은 바로 이 장면. 갑자기 사라진 오모리에게 원망을 쏟아놓다가

이제까지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만 했다는 것을 깨달은 아무리가 오모리의 말을 듣는 장면이다.

뽀글뽀글

포르르~

아 그랬구나.

대화는 서로 말하는 것 이전에 서로 들어주는 것이지.


표지가 다시 보인다.

앞 면에 화면을 가득 채우며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던 아무리.

뒷 면에 오모리와 눈을 마주치며 몸을 기울여 이야기를 듣는 아무리.

운명의 단짝은 위시 리스트의 항목을 정해놓고 딱 맞는 이가 나타나길 기다려 맞는 것이 아니었구나.

아무리 처음에 통하는 것이 하나 없어 보여도

오! 머리 부터 발끝까지 다 맘에 안들게 느껴져도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무엇이 나를 향한 진심인지 알게 되는구나.

새로운 주엔 아이들과 마니또 짝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 시작을 서로 자세히 바라보고 들여다보자며 《나를 봐》로 시작했으니 짝궁 공개날, 마무리는 《오모리가 아무리》로!!!!! 최민지 작가가 들려주는 다음 소통에는 어떤 관계의 주인공들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 글은 위즈덤 하우스 <나는 교사다>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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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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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창비선생님북클럽으로 해당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내겐 청소년 소설로 익숙한 조우리 작가. 동명의 조우리 작가가 또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서평 목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다시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다.

조우리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북클럽 첫 활동을 시작할 수 있어 더 없이 신난 4월이다. '오, 사랑'에 이어 최근 '사과의 사생활'도 재미있게 읽은 터라 조우리 작가의 동화는 어떻게 전개될까? 이번 작품 또한 기대가 되었다.

<<4X4의 세계>>는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의 29회 고학년 동화 부분 대상 수상작. 창비의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들은 제목만 들어도 표지가 떠오를 정도로 아이들은 물론이고, 동화 읽는 어른들에게 두루 사랑받는 책들이 많다. 가끔씩 비오는 날, 괭이부리말 아이들, 엄마 사용법,기호3번 한석뽕, 우주로 가는 계단, 아무거나 문방구~ 이들 중 교과서에 수록된 책들이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책들이 많은데, 조우리 작가의 동화가 오랜만에 나온 고학년부분 수상작이라 더 반갑다.

표지 속에 사랑스러운 두 아이가 등장한다. 조금은 생소한 4X4의 세계. 제목을 먼저 읽은 딸은 '구구단 이야긴가? 하며' 지레 짐작을 하는데~ 어린이 재활 병동을 배경으로 입원 중인 두 아이가 책을 통해 만나 친구가 되는 이야기이다. 하반신 마비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내는 아이, 호. 천장의 열여섯 개의 정사각형들을 쳐다보는 일 외에는 할일이 없던 호에게는 4X4의 세계가 전부다. 16개의 네모 칸을 떠오르는 그림으로 홀로 채우며 내일은 조금은 다른 일이 일어나길 하는 바람으로 잠드는 일상이 반복되는데, 병원 복도 한 구석에 책장이 생기면서 호에게도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 바로 4X4의 세계를 함께 채울 친구를 만나게 된 것.


  책 속에 서로의 흔적을 남기며 시작된 인연은 쪽지 대화로 이어지고 자연스레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공유하며 자연스레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호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나의 세계를 공유하는 친구가 생긴다는 것. 무기력하고 멈춰있던 호의 시간들이 설렘으로 채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신이 났다. 쪽지로만 대화를 나누다 자신의 모습에 새롬이 실망할까 직접 만나는 걸 주저하던 호. 하지만 비오는 날 지렁이 무덤을 만들어주는 새롬은 휠체어를 탄 호 덕에 흙을 더 쉬이 옮길 수 있으니 편하겠다며 다가온다.

희망, 가능성과는 멀어지는 날들이라고 생각한 호에게 새롬과의 만남은 어떤 의미일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


"나는 휠체어라는 제약이 있고, 세로는 조금만 뛰어도 금방 지쳤기 때문에 오래 놀진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우리 둘 다 완벽하지 않아서. 부족한 나와 부족한 세로가 이 세상에 둘이나 있어서. 그런 우리가 같이 있어서"

호가 새롬(둘만의 애칭은, 세로)에게 비오는 날이면 지렁이 무덤을 만드는 이유를 묻자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겠다는 새롬의 대답이나. 그 전까지 걷지도 못하고 또래보다 작은 모습이 부끄러웠던 호가 함께 있는 순간, 완벽하지 않아 더 좋다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환자이기 전에 마음이 통하는 이를 만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꿈꾸게 하는 것. 아니 가능하게 하는 것. 이건 모두가 누려야하는 당연한 권리가 아니던가?

아직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 아직도 장애를 극복해야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나도 모르게 측은한 마음으로만 바라보면서 내겐 아픈 날들이 오지 않기를 소망하지는 않던가?

동화를 읽으면서 다양한 어린이들의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다양한 어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동화를 읽는 모두에게 다행이자 복된 일이 아닐까 싶다.

병원 속 또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종일 호의 곁을 지키는 할아버지, 호를 맡기고 일하는 호의 부모. 사춘기 자녀를 둔 가족, 외국인 가족, 간병이모,

오랜 병간호 속 가족들의 대화 속 각자의 사정을 엿보며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것은. 화장실 마저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생활.

다인실 병동에서 소리도 냄새도 숨길 수 없는 모든 일상을 공유해야하는 사람들,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도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 호가 병원 한쪽에 생긴 작은 도서관을 나만의 동굴로 생각하고 빠져드는 것은 사막 속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 아니었을까?

창가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운과 기다림이 맞아 떨어져야하는 일인데 '아픈 사람이나 돌보는 사람 모두 언제든 창밖의 세상을 볼 수 있고 개인의 시간과 공간을 챙길 수 있어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호와 새롬이의 성장 모습 외에도 병동생활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 작가의 사려깊은 시선에 고마움을 느낀다.

재활치료의 과정이나 장기 재활 환자들은 한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떠돌아다니는 현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재활유목민'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러 병원을 찾아 대기하고 , 치료나 관리가 꾸준히 이어지지 못할 때 환자나 가족들이 짊어질 불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장기 병원 생활에 지원들도 다양하게 이루어져야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생각하게 된다.

  조우리 작가님이 이렇게 생생하게 병원의 생활을 옮겨낼 수 있던 동기나 창작과정도 궁금해진다. 어떻게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읽으며 어떻게든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세상을 열어주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서평단을 하면서 작가님의 편지를 함께 받는 호사를 누렸다. 작가님의 의도대로 4 곱하기 4의 세계를 읽으며

나의 세계 또한 확장됨을 느낀다. 그리고 다정함으로 나의 세계를,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꽉 채워진다. 마지막 작가의 당부대로 모두에게 향하는 다정한 시선은 곧 나를 향한 시선이기도 하니까.

 마지막 작가의 당부대로 모두에게 향하는 다정한 시선은 곧 나를 향한 시선이기도 하니까.

  이 동화를 읽으면서 따스함이 맴도는 것은 조화로운 그림 덕도 빼놓을 수 없는데.아이들의 세계를 잘 그려내는 노인경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호와 새롬의 만남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포스트잇 하면 떠오르는 색이면서 새롬의 노란 모자 색이기도 하고. 바나나 우유의 색이기도 한 노란 빛 가득한 페이지에 우리의 가로와 세로는 정말 사랑스럽다.

"그럼 이제 걷는 건 포기하는 건가요?"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야. 그렇지만 호야,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

살아가는 거야.다시 살아가는 것. 너는 그걸 해내는 중이야"

 

  호와 새롬을 비롯한 모든 어린이가 제 빛으로 반짝이는 어린이날이 되길 바라며. '함께 라는 감각'을 깨우며, 사랑가득한 시선으로 어린이의 삶 이야기를 들려준 동화를 주변의 어린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가로와 세로가 읽은 책의 목록까지 실어주는 센스. 클로디아의 비밀을 다시 꺼내 이어 읽으며 병동 밖에서 이곳저곳을 누빌 가로와 세로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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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빛나는 3학년이야 스콜라 어린이문고 43
곽유진 외 지음, 서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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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3학년이었을까? 초등학교 3학년은 어떤 때더라?

초등학교 3학년은 초등학교 시기를 저/고학년으로 나누면 저학년 소속에 껴서 아직은 어린 아이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저/중/고로 나뉠 때면 중학년 또는 곧 고학년이 될 문턱에서 제법 다 큰 아이처럼 여겨지는 시기? 초등학교에 적응하느라 손이 많이 가는 시기도 무사히 지나고, 사춘기라고 건들기만 해도 발끈해 더 마음이 쓰이는 시기는 들어서기 전이라고나 할까. 막상 3학년 아이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딱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함께 읽을 책을 고를 때도 ' 저학년 동화와 고학년 동화 사이에서 어떤 종류의 책을 선택해야할까', '생각보다 중학년을 위한 동화가 많지 않네' 하며 아쉬움이 크던 차에 반가운 동화를 만났다.

봄바람 살랑살랑 부는 날, 우리반 친구들과 함께 읽고픈 부담스럽지 않은 4가지 빛깔의 단편-<나는 빛나는 3학년이야>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3학년이란? 묻는다면 "3학년 쯤 되면 애들 딱 이쁠 때지. 말도 잘 알아듣고~ 뭐든지 의욕적이고~"라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지만 막상, 딱 좋은 나이 3학년은 '3학년이나 됐는데!'와 '3학년 밖에 안됐잖아!'의 이중적인 잣대로 평가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첫번째 이야기- - 는 좋아하는 것으로 굿즈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는 3학년의 고민이 담겼다. 온 세상 3학년을 위한 스티커를 만들겠다며 어른들의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지만 엄마는 응원은 커녕 '3학년이나 돼서~ 3학년 밖에 안돼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잔소리 폭격을 멈추지 않는데 교사로서나 엄마로서 나 또한 늘 이 두 가지 잣대를 아이들에게 들이대며 강요하고 있지는 않나 해서 뜨끔했던 이야기.


"엄마랑 하나만 약속해. 후회하지 않을 만큼 도전해 보자.

그다음에 싫증을 내도 괜찮아 -딱 좋은 나이 p.30"


  3학년은 -에서 처럼 뭐든 잘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와 틀어지다가도 용기를 내어 다시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기기도 하다. 서로에서 상처주는 말과 행동으로 다시는 안볼 것 처럼 틀어졌다가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으며 다시 가까워진 셋. '함께 달리니까 정말 정말 좋다!'면서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는 시기.

  3학년 서로 '다름'을 인정할 수 없다가도 다정한 목소리에 마음이 열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 아마도 최근 김다노 작가의 '최악의 최애'를 재미있게 봤던 터라 작가님의 단편에 유독 더 마음이 갔다.


"그러고 보면 어느 나라 말인지, 어디 지역 말인지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심지어 말로는 한 사람의 전부를 알 수 없다는 것도 오늘 알게 됐잖아. -라도와 해가_p.85"

고양이 전화라는 소재로 말의 힘,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려낸 점이 좋았다.

혹시 지금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어린이라면 고양이 전화 대신 이 단편을 읽어보면 어떨까

 소재나 이야기의 전개 면에서 상상의 힘을 보여주는 우미옥 작가의 는 이번에도 역시 아이들 귀에만 들리는 '말하는 다람쥐'라는 소재를 등장시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도, 오즈의 마법사도 떠오르면서 ' 숲은 동물들의 집'이라고 말하는 메세지도 인상적이었다.

  '딱 좋은 나이'의 엄마처럼 , 3학년이 아직도 만화만 보냐고 지적하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에게 책읽으라고만 하지말고 이런 사랑스러운 동화를 함께 읽어볼 것을 권한다, 본격적인 책-글밥이 제법 많은 책을 보기 앞서 마중물처럼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동화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김다노 작가의 말에 실린 메세지를 옮겨본다. 

3학년이건 4학년이건 매일 성장통을 겪은 아이들에게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로 지금의 너를 응원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끔 우리는 상대와 같은 점보다 다른점을 더 크게 봐요.

누가 더 나은지, 멋진지 정하려 하고요.

그런데 사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거든요.

그러니 사람들끼리 우열을 가리는 것만큼

의미 없는 일도 없을 거예요.

지금부터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걱정은 내려놓으면 어떨까요? 대신 남들과 다른 면이 있다는 걸 기쁘게, 소중히 여기자고요.

어쩌면 그게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김다노 작가의 말 중-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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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새싹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66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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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색은 어떤 빛깔일까요?

파란 하늘아래 선명한 분홍빛, 노랑빛을 떠올려보지만

막상 우리가 마주하는 봄날들은

자주 뿌옇고

비바람이 날리기도 하는 날들입니다.

아직도 겨울인가 싶게 온몸을 움추러들게하는 시린 바람이 불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을 기다리는 것은

늘 때가 되면 피어나는 꽃들과, 그 뒤로 고개드는 청명한 연두빛 싹들.

그 대견한 존재와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겠지요.

<조그만 새싹>에서 만나는 봄도 해가 쨍하니 내리쬐는 색감은 아닙니다.

어쩐지 빛바랜 듯한 색들. 빈티지 색감? 하지만 그 색감이 좋아서 서평을 신청했어요.

'브리타 테켄트럽의 책' 하면 떠오르는 색감과 모양들이 있는데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색과 선들이 모여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을 자아냅니다.

작가는 유독 자연의 색을 잘 재연해 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의 색들도

쨍한 한 두 개의 빛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색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까요.

원서를 찾아보니 독일버전의ㅣ 'Spross'에서 r이라는 글자가 새싹의 모양 같네요.

'조그만 새싹'에도 은근히 새싹 모양을 심어두었으면 어땠을까요?

'브리타 테켄트럽'의 책이 그림만 아름다웠다면 다수의 작품이 오래 사랑받기 힘들었겠지요.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단순한 듯 하면서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문장과 단어들을 만나게 된다고 생각했는데 <조그만 새싹>속에서는 우리가 살면서 꼭 필요하지만 자주 잊게 되는 존재들을 만났습니다.

함께

생기

사랑

조그만 새싹이 자라는 과정에서 꼭 맞는 예쁜 말들도 찾았어요.

우썩우썩

담뿍

조르르

쑥쑥

살랑

번역자님의 세심한 단어 선택에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제목에서 예견되듯이 이 책은 조그만 새싹의 일생 이야기입니다. 태어나 자라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여정,  새싹에게나 우리에게나 삶은 힘겨운 여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고 연약한 존재로 태어나 한 줌의 볕을 찾아서, 내 자리를 찾아서 끊임없이 방향을 틀고 뻗어나가야만 하는 시간들.

어딘가로 향하는지 모르겠고 ,때로는 멈춰있는 듯한 그 시간들.

그 속에서 혼자 틈을 찾고 비집고 나가는 것은 너무 가혹합니다.

하지만

귀뚜라미처럼 뿌리를 지켜주는 이

생쥐처럼 길 찾는 것을 도와주는 이

무당벌레와 나비처럼 앞에서 머물 자리를 찾아 기다려주고 함께 해주는 이

기꺼이 품을 내어주고 돌봐주는 존재들 곁에서

우리는 자리를 찾아가요.

마침내 새싹이 제 자리를 찾는 이 장면이

그리고 여러 번 책을 넘기다보니 묵묵히 지켜보는 존재들이 풀 숲 곳곳에 숨어 있었군요.


곁의 도움으로, 기다림으로, 사랑으로

생기있게 뻗어나가는 순간을 지나

드디어 작별인사를 나누는 순간들

삶이 끝난것 같고,

더이상의 성장은 없을 듯한 겨울에도

마침내 다시 오는 봄을 위해 조그만 새싹은  마지막 업을 해내고야 합니다.

달인가 싶었는데 아마도 해인 듯한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어요.

표지에서는 희미하게 한 쪽 뒤로 물러나있던 빛이

어느 장에서는 보이지도 않던 그 존재가

점점 커지더니

다시 화면의 한 쪽으로 사라지는 장면.

가까이서 함께 하는 생명들 외에도

변함없이 새싹을 지켜봐주는 존재.

작가가 화면 속에 해의 존재를  등장 시킨 이유도 궁금합니다.


지긋지긋한 '각자도생의 시대란' 말 속에서

<조그만 새싹>을 읽으며 공존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긋지긋한 '각자도생의 시대란' 말 속에서

공존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도 그저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기어이. 해내고야만 보살핌의 하루를 보낸

우리 모두가 함께 볼책이라고 생각해요.



*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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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티 오! - 바다 생물의 집이 된 항공 모함 환경 그림책 고래와 펭귄 1
제시카 스티머 지음, 고디 라이트 그림, 박규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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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학기가 될 때마다 교육과정을 짜면서 한 해를 시작합니다. 시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늘 다뤄야할 주제는 넘치죠. '생태환경교육'은 최근에 가장 중시되는 배움 주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이뤄지는 환경교육은 변화가 있을까요? 매번 자극적인 사진이나 영상으로 이렇게 심각하다~. 이래서 문제다 라는 식의 두려움을 심어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면, 도대체 지금 우리의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구의 생태환경을 지키기에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회의가 들 때가 많습니다. 올해는 어떻게 생태교육을 접근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때 이 책을 만났습니다.


  생태학을 공부하고 생물학 학사이기도 한 글작가 제시카 스티머의 이력이 눈에 들어옵니다.자연계에 대한 호기심, 경이로움, 존중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쓰는 데 열정을 쏟는다는 작가의 소개에 이 책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책을 열었습니다. 무엇보다 글을 옮긴 번역가 역시 기후변화와 쓰레기 문제 연구를 위해 세계를 누빈 저자라는 점에서 '글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바다 생물의 집이 된 항공 모함'의 이야기입니다.

페이지를 열자마자 낯선 단어가 들어왔어요. USS?

미국 해군 전함을 뜻하는 단어였군요.(United States Ship) 미 해군 전함 이름 앞에는 USS가 붙는다고해요.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이티 오'는 이 책의 주인공, 오리스카니의 별명이죠.

마이티 오가 더이상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지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지점에서 현대사회에서 그 수많은 무기들은 쓸모를 다했을 때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도 궁금해졌어요, 그저 쓸모없는 고철덩이라면 거대한 쓰레기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이야기의 또다른 주인공은 산호초와 바닷속 동물들이에요.

산호초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하는 바닷속 동물들은 슬프게도 기후 위기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죠. 언뜻 보면 관계없어 보이는 이 둘이 어떻게 연결이 될까요?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마이티오 그리고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 생명들. 어떻게 임무를 다한 항공모함이 바다동물들을 살릴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마이티오에게 새로운 임무를 내립니다. 사라지는 산호초를 대신해 바닷속 생물의 새로운 서식지가 되는 것이죠. '세계 최대의 인공 어초'로서 새로운 임무를 받은 마이티 오!

여기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이미 '인공 어초'란 말이 있듯이, 마이티 오 이전에도 못쓰게 된 배나 콘트리트 구조물들이 바다생물들의 새로운 서식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죠.

이어지는 마이티오의 변신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수많은 인력과 과정, 노력을 이해되기 쉬운 글과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드디어 다시 태어난 마이티 오에 새로운 생명들이 하나씩 찾아드는 장면에선 아이와 함께 감탄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모아야할 때가 아닌가 하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책입니다.


지식 그림책인 만큼 이야기가 끝난 지점에도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있어요.

이 책을 읽다 '인공어초'라는 존재가 궁금해져 찾아보니, 인공어초를 만드는 과정에도 생태계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만 관리 과정에서도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리와 감시기 필요함을 알 수 있었죠.

무엇보다 본래 바다생물들의 서식지인 산호가 더이상 사라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책 뒤에서는 간단히 다루었지만. 여기서 힌트를 얻어 산호초에 안전한 화장품을 찾아보거나, 바다를 즐기기 앞서 고려하고 실천할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노력도 찾아 볼수 있겠지요.

마지막 책을 닫으면서까지 볼수 있는 센스있는 편집^^

,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바다 속 생물의 안녕에 대해 더 궁금해하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을거에요.

*이 글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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