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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리가 아무리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98
최민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은 그림책을 만났는데 아이와 내가 함께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 중 한 분이 바로 최민지 작가이다. 《문어 목욕탕》,《코끼리 미용실》은 수도 없이 읽은 것 같고 지금도 꽂아 놓은 곳이 달라지면 어디 있냐고 찾는 책. 《나를 봐》는 최근에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으로 관계, 친구에 대하여 이야기 나눌 때 함께 읽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곳이 보이는 매력이 있다.

최민지 작가의 새로운 그림책. 최민지 작가의 그림책에는 매번 비슷한 듯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관계'나 '소통'에 관한 메세지가 있어 이번 그림책에서는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했다.
문어 목욕탕에 이어 또다시 귀여운 문어가 등장한다. 그런데 제목이 《오모리가 아무리》 라니. 아이의 언어인가? 앞과 뒤 표지에 등장한 귀여운 아이와 문어의 이름인가.
누가 오모리고, 오모이가인가? 설마 또다른 이름은 아무리? 말장난처럼 비슷한 음인듯 하면서도 낯선 이름의 두 주인공.

오모리가 내 방으로 오게 되었다.
아하! 오모리가 문어고 문패의 아무리가 또 다른 주인공이구나. 최민지 작가의 전작들을 읽은 독자라면 이 그림책 속엔 작가의 흔적이 어디에 숨어 있을까 궁금했을 것이다. 이번엔 문패 이름 속에 작가님이 등장하는구나.

살던 곳에서 이유없이 내쳐진 오모리. 짝궁을 간절히 원하던 아무리에게도 오모리는 환영받는 친구는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취향이 맞지 않았으니까. 그때문에 어쩐지 불편했으니까.
하지만 오모리 덕에 하나 둘 친구들의 방문이 시작되고 무엇보다 나를 좋아하는 오모리가 싫지 않은 아무리. 세수 할 때 머리카락도 잡아주고, 때수건이며 세면도구에 안경까지 챙겨주는 이 센스를 보라.
이 장면에서 아무리도 알고보면 오모리와 좋아하는 것이 비슷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에 깔고 있는 물고기 모양의 매트나 문어 모양 전등. 아니면 하나씩 오모리의 취향에 맞춰가고 있던 것일까.

하지만 오모리는 나랑 있을 때보다 다른 친구와 있을 때 더 신나고 행복해 보이는데
서운함을 참을 수 없던 아무리와 오모리의 진심은 무엇일까? 서로 다른 종이기에 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애초부터 내 맘에 들지 않던 짝이었는데 왜 서운함이 터져 나오는 것일까?

내 마음에 남는 한 장면은 바로 이 장면. 갑자기 사라진 오모리에게 원망을 쏟아놓다가
이제까지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만 했다는 것을 깨달은 아무리가 오모리의 말을 듣는 장면이다.
뽀글뽀글
포르르~
아 그랬구나.
대화는 서로 말하는 것 이전에 서로 들어주는 것이지.
표지가 다시 보인다.
앞 면에 화면을 가득 채우며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던 아무리.
뒷 면에 오모리와 눈을 마주치며 몸을 기울여 이야기를 듣는 아무리.
운명의 단짝은 위시 리스트의 항목을 정해놓고 딱 맞는 이가 나타나길 기다려 맞는 것이 아니었구나.
아무리 처음에 통하는 것이 하나 없어 보여도
오! 머리 부터 발끝까지 다 맘에 안들게 느껴져도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무엇이 나를 향한 진심인지 알게 되는구나.
새로운 주엔 아이들과 마니또 짝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 시작을 서로 자세히 바라보고 들여다보자며 《나를 봐》로 시작했으니 짝궁 공개날, 마무리는 《오모리가 아무리》로!!!!! 최민지 작가가 들려주는 다음 소통에는 어떤 관계의 주인공들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 글은 위즈덤 하우스 <나는 교사다>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