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다소 음울한 제목과 표지가 끌렸다. 맨부커 수상작의 책들을 참 좋아하고 웬만하면 꼭 읽으려고 하는데 이 책은 읽을까 말까 조금 고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날은 어이없게도 봄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다. 이 표지와 참 잘 어울리는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감이라는 것이 그렇다. 어느 정도의 기정사실을 바탕으로 할 때가 많아서 대게 이 예감이 라는 것이 틀리는 날 보다 맞는 날이 더 많다. 그 예감이 좋든 나쁘던 말이다.



  저자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나는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스텔라 리밍턴의 말에 주목하고 있다. 13편의 예선 작 중 6편의 본선 작을 추려 발표하면서, 올해 심사기준은 '가독성'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즐길 수 있는 책, 읽힐 수 있는 책을 찾고 있다. 우리는 독자들이 이 책들을 사서 직접 읽기를 바란다. 사지는 않고 그냥 숭배하는 게 아니라”라고 덧붙였다.
이 책은 얼마나 가독성이 있으며 독자인 내가 즐길 수 있을 것인가가 그 무엇보다 궁금해졌다. 논란을 한꺼번에 잠재웠던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할까. 그러면서 우리는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그러나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이야기에 제동을 걸고, 우리의 삶이 실제 우리가 산 삶과 다르며, 다만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우리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어진다.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주로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p. 165)



  그렇다. 내 기억을 더듬어 봐도 어느 덧 나의 편의대로 각색되고 마음대로 맞추어진 기억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유독 아프게 다가왔던 시간들은 더욱 그러하다. 내 멋대로 사실에서 벗어나 가감하고 가지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타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써 보다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진정한 목적이었지만 그 사실을 깨닫고 나자 입안이 까끌해져왔다. 역시 진실을 조우하게 되는 것은 그 어느 때, 어느 순간이라도 힘든 것이다.



이렇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주인공들의 삶과 기억들이 엇갈려 하나의 퍼즐로 맞추어지듯이 이루어져 간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 줄리언 반스의 말대로 끝까지 읽은 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몇 번이나 읽게 되었다. 이렇게 몇 번이나 이동해서 읽다가보면 완성된 퍼즐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 순간부터는 이 책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수 많은 복선들과 사실과 기억의 오류들을 생생하게 지켜보면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은 얼마나 숨어있을지 두렵기도 하였다.



  책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특별한 순서 없이, 기억이 떠오른다.' 어쩌면 여기서 부터 눈치를 채고 마음의 준비를 해서 책을 읽어야 했을 지도 모른다. 생각지 못하게 조우한 사실들의 파편들은 날카롭게 찔러왔으며 아주 부끄럽게 만들었고 잔인한 조각들만이 남아 나를 아프게 했다.



나는 인생의 목적이 흔히 말하듯 인생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님을 얼마의 시간이 걸리건 상관없이 기어코 납득시킨 끝에, 고달파진 우리가 최후의 상실까지 체념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데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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