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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모르는 이야기
박재현 지음 / 가쎄(GASSE) / 2012년 5월
평점 :
박재현.
다소 낯선 이름이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에 멈칫하다가 그가 87년생이라는 사실에 더욱 더 놀라고 말았다. 요즘에는 더 어린 친구들도 글을 쓰고 책을 출간 하는 것이 흔한 일이니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은 나이에 추리소설을 써내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가만큼이나 책의 외관도 참 특이하고 재미있다. 요즘 보기 힘든 문고판이라 그런지 다른 책들에 비해 한 번 더 눈길이 가고 작은 사이즈다 보니 더 많이 손에 쥐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쓰는 소설이라고 한다. 그는 대구 태생의 토박이인지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대구가 주 무대였다. 주인공인 '나'가 등장하는 장소도 그렇고 빈번하게 대화하는 장소 또한 대구이다. 추리소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잘 몰랐던 대구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작은 지방도시인 대구를 무대로 이렇게 넓은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책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이름대신 '나'로 통한다. '나'의 여자 친구는 전날 죽음을 맞이했고, 그 때문에 '나'에게 형사가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는 읽는 동안 내내 흥미로웠다. 그 이유는 반전과 유머 그리고 추리와 일반소설의 오묘한 경계 그 때문이었다고 정리하고 싶다.
경찰이 집요하리라 생각될 만큼 '나'에게 집착하고 있었고 주인공 또한 전날 여자 친구의 집에 방문한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은 다시 찾아올 경찰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집을 나서고 말았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의 초기 부분에 해당하는 이 부분을 읽어 내리며 '나'가 어쩌면 범인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다소 뻔한 반전이라고 가볍게 읽던 도중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전국을 떠돌던 '나'가 당황했던 것처럼 경찰은 범인을 ‘나’가 아닌 오 모 씨로 지목한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책이 짜임이 튼튼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박차를 가해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정통 추리소설이 아니다. 더불어 작가가 다작의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익숙하게 접하는 추리소설 책들과 달리 투박한 감정라인과 거칠게 사건이 진행된다. 이 거칠음은 오히려 책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오묘하게 걸쳐져있는 책의 장르는 작가가 툭툭 던지는 유머들로 인해 긴장되는 분위기를 풀어줌으로써 독자가 지루하지 않도록 만든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그렇다. 처음에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펼쳤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이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여자 친구의 죽음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의문의 사건들과 주인공의 비밀들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더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즉, 달리 말하면 우리가 많이 접하는 추리소설과 달리 머리를 싸매지 않고 술술 읽어 내릴 수 있는 조금은 황당하고 유쾌한! (추리)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와중에도 내가 추리라는 것에 괄호를 친 이유는 이렇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추리소설의 면모를 띄고는 있지만 추리라는 쪽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추리가 가미된 소설로 읽는 것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의 뒷 표지를 보면 이렇게 쓰여있다.
'우리는 이런 소설을 원했다. 스피디하게 읽히는 '이야기'가 있는 소설. 늘 결핍된 주인공들의 상처와 치유의 성장통을 그린 소설에서 지루함을 맛본 독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쉽게 읽히며, 책을 넘길수록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이 이야기의 전형은 책을 덮기 전 까지 그 끝을 알 수 없게 만든다.'
정말로 그랬다. 이 책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스피디하게 읽었다. 어렵지도 않았고 장황하게 풀어놓아 독자를 힘들게 하지도 않았다. 작가는 있는 사실 그대로 자신이 아는 한도내에서 이야기를 끌어냈으며 중간중간 능청스러운 유머를 가했을 뿐이었다. 그 덕분에 그 어떤 책보다 쉽게 완독할 수 있었다. 또한 처음에는 추리소설이라고 접근하였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읽을 때는 추리보다는 그냥 추리가 가미된 소설이라고 생각하였고 작가의 유머를 더 많이 보았다.
완벽하다고는 말 할 수 없는 글이지만, 그 완벽하지 않음이 더욱 풋풋하게 느껴지고 책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