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이기주 지음 / 청조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써보려고 한다. 나는 오늘이라는 단어에 큰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이라는 책을 택하였느냐고 묻는다면 표지가 나를 설레게 했다고 대답하고 싶다. 비록 내가 오늘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예쁜 민트색과 둥실 떠다니는 찻잔과 티포트 그리고 예쁜 글씨는 이제까지 소중함을 몰랐어도 괜찮아. 지금 책을 열고 느껴보고 마음대로 해도 좋아!” 라고 외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굉장히 소소하고 일상적인 관찰이 담긴 얇디얇은 책을 단숨에 읽어버리고 숨을 돌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멀지 않은 이웃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지은이 이기주씨는 얼마나 작은 소리의 온기가 외치고 있는 소리를 듣는 걸까.  

 

버스를 기다리는 아주머니, 택시기사, 휠체어 타는 아주머니, 잡지판매 아저씨,

 

누구나 한번쯤 또는 매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이 소리치는 사연을 들어본 적이 맹세코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바삐 앞만 보고 걷기에 바빠 이외는 그들을 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입버릇처럼 여유를 찾겠다고 외치면서 시간이 날 때면 카페를 쫓아가고 공원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왜 내 옆의 시간들에서는 그러함을 찾지 못했던 걸까? 주위와 소통하는 쉼을 알지 못했던 나를 다시 말하면 여유 있게 살지 못했다는 소리가 아닐까. 귀를 꽉 막은 이어폰에서는 상큼하고 쉬어가는 노래가 도심 속을 걷는 내 고막을 울리면 무엇 하나, 정작 나는 내가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는데. 

 

 

오늘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입니다.’

 

젊음. 어디까지가 젊은 것이고 어디까지가 늙은 것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무언가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은 나와 그리 멀리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금 식상한 이야기지만 달리 표현할 길도 없을뿐더러 이 책이 전하고 있는 것들은 정말로 그러하다.  

 

 

  책을 덮고 지금 글을 쓰며 가장 기억이 나는 것은 버스를 기다리는 아주머니 이야기였다. 암으로 고생하는 남편을 두고 있지만 그래요, 당신이 곁에 있어 참 다행입니더.”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에 어쩐지 눈시울이 붉어 질 것만 같았다. 당연히 옆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의 존재에서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사실 대단한 시간이 들지도 않는데 그러한 생각을 왜 하지 못했던 걸까. 입 밖으로 한 마디 뱉어 본적이 없는 내가 참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람 냄새가 나고 또 순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짜인 이 책은 가볍기도 가볍고 얇기도 얇아 다 읽고 나서도 손에 쥐고 가방에 넣고 참 많이도 들고 다녔다. 마치 부적처럼 들고 다녔던 것 같은 지난날들이었다.

 

<오늘은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의 주인공들 덕분에 나는 지나갈뻔한 순간의 행복에 대해 감사해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내 가슴을 훈훈하게 채웠으며 죽어있던 마음에 잔잔히 돌을 던져 파동을 일으켰다. 덕분에 보고픈 이, 고마운 이 에게 참 많은 연락을 했었다.

 

또 내가 치매에 걸린 경비원이 되었다는 마음으로 사소 한 것을 기록해보고자 서랍 한 구석에 박혀 뜯지도 않은 수첩을 열어 몇 개를 끄적여보기도 했다. 편지든 무엇이든 그렇듯 쓸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역시 흔히 하는 말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부끄럽지만 내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는 것은 그 순간의 행복이 진짜 행복의 기록이었고 그 순간의 고민마저도 지나가면 웃게 되는 무언가가 있나보다.

 

 

  이 책을 다 읽은 아직도 오늘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미묘하게 변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어쩌면 더 나이가 들어서 젊음이 그리운 날 진짜로 오늘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지나간 메모를 보며 젊음을 만끽할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이렇게 미묘하게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변했듯이 그들도 행복을 진정으로 느꼈으면 좋겠다. 이기주씨의 눈으로 바라보고 관찰당해 찾은 행복이 아닌 정말로 행복을 그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큰 욕심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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