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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양장)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제인 오스틴을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그녀의 대표작인 <오만과 편견>을 말하면 "아! 그 작품" 이라고 할 만큼 그녀는 인지도가 높다.
그녀의 대표작 중 또 하나인 <설득>은 2007년에 감독 애드리언 셔골드의 영화로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호평을 받았다.
내가 접했던 영화는 조금 오래된 영화인 1995년에 감독 로저 미첼의 영화였는데, 이 영화를 통해 나는 <설득>을 처음 알게 되었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외에도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로 제인 오스틴에 대해 잊고 지냈었는데, 이번에 영화와 또 다른 매력이 숨어있을 원작을 읽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제인 오스틴의 다양한 책이나 영화들의 대표적인 공통점은 그녀의 주된 스토리만큼이나 사랑스럽고 달달하며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점이다.
내가 만나게 된 책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책인데, 역시나 표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혹시라도 손상될까봐 조심조심 다루며 책을 보았었다^^;
이 책의 시작은 켈린지 홀의 주인인 월터 엘리엇경의 세 딸에 관한 이야기다.
그 세 딸 중에서도 콕 집어 주인공을 이야기하자면 집안에서 미운 오리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앤이 집안에서 미운 오리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은 그녀가 아버지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과는 달리 허영심보다는 실속을 챙기기 때문에 가족들은 그녀가 가문을 위해 빛 낼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3살의 젊고 활기찬 청년과 19살의 아름답고 똑똑한 소녀 앤은 사랑을 했으나 젊은 청년이 가진 것이라고는 젊음과 패기 그리고 용기뿐이었다.
그의 외모도 배경도 재산도 없으므로 가족들은 반대를 하고 주위사람들 마저 그녀를 만류하며 설득하자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헤어지게 되었다.
그 후 오랫동안 서로를 보지 못하다가 8년 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서로의 사랑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된다.
하루에도 몇 편씩 수많은 로맨스 소설이 쏟아지고 있는 게 요즈음이지만, 제인 오스틴만큼 우아하고 정적이면서도 로맨스를 가진 소설을 찾아보기는 드물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전형적인 제인 오스틴의 스타일이며 할리퀸 로맨스의 소재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게 18세기에 쓰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며 아직도 많은 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은 여전히 전형적이지만 먹혀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우아한 로맨스.
이것이 제인 오스틴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가진 또 다른 매력 중에 하나는 거침없는 캐릭터 설정이라는 점이다.
<설득>은 영화로 보았지만 <오만과 편견>은 책과 영화모두를 접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대표작인 <오만과 편견>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주는 생생한 흥미로움은 덜했지만, 재기발랄하고 거침없는 캐릭터들은 <설득>을 통해서도 계속 맛볼 수 있었다.
결국 <설득>도 해피엔딩으로 끝남으로써 흐뭇함과 안정감을 준다.
어렸을 때에는 주위 사람들의 설득으로 인해 포기했던 사랑이지만 8년이 지나 스물일곱 살이 되면서 환경과 현실의 그 어떤 조건보다 사랑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웬트워스의 8년 동안의 변화를 통해 결국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을 보게 해준다.
당시에 보잘 것 없었다고 생각되어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고 헤어졌지만 8년 뒤 만난 웬트워스는 세상을 다 가진 남자처럼 위풍당당하고 멋져보였다.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현재의 불안함에 얄팍한 설득을 통해 사랑을 포기했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해준다.
고전소설이니 만큼 제인 오스틴의 로맨스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부담감은 컸었다.
고전소설이 주는 압박감으로 인하여 이 책이 주는 우아한 사랑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고전소설이 주는 시대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깨우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연스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스토리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역시 명작! 이라는 말이 어떨 때 쓰이는지 또 그녀가 오스틴 신드롬을 일으킬만한 작가라는 것을 유감없이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