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윈터
대프니 캘로테이 지음, 이진 옮김 / 시작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대프니 캘로테이라는 작가는 내게 있어서는 너무나 낯선 이름이다.
그렇지만 <러시안윈터>라는 책이 주는 표지의 고혹한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자태가 뽐내는 아름다움에 반해 이 책에 손을 뻗게 되었다.
발레라는 춤은 우리 몸의 미세한 근육들을 이용하여 몸동작을 만들고 그것을 춤으로 표현해 아름다움을 만든다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나는 3년 정도를 소비하였던 것 같다.
그전 까지만 해도 나에게 발레는 우아함을 뽐내는 장기자랑 같은 것이었을 뿐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니나 레브스키야는 '나비'라는 별명이 붙은 전직 발레리나 이었다.
구소련출신이지만 미국 보스턴으로 건너와 보스턴의 자랑 거리가 되었다.
그녀가 나이 들고 몸이 굳어가면서 그녀가 소장하고 있던 보석들을 경매에 내놓기로 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차분하게 강물이 흐르듯 진행된다.
구소련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지난 세월의 배경과 흔적을 고스란히 옮기는 한편으로는 현재의 이야기 또한 놓치는 법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다소 두꺼운 책의 두께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니나 레브스키야가 내높은 보석들 중 그녀의 호박보석과 세트일 것 같은 목걸이를 지난 남성이 익명으로 경매에 내놓는다.
언론과 일반 시민들이 모두 그 보석들에 얽힌 사연을 궁금해 하지만 니나는 그 보석세트가 합쳐지는 것에 대하여 침묵을 고수 할 뿐이었다.
니나와 세트의 보석을 지닌 사람은 그리고리 솔로딘이라는 남자였다.
그는 니나의 남편이었던 시인 빅토르의 시를 영문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며 촉망받는 미국의 지식인 이다.
<러시안윈터>의 초반부분은 이로써 둘 사이에 읽힌 비밀과 니나의 과거를 쫓으며 그녀의 사랑을 들여다본다.
 
이야기를 파고 들수록 <러시안윈터>는 작은 새처럼 이야기가 바스라질 것처럼 섬세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니나의 과거, 그리고리의 과거 그리고 현재의 나날들이 얽혀가 사랑을 엿보게 되는 점이 어딘지 불안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사랑이 아닌 씁쓰레한 사랑을 보며 그 속의 애증과 오해 그리고 배신을 엿보게 되면서 이 책의 재미는 한층 더했다,
 
<러시안윈터>가 더욱 감동적이면서도 재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두웠던 당시의 배경에 사랑과 배신 그리고 예술들은 마음속에 깊이 남으며 여운을 남긴다.
처음에는 책의 분량에 압도되어 이 책을 어떻게 다 읽어 내려가나 싶었지만 애잔하고 안타까운 사랑에 압도되어 결국 홀리듯이 이 책을 끝마쳤다.
 
저자 대프티 켈로테이는 이 책을 위하여 10년간 꼼꼼한 자료수집과 여행을 하였다고 한다.
그녀의 지난 10년은 아마 차분하게 이 글을 위한 시간으로 보내졌을 것이다.
차분하게 글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언제고 터뜨릴 그녀의 열정들은 고스란히 글로 나와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해주었다.
 
가슴 아픈 사랑과 그 배경 속에 묻어난 인간의 마음은 충분히 인물들에게 이입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니나의 삶을 들춰내면서 보았던 다양한 심리적 요소는 소설이지만 소설에 국한 되지 않고 글이 되어 내게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러시안윈터>가 겨울이 되어 고독, 쓸쓸함이란 단어와 마주하게 되면 더욱 몰입하게 되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410 : 그토록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 우리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사람들, 영원히 함께 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그렇게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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