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노트북
제임스 A. 레바인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아동 성노예' 라는 다소 민감하고 예민한 주제를 다룬 블루 노트북을 보고 절로 이끌리듯이 이 책은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지 아동성노예라는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한 것만은 아니다.
몸을 파는 소녀가 존엄성을 지키는 모습이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데서 놀라웠기 때문이다.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몸을 파는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존엄성을 꿋꿋하게 지켜나간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 해 전에 뉴스를 통해 인도에서는 너무 많은 숫자의 여성들이 사창가에서 자신의 몸을 파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 속에서는 또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숫자가 어린아이라고 하여 놀랐던 기억이 난다.
유치원에 다닐 것 같은 꼬마도, 초등학교에 다닐 것 만 같은 여자아이도 살기위해서 그런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녀들의 손님들 중에는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포함되어있다고 말하며 보도를 마쳤을 때 너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바툭' 이라는 소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좀 더 나은 나의 삶에 희망을 느끼며 그녀가 놓치지 않았던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하여 의지가 보여주는 위대함을 느끼는 순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주인공 바툭은 어리고 예쁜 소녀이다.
그녀는 어느 날 가족들과 떨어져 커먼가로 가서 생활하게 된다.
그곳에서 '케이크 굽기' 라고 부르면서 몸파는 일을 하며 히포 마마키의 마음에 쏙 들도록 잘 구워진 케이크를 만들면서 그 대가로 밥을 먹는다.
이곳에서 바툭의 생활은 시간도 이름도 없는 그런 생활이지만 노트에 닳아가는 연필을 아까워하며 글을 쓰는 것으로 자신을 지킨다.



바툭은 비로 몸을 파는 아이지만, 그녀의 영리함은 곳곳에 나타난다.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 살아남기 위하여 남자들 (힘이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거슬리지 않도록 재빠르게 행동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고스란히 글로 옮겨져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이 모든 게 바툭이라는 어리지만 당찬 소녀가 가진 힘이 아닐까한다.



이 글을 쓴 지은이 제임스 A.레바인은 두 딸을 둔 중년의 남성이다.
하지만 <블루노트북> 안에서 만큼은 그 어디에서도 중년의 남성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는 완벽하게 열다섯 살 소녀가 되어 그녀의 마음을 대변한다.
참혹한 현실에서도 소녀다움과 어린아이다움을 잃지 않는 바툭을 보며 오히려 더 아름답게 느껴졌으나 그 모습은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처연해 보이기 까지 했다.



바툭의 노트 속에는 그녀가 쓴 동화라든지 시가 몇 편 등장한다.
소설 속에 담긴 또 다른 글들은 그녀가 노트 속에 써내려가는 일상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녀가 바라는 이상 또는 슬픔이 모두 묻어나 액자형식으로 보여준다.
결국 그러한 것들은 바툭이 표면적으로는 이 생활에 완벽히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족들을 만나고파하는 어린소녀라는 것을 알 수 있게끔 해주었다.



P358: 오늘 밤, 나는 깊은 잠을 잘 것이다.
모자 장수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내일이면 기력을 되찾아 마침내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거의 다 왔다.



꿈속에서 모자장수와 만나는 것으로 <블루 노트북>은 끝이 난다.
즉, 바툭이 어린나이로 결국 죽게 된다는 것으로 끝이 난다.
다양한 시련과 이겨내려는 의지 속에서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는 그토록 불안하게 생각하였던 모자장수의 꿈으로 죽음을 마무리한다.
모자장수 꿈은 바툭에게 예사 꿈이 아니다.
사창가로 오게 되면서 종종 꾸게 되는 그 꿈 뒤에는 늘 기분 나쁜 일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바툭은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밤까지도 이야기와 시를 남기고 가는 모습은 그녀가 의지할 곳을 글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글이 갖는 힘은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 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져다주었다.



우리에게 '글쓰기'는 생활이기도 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툭에게 있어서는 그 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주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기도 하였다.
글쓰기가 갖는 힘에 대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감을 보았던 책이 이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민감하면서도 불편한 소재 안에는 아동성폭력, 글쓰기의 힘, 인간의 의지와 같은 다양한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처연하도록 아름다움' 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며 오랫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기억될 것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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