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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 ㅣ 담쟁이 문고
이순원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워낭: 마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또는 마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
워낭소리라는 영화 때문인지, 워낭이라는 단어는 친숙하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워낭'이라는 단어의 뜻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책을 읽기전 워낭이라는 단어부터 찾아보고 책을 펼쳐들었다.
책표지가 아주 독특하여 인상적인 책이 바로 '워낭'이었다.
책꺼풀의 독특한 종이 질 느낌은 조금 빡빡한 한지의 느낌 같기도 하고 꺼칠꺼칠한 느낌에 투박한 시골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뿐만 아니라 워낭의 제목에 걸맞게 그림 또한 수채화의 느낌으로 소년과 소의 뒷모습 그리고 화사한 봄나무가 그려진 표지를 보자니 마음이 따뜻해져온다.
개인적으로 나는 책을 볼 때 표지도 중요하게 보는 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 책은 내게 인상적인 표지를 보여주었다.
워낭의 주된 내용은 차무집에 소가 오게 되고 그 소가 차무집과 함께 대를 거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단순이 차무집과 소의 일대기를 넘어서서 소와 인간과의 관계와 더불어서 소가 태어나고 팔려가고 죽어가는 모습을 소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나에게 있어서 소라고 하면 그냥 어린 시절 할머니댁가는 길목에서 보았던 몇 마리의 소가 전부였다.
그렇게 몇 번 본 소가 전부인 나에게는 어쩌면 워낭이라는 책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소와 인간의 관계가 그 어느 동물보다 깊다는 생각은 했었어도 직접적으로 어떠한 느낌인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는 감히 생각도 못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소들이 나왔지만, 가장 인상 깊게 느껴졌던 소는 어쩐지 차무집과 함께 시작한 '그릿소'였다.
실제로 차무집과의 인연을 맺은 것은 흰별소라고 봐야 되지만, 그릿소는 흰별소의 어미로 잠깐 차무집에 왔던 소이다.
그릿소는 차무집의 기반을 마련해줄 흰별소를 낳고 떠나버렸지만, 흰별소는 소와 인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과
자신이 낳은 자식에게 결국 자신이 잡아왔던 터전을 내어주고 자신과 한날에 태어난 차무집아들의 혼인식을 위해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흰별소가 사람과 함께 일을 시작하면서 쟁기를 메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단순히 소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의 정서와 비슷하다.
책을 읽기전 처음에는 시대적 배경이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인 1884년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다소 시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몇 장만 더 읽으면 금세 소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들이 인간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또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하고 도왔는지.
뿐만 아니라 책 속에서의 차무집은 이들 소를 단지 동물로써 보는 것이 아니라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보살피는 점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이것은 요즘 애완견강아지를 보고 내 가족이라고 칭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소와 사람의 교감. 그리고 소의 일생을 통해 소박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맑은 워낭소리가 그리워지는 책이다.
책속에서
p72. 우리 소들은 처음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언제 사람들에게 붙잡혀 멍에를 메게 되었을까.
p124. 그래서 예부터 소가 사람을 가르친다고 했던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