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의 따뜻한 아침식사
리처드 르뮤 지음, 김화경 옮김 / 살림 / 2009년 12월
절판


어느 순간 나보다 잘난 남자가 하루아침에 파산을 맞이하게 되고 그로인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쉽게 믿을까?

그러나 리처드 르뮤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며 아직 존재하는 사람이다.

리처드 르뮤는 한때는 스포츠와 관련된 기사를 쓰면서 점쟁이라고 불리기도 하였고 또 한때는 도서 출판 사업을 하였던 남부러울것이 없던남자이다.

그는 일명 '재벌'로써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고 오직 최고급만을 취급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그의 사업이 파산을 맞이하게 되면서 그는 십여 년간 함께 해온 사람들을 잃게 되고 뿐만아니라 가지고 있던 최고급물건들은 모조리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하얗고 복슬복슬한 귀여운 강아지 윌로우와 이동수단 겸 잠자는데 활용하는 차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만약 리처드였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가 없었다.

내가 만약 리처드였다면 가장 먼저 내 삶에 비관하고 낙심하고 절망하여 우울증에 빠지거나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재기하려고 발버둥 쳐 볼 것이다.

책속의 리처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자신의 삶에 낙관하여 애완견 윌로우를 남겨두고 자살을 하려고 했으며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였다.

누구라도 이 상황에서 이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와 리처드의 다른 점을 이야기 해보자면, 리처드는 이 상황에서도 주위환경을 둘러보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삶과 이야기를 찾았다는 것이다.





리처드는 구세군과 샐리네와 같이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누어주는 곳을 전전하며 음식을 먹고 그 곳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이전에는 몰랐던 것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가 파산을 하기 전에는 한심하게 바라보았던 이들이 되어 체험을 하면서 그는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전에 무시하였던 그들이 국가의 복지정책과 기업의 자선활동보다 더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지역의 작은 나눔 공동체들과 노숙자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일반 시민들은 그 어떤 무엇보다도 똘똘 뭉쳐서 그가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는 그 속에서 자신의 노숙경험의 에세이를 쓰고 또 다양한 사람들의 철학과 생각을 접하게 되고,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인연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리처드는 이제 작은 아파트에서 윌로우와 함께 살아가며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고 마지막에 전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실제로 노숙을 경험 해보았을 때 정부의 복지정책은 지금 보다 더 혁신적으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책 속에서 리처드는 노숙자가 되면서 좋은 인연도 많이 맺게 되었지만, 때로는 충격적인 장면도 몇 가지 있었다.

그 몇 가지 중의 하나가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숙자들의 없는 돈을 빼앗으려는 가진 자나 혹은 이전에 내가 부유할 때 그렇게 많은 물건을 사고 대접받았던 마트에서 항의가 들어와 쫓겨나는 일, 그리고 은행에서 정당한 20달러짜리 수표를 현금으로 바꿀 때에도 신분증이 없어 거절당하는 사연들이었다.

자본주의의 나라이고 부유한 나라이지만 정작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려서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 차가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한국에도 많은 노숙자들이 있다.

역에 가보면 낮이고 밤이고 간에 그 곳에서 추위를 피하고 그 노숙자들끼리 둘러앉아 있는 것을 보며,

나또한 저들은 왜 일을 하지 않을까? 어째서 노력을 하지 않는 거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혹시나 내게 말을 걸까 싶어서 빙둘러가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피하기 일쑤였는데, 리처드의 글을 읽고 난 뒤 그들도 나만큼이나 혹은 더 많이 노력하였으나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했던 것은 조그마한 나눔과 사회의 복지정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생생한 리처드의 노숙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사회 자본주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멀지않은 이야기를 들은 것 만 같아 아름다운 이야기 한편을 들었던 것만 같은 포근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책속에서 리처드에게 어쩌면 선생과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르는 C같은 존재가 내 주위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속에서

p420.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존재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들과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p466. 배부른 자는 배고픈 자의 심정을 알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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