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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아버지의 눈물.
단 하루 만에 단숨에 읽을 만큼 한번 잡게 되면 놓기 어려운 책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가슴 속에 무거운 돌덩이라도 얹어놓은 듯한 기분을 책을 덮은 이 순간 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이야기의 시작은 흥기의 장남 '첫사랑' 상인이 복학을 하지 않고 제 꿈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장남과 기대에 부응하는 차남, 상우를 두고 영주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상우를 가장 우선시 한다.
영주는 일류대학이나 흥기는 그렇지 못하고, 흥기는 무능력한 남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에 기댈만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것은 상우뿐이라고 믿고 고시준비 뒷바라지를 무엇 하나 아쉽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흥기는 아내 영주를 보면서 '첫사랑'인 상인에게 미안해하며 아내에게 서운함을 느끼지만 자신의 무능력함을 알기에 큰 소리 치지 못한다.
또, 그 자신도 무능력함을 콤플렉스로 삼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하여 아내와 자식들에게 큰소리한번 치지 못하고 늘 겉돌며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금전적인 것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상인이 왜 '첫사랑'으로 흥기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것인지 몰랐다.
그러나 책을 덮을 무렵 흥기가 진정으로 상인을 이해하며 놓아주는 모습에서 드디어 첫사랑이라고 저장된 것도 지우는 것을 보며 깨닫게 되었다.
흥기에게 상인은 첫사랑처럼 사랑하고 이해하고 믿지만 자유롭게 내 품에서 놓아줄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흥기의 삶은 무채색이다.
희망 없이 매일 하루를 눈물로 그리고 후회와 미련으로만 살아가는 무채색의 삶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삶이 안타깝긴 하나 눈물이 나오진 않는다는 이이러니함속에서 읽어 내려갔다.
흥기를 보면서 나의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였다.
나의 아빠도 흥기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우리에게 미안해 하셨을까? 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였다.
책속에 나오는 흥기의 친구들을 포함하여 흥기 또한 가족들에게 소외되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무능력함에 좌절하고 주식과 펀드라는 쉬운 돈벌이를 알게 되고,
또 그 돈을 받아들며 기뻐하는 아내의 모습, 아내가 자식들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보며 그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나 둘 친구들이 잘 못되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그들은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고 생각하며 후회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아버지도 퇴근하시고 돌아오면 우리와 함께 있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은근히 겉돌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가 자각을 못하였을 뿐이지 나의 아버지도 삶에 지치고 고단하여 또 가족들에게 겉도는 자신을 보며 많이 힘들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속에서
(p121. 우린 어느새 가족의 일원에서 쫓겨나 버린 거야.
p138. 남자라는 족속에게 책임은 운명이 아니던가.)
책은 흥기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다시 가족의 품에 돌아가고 영주는 자신의 기대가 자식들에게 짐이 되었음을 알고 체념이라는 것을 배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흥기는 이 시대에 소외되고 있는 가장을 잘 표현하였고 영주 또한 자식에게 기대를 하는 보통의 어미를 잘 그려내었다.
흥기의 두 아들인 상우와 상인은 서로 상반되는 삶을 사는 것으로 부모의 기대가 자식에게 나타나는 유형을 그려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이렇게 보통의 가정이 다시 아버지의 존재를 깨달으며 서로 상처를 덮으며 이해하는 것을 잘 그려내었다고 생각한다.
책속에서
p230. 오직 너 하나만 생각하는 그따위 마음으로 뭘 해! 그게 짐승이지, 인간이야!
겨우 그거 배우자고 그렇게 유세를 떨었어
p241. 어차피 산다는거 절반은 타협이잖아. 그게 제 길 찾는 거다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