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 :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6
실비아 보르게시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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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지고 보면 나는 그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관심은 있으나 내가 아는 화가도 몇 되지 않을뿐더러, 그 화가가 어떠한 작품을 어떠한 사상을 바탕으로 그렸는지 잘 모른다.
미술이라는 것은 어렸을 적 동네 미술학원을 가서 배운 것이 전부이고, 그마저도 아주 어릴 때 이었다.
이론에 관해서 배운 것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었을 테다.
미술이라는 것, 그림이라는 것, 관심은 있지만 내가 알기에는 언제나 한 발 자국씩 떨어져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에드워드 호퍼라는 화가를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이다.
어쩌면, 호퍼라는 화가는 모르지만 그의 그림은 어디선가 한번쯤 보았다는 것으로 끝났을 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호퍼의 그림을 쭉 훑어보면, 책 제목에서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이라고 언급하는 것과 같이 그림이 어딘가 삭막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가 이렇게 그림을 표현한 이유는 책에서 그의 연대기를 이야기하면서 알려준다.
호퍼가 그림을 그리면서 보내던 20세기의 시간은 많이 어수선하고 불 안정된 시기였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예전과 같은 여유를 잃고 도시로 나가서 산업화에 발맞추어 돈을 벌고 미국에 이민을 가게 된다.
세계1차 대전이라는 전쟁도 치르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 시기를 그림에 모든 느낌을 표현한 것이 바로 호퍼의 그림들이다.
당시의 그림들은 명작이라고 책에서 분류하지는 않았으나 나에게는 꽤 인상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었다. 



   호퍼는 고독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그림들을 보여주었으나, 그가 누드화를 많이 그렸다는 사실과 세계2차 대전 후 빛에 신경을 쓰며 작품 활동을 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어쩌면 그는 다정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그의 그림은 어딘가 삭막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가만히 한참을 들여다보면 꽤 많은 작품들이 삭막함을 넣어서 고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삭막과 고요는 종이 한 장 처럼 얇은 차이겠지만, 단어 자체의 느낌에서부터 다르듯 그림에서도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라고 생각된다.
그의 그림은 시대적인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고독함 또는 그 속에서 발견되는 소소한 따뜻함.
다양한 느낌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던 호퍼의 그림을 이제서라도 알게 되서 무척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마로니에북스의 아트북 시리즈는 호퍼로 처음 만나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지않았다면 나는 영원히 호퍼라는 화가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내가 화가에 관해서 많이 몰랐지만, 호퍼만큼은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인생연대기에 따른 그림의 느낌이라던가 그가 어떠한 생각을 하면서 삶을 보내었는지에 관한 것이라던가……
호퍼라는 화가를 만나서도 좋았지만, 고독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줄 아는 근사하고 멋진 사람을 소개받은 것 같은 생각도 들어서 기쁘다.
만약, 누군가가 나처럼 그림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어려워하고 있다면 호퍼와 만나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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