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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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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다양한 영역의 책을 읽고 왔다고 자부했는데 정말 SF는 허버트 조지 웰즈의 '우주전쟁' 이후 처음이다. SF는 해외에선 워낙 고전의 한 축을 차지했어다. 하지만, 국내에선 몇 년 전부터 스멀스멀 개척 장르로 등장한 SF 소설이 요즘 대세다. 독서모임에서도 SF 장르는 몇 번 언급되었지만 다들 최후에는 SF는 제외하곤 했는데..ㅎㅎ 어쨌든 이렇게라도 첫 대면이라니, 반가웠다.

오늘 읽은 책은 이경희 작가의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이다. 이 책은 2020 SF 어워드 대상을 받은 이경희 작가의 중단편 작품 여섯 개를 모아놓은 일명 이경희 SF 중단편 모음집이다. 가장 최애하는 추리문학 소설과 사뭇 다른 SF 소설이지만 중단편이기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일단 첫 페이지를 열었다. 오~ 첫 번째 이야기인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을 읽으며 내가 상상한 SF가 아닌 신장르 개척의 냄새가 풍기면서 나도 모르게 코를 킁킁해대며 그 신박한 냄새를 들이마셨다.

덕분에 재기 발랄한 미소를 지닌 작가의 얼굴을 한 번 더 슬쩍 쳐다보고 책을 읽고 또 한 번 책 표지에 떡 하니 있는 작가의 얼굴을 쳐다보고 또 읽고 ㅎㅎㅎ

목차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

우리가 멈추면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바벨의 도서관

신체 강탈자의 침과 입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총 6개의 독특한 이야기 중에서 오늘 내가 줌인할 이야기는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만큼 생각이 많아졌던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과 <신체 강탈자의 침과 입> 두 편이다.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

신선하다. 재미있다. 주인공 요한나는 제사 없애기 운동 본부에서 열렬히 일하는 여성이다. 그날도 종갓집에 가 한바탕 뒤엎고 온 그녀의 집에 진작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나타났다(!?). 이 벼락같은 일은 사람들이 살아생전 품었던 미련의 공간에 양자적으로 얽혀서, 시신이 다시 그곳에 살아난 양자 얽힘 현상(?)이란다. 이런 믿거나 말거나 상황에서 진작 돌아가신 (이혼한) 전 남편의 어머니.즉, 시어머니가 떡하니 한나의 집에 좀비처럼 살아나 왜 손주를 낳아주지 않느냐며 노력은 왜 안 하느냐며 ㅎㅎ 괴롭히는 상황에 맞닥뜨린다.(나라도 까무러칠듯.ㅠ.ㅠ)

한나뿐 아니라 여기저기 좀비처럼 되살아난 조상님들의 파행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전지구는 되살아난 조상님들의 잔소리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다. (미국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무덤에서 뛰쳐나와 아이폰 엔지니어들을 고문 ㅋ)

생각만 해도 아찔한 죽은 조상님들의 좀비적인 출현으로 인해 요한나는 제사 없애기 운동 본부에서 '조상 없애기 운동 본부'로 명칭을 바꾸고 서울과 떨어진 곳 세종시에 본부를 차리고 투쟁을 벌인다.

첫 번째 이야기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 속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요한나는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 속에서 등장하는 사라 코너 같기도 하다. 헌데, 사라 코너는 미래의 디스토피아 세상에 딱 어울리는 강인한 여주인공 필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풀풀 나는 반면 ㅎㅎ 조상님들과의 처절한 전투를 전두지휘하는 한나의 투쟁 방법은 너무 진심인데 읽고 있는 내 입가엔 실실 웃음기가 서린다. 실은 아래 내용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풋..하고 웃어버렸다.ㅎㅎㅎ

전투 요원들을 선발해 생존에 필요한 전투 기술도 가르쳤다. 헤드폰으로 멘탈을 보호하는 법, 어르신에게 뻔뻔하게 맞서는 법, 눈 똑바로 뜨고 대들기, 상대의 약점을 찾아 집요하게 잔소리하기 등등. 모두 조상님 사태 이전부터 경험으로 습득한 지혜들이었다.

"조상님들은 혈압에 약해요. 혈압으로 제압해야 합니다. 그리고 용돈! 용돈은 부모님 외엔 절대 드리면 안 됩니다. 아시겠어요?" 37p

이 고약하고 엉뚱한 이야기에는 제사 없애기 운동에 앞장섰던 요한나의 분석 능력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세종시는 조상님들을 몰아내는데 성공, 그러나 오랜 투쟁 끝에 밀리고 밀리면서 살아남은(빨치산인가? ㅎㅎ)12개 단체에서 모인 14만 명은 계룡산 요새 안에 집결하면서 점점 몰려들며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하는 조상님들을 타도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한다.(근데 잔소리 해대는 조상님들의 소리가 어째 남 일 같지가 않다. 평소 내가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와도 뭔가 매칭이 되면서 혀끝이 따끔따끔한 느낌? ㅠ.ㅠ 나도 모르게 스토리에 바짝 긴장한다)

'이성으로 미신을 물리치는 과학자들의 모임'에서는 이번 사태 원인을 중력파-양자 얽힘이 원인임을 거의 현실로 입증했다고 자부하지만, 한나는 조상님의 조상님을 파동으로 불러와 윗세대 조상이 아래 세대 조상을 해치우는 것이 비책이라며 말도 안 된다며 반대하는 과학자를 감금하고 협박까지 해가며 자신의 방법을 단행한다.(요한나는 같은 파동으로 공명을 일으켜 조상들을 더 많이 불러내 유인원까지 거슬러갔을 때 제압하겠다는 생각.. 과연 어떻게 될까?)

스텔라 링크 시스템이요.(중략) 통신위성으로 일정한 전파를 발산하면 조상님들을 소환하고 있는 중력파에 다른 파동을 겹쳐 양자 요동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6p

시대를 거슬러 거슬러 한없이 오랜 과거의 조상님들이 깨어나 젊은 조상들을 훈계하면서 속속 돌처럼 굳어버린다. 그러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언어가 사라지면서도 훈계는 멈추지 않는다. (인간이 지닌 원초적 본능이 이거란 말인가? 끝없이 타인을 바꿔보려는 욕심..아니 내 보기엔 욕망이다. 이건 ㅠ.ㅠ)

곰 가죽을 뒤집어쓴 조상님이 뼈 몽둥이를 휘두르며 사람들에게 우어우어 훈계하는 모습이 보였다. 인간이란 생물은 문자도 없고, 언어도 없던 먼 옛날에도 남에게 이러저러한 것들을 간섭하기 좋아했던 모양이었다. 52p

이제 사람이라기보다 유인원에 가까운 인류가 보이자 파동을 멈추려 했지만, 스텔라 링크 시스템에 오류가 나버리고 점점 초기 인류를 넘어 매머드가 출현하고, 파충류, 공룡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공룡 시대까지 가버린 세상에서 마지막 조상이 되어버린 공룡은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조상이건 후손이건 구분 없이 집어삼켜 버린다.

그렇게 인류의 종말이 찾아왔으니......

뭐, 어쩌겠는가. 모두 그들의 오지랖이 원인인 것을.54p

이 소설의 결말은 위와 같다. 아..뭐랄까. 그놈의 오지랖. 쓸데없이 지나치게 아무일에나 참견하는 인간의 이 고약한 본능은 결국 공룡에게 잡아먹히고 말 운명이란 말인가? 나도 모르게 다리를 꼬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제사 없애기 운동으로 시작된 한나의 통 큰 간섭은 훈수충이 되어 살아난 조상들을 없애는 일에까지 이르렀고, 부모의 잔소리에 '응 아니야' 라고 반박하는 요즘 초딩들의 말처럼 결국 조상이나 후손이나 '인류' 는 한 통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려고 발버둥 치는 똑같은 무리다. 내가 도대체 뭐라고(!) 나 아닌 타인의 일에 간섭하다가 결국엔 그 잘난 오지랖 덕에 공룡의 먹잇감이 되어 버리는가.

작가가 나에게 외친다. 남 일에 오지랖 넓히지 마쇼. 그리고, 잔소리로 하루를 시작해 하루가 끝내는 꼰대+훈수충은 부디 그만하시오. 심지어 너나 잘하세요.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엽기 SF 같은 느낌마저 들어 재미있게 읽었지만 묘하게 씁쓸하면서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오르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다시 한번 살짝 미소 짓고 있는 작가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속삭이듯 묻게 된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신체 강탈자의 침과 입

이번엔 외계인 이야기다. 그것도 은하계 7분 면에 살고 있는 인격신 계열의 종파로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들을 침으로 감염시켜 신체를 강탈하는 외계인. 그들이 드러내는 모습은 이마에 달팽이처럼 가느다란 더듬이가 돋아있다(음..이 단편은 묘하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읽으면서 계속 상상하게 되니까 마치 엽기 SF 시트콤 영화를 보는 것 같다 ㅎㅎ)

"응. 대외협력 본부장이 직접 실토했으니까 거의 확실할거야. 외계에서 온 바이러스인데 이름이 무슨 '순수' 라던가. 이걸 감염시키는 게 외계인 놈들한테는 종교의식 같은 거라더라고." 250p

직장에서 회식을 하다가 사장이 외계인이라는 걸 알게 된 한나는 평소 위생 관념이 철저한 수진, 미주, (이것도 웃기다..위생이 철저하니 외계인에게 감염되지 않았다는 설정)심실장과 함께 직장 내에 침과 입으로 먹는 음료 등으로 감염된 인간 외계인들을 박멸하기 위한 전투를 벌인다. 이 외계인들은 마치 신흥 종교인들이 벌이는 행태처럼 다들 모여 집회를 열고 온갖 말도 안되는 쇼를 벌여가며 정수기 회사를 통해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감염 바이러스 '순수' 대감염을 일으킬 작당을 벌이고 있다.

"우주의 가을이 찾아오면 지구는 멸망하나니!오직 6성 S-S-R 순수-레어 카드를 소지한 진짜 신도만이 안드로메다은하의 중심인 '순수'본성으로 이주할 수 있다! 어서 가챠를 돌리거라!한 번에 100만 원!"

천 부장이 소리치자 신도들은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QR코드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휴대폰에서 번쩍번쩍 카드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별 하나부터 여섯 개까지 제각각 다른 등급의 카드가 뽑혀 나왔다. 여기저기서 기쁨의 환성과 슬픔의 탄식이 쏟아졌다. 255p


오직 씻지 않은 자만이 방주를 타고 안드로메다의 천국에 가리라는 외계인 집단의 주동자이자 마치 신흥종교 교주 같은 외계인 리더는 '순수 선교단' 의 전도 계획서도 가지고 있다.(음..읽는 사람의 사고도 안드로메다로 가는 것 같다. 스토리의 구성이 마치 온갖 영상,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그리고 환상이 뒤섞여 짬뽕이 되는 한밤의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순수'라는 외계에서 온 신도들은 지구를 완전히 정복하여 '순수' 의 재림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4명의 감염되지 않은 주인공들을 쫓아 옥상까지 모인 외계 감염자들. 그때, 멀리 구름 속에서 한줄기 새하얀 광선이 쏟아지면서 패닉에 빠진 감염자들은 갑자기 주인공들 주변에 텅 빈 옷가지들만 무수히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이 또한 외계로부터 '순수' 종교를 잡아들이기 위해 등장한 또 다른 외계인이었으리라.

이 사건을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한나는 설명한다.

"우리 태양계를 포함해 은하계 7분 면은 소위 말하는 인격신 계열의 종파들이 주류인 곳이에요. 감염신들이 아니라요. 말하자면 그 괄대충은 개척교회를 세우러 지구에 숨어들어 온 선교사였던 겁니다.(중략) 사라진 분들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으셨죠? 저도 몰라요. 아마 은하계 어딘가의 외계 행성에 감금되었겠죠. '순수' 라는 감염신을 숭배한 죄로. 어쩌면 그보다 더한 일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268p

이 사건 이후 네 사람은 직장을 옮겼고 사건은 점차 잊혀갔고 국내에서 손꼽히던 회사가 하루 만에 망하고, 수백 명이 실종되었어도 세상은 뒤집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한나와 수진의 묘한 동거가 있고 마지막 대사는 이렇다!

"언니! 손 안 씻었죠?"

음..작가가 이 작품을 쓴 시점이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되는 시점에 웹진에 개재된 걸 보면 '전염병' 이라는 소개를 가지고 SF 작가로서의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 같다. 특히, 이 책 속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브랜드나 기업명이 코믹하게 바뀌어 곳곳에 등장한다. 카뉴 믹스 커피, 코코아톡, 고에이 정수기 등 ㅎㅎ

한편, 엽기적인 스토리 구성에 나도 모르게 살짝 심리적인 거리 두기가 되었다가도 사회 현실에 대한 작가의 냉철한 시선은 내 눈에도 명확히 보여 묘하게 매력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수백 명이 실종되었어도 세상은 뒤집어지지 않았고, 외계인들과 야합했던 국회의원은 재선에 성공했고, 최저임금은 오르지 않았다..라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글을 통해 냉소적인 사회의 모습, 국민의 정서는 무시하고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외계인과도 뒷거래를 했던 의원의 재선 성공,, 물론, 최저임금 부분은 양날의 검 같아 뭐라 말하고 싶지 않지만.. ㅎㅎ

나머지 4개의 스토리는 사실 나에겐 그다지 몰입되어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위 2개의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다. 아직은 엽기적인 환상의 롤러코스터를 타야만 하는 이경희식 SF 소설보다는 고전 소설을 나는 더 선호하는가 보다 ㅎㅎ

하지만, 그럼에도 신선한 소재를 픽한 작가의 안목에는 작은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었던 SF장르에 대한 관습적인 시선-미래, 우주, 기술, 신세계-을 확실히 깨부수고 새로운 신장르를 개척한 분인 것 같다.


그렇게 인류의 종말이 찾아왔으니......

뭐, 어쩌겠는가. 모두 그들의 오지랖이 원인인 것을.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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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인생의 말
헤르만 헤세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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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96개에 달하는 <헤르만 헤세 인생의 말> 엮음집은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문장들의 연속이지만 나는 그 가운데 약 일곱 가지의 문장을 꺼내 엽서로 만들어 보았다. 가끔씩 꺼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여러분도 헤르만 헤세를 알고, 그의 문장들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길 바라며.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가려면 먼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헤세는 데미안의 목소리를 빌어 우리에게 내면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라고 속삭인다. 


내가 알기로는 고통에 매번 눈감아버리는 나약한 마음에서 벗어나려면 국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기합리화의 껍데기를 벗고, 자기객관화의 통찰로 나아가야 한다. 


아주 오래 전 14년의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홀로 어느 동네를 거닐던 때였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고, 제법 부유한 어느 동네 초입에는 코 끝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빵냄새가 폴폴 풍기는 꽤 근사한 빵 가게가 근사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가게 문을 열고 몇 개의 빵을 고르면서 나도 모르게 '신이시여, 제게 빵 한 조각을 살 수 있는 작은 기쁨을 누리는 삶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속삭였던 기억이 난다. 


오늘 헤세의 문장을 읽으며 그에 덧붙여 빵처럼 선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두번째 바람이 불현듯 일렁인다. 


나는 왜 이토록 열심히 독서를 하고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가? 묻게 된다. 1936년 헤세가 쓴 편지에는 지식을 쌓으면 늘어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의문'이라고 했다. 문득, 우리가 많은 독서를 한 후에도 질문을 쏟아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책읽기는 과연 제대로 이루어진 것인가?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불타오르는 열정적인 사랑보다 상대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사랑에 더 감사하게 된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커피를 그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고, 추운 겨울에는 그의 목과 손에 찬바람이 덜 스며들길 바라며 따뜻한 목도리와 장갑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나는 이것을 '오래된 사랑' 이라 부르고 싶다. 


도시인의 시선은 콘트리트로 둘러싸인 건물벽에 갇혀 점점 더 공허해지고 있다. 그러나, 잠시라도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면 몹시도 경쾌한 뭉게 구름과 이제 막 겨울을 벗어나 봄을 향해 가는 나무들의 보이지 않는 행진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좀 더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자연이 지닌 생명수로 우리의 혼탁해진 영혼을 씻김받는 은혜를 누려야 한다.


영혼이란 내 마음에 생명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육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과연 '생명' 이 담긴 영혼 또한 모두가 지니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성경에는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씀은 범사에 잘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의 영혼이 잘 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 나의 영혼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평안히 잘 놓여 있는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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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를 만나는 시간
최경규의 행복학교 / 유페이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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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학교 감정치유글쓰기는 평범한 사람도 작가가 될수 있도록 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좋은 글 한 편 한 편이 모여 나를 만나는 시간으로 집약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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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레슨 인 케미스트리 (체험판)
보니 가머스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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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몇 달 전, 책을 출간하기 전 스프링 제본으로 나온 '가제본' 책을 읽고 서평을 썼던 기억이 난다. 나의 리뷰가 그 책 출간할 때 네이버 블로거 대표 리뷰글로 올라갔다 야홋! ㅎㅎㅎ 그런데, 오늘의 책은 '샘플북' 이다. 이건 뭐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소설이여서일까? 몇 시간에 만에 후딱 읽어버렸다. 허나, 아쉬운 점은 역시 샘플북(!?) 이기에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 직전, 눈 앞에서 문이 확 닫혀버린 느낌이다. ㅎㅎ 😲😭

오늘의 책은 2022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을뿐 아니라 아마존 베스트샐러이자 애플TV 드라마로 현재 제작중인 보니 가머스가 쓴 <레슨 인 케미스트리> 다.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순식간에 읽어내려갔지만 ㅠ.ㅠ 샘플북은 딱~150페이지에서 끝난다! 샘플북 리뷰도 하나요? 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네. 일반 도서는 물론 가제본, 그리고 이젠 샘플북까지 리뷰해요!" 라고 답한다. ㅎㅎㅎ

*가제본 : 실이나 철사 스프링 따위로 책을 임시로 묶는 방법. 또는 그렇게 만든 책. 서점에 정식 출시하기 전에 임시로 만들어놓은 책이라 할 수 있음

*샘플북 : 책 내용의 일부를 뽑아 미리 선보이는 책

'샘플북' 이라 맛보기만 했더니 너무 아쉬었지만, 요리는 화학이고 화학자이지만 동시에 요리 프로그램 사회자로 성공하는 엘리자베스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작가 소개

몇 년 사이 나는 전분야에서 50세가 넘었음에도 여성들이 쓴 작품, 그리고 사회 활동 등에서 점점 더 평균의 논리와는 전혀 다른 '성공' 을 참 많이 봤다. 특히, 김미경 캡틴을 비롯해 50세 이후 더욱 빛나는 여성 인물들이 많은데 <레슨 인 케미스트리>의 작가 보니 가머스는 남성이 대부분인 조직 사회에서 오랫동안 차별을 겪었고 그것이 너무 화가 나서 집에 돌아가 노트북을 열고 쓰기 시작한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레슨 인 케미스트리> 가 되었다고 한다.

보니 가머스가 이 책을 처음 쓰면서 참고한 책은 페미니즘의 고전인 <여성성의 신화>라고 한다. 2세대 페미니즘을 폭발시킨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참고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줄거리 소개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제목에서도 얼핏 예측할 수 있다. 화학 관련한 이야기가 좀 나오겠군..이라고 말이다. 1960년대 배경이며 차별받고 힘들게 살아온 여성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가 주인공. 최근 1960년대 흑인 여성 과학자들의 인종차별 이야기를 다룬 영화 <히든 피겨스>가 즉시 떠올랐다. 흠..1960년대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군.

엘리자베스 조트는 명석한 화학자의 자질을 갖췄음에도 늘 남성 과학자들은 그녀를 무시했다. 심지어 반반한 얼굴 하나로 헤이스팅스 연구소에 들어왔다고까지 폄하했다. 어느날, 조트는 화학자 중에서도 노벨상 후보에 오를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춘 캘빈 에번스와 우연히 마주친다. 그러다가 그와 사랑에 빠져버렸고 그때 당시엔 파격적인 행보가 이어진다. 같은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그와 함께 동거하며 여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유리천장을 뚫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고아원 출신이지만 탁월한 능력을 갖춘 과학자 캘빈은 엘리자베스와 결혼하고 싶어했지만, 거절당한다. 왜?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을 이름 뒤에 붙이는 사회문화를 엘리자베스는 받아들일 수 없어서 ㅎㅎㅎ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그건 없어서 참 좋아요 ㅎㅎ

연구소 다른 직원들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으며 그 둘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동거하며 각자의 연구를 진행하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캘빈은 엘리자베스와 함께 키우는 반려견 '여섯시 삼십분' 과 함께 조깅을 나선다. 37분 후 그는 죽는다....엘리자베스의 인생은?


캘빈 : 봐요, 인생은 원래가 불공평해요. 그런데 당신은 마치 인생이 공평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잖습니까. 몇 가지 오류만 고치면 나머지는 알아서 잘 맞아떨어질 것처럼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요. 내가 조언 하나 할까요?"

그녀가 됐다고 말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선수를 쳤다.

"시스템대로 움직이지 마요. 시스템을 뛰어넘어버려요."

엘리자베스는 가만히 앉아서 그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캘빈의 말은 참으로 불공평하게 들렸지만 짜증날 정도로 일리가 있었다. 45p

엘리자베스는 평생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살아왔다. 자신이 이룬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에 따라 규정되는 삶을 이어온 것이다. 과거 그녀는 방화범의 자식, 남편을 갈아치우는 여자의 딸, 목매달아 죽은 동성애자의 동생 아니면 호색한으로 유명한 교수 밑에 있던 대학원생일 뿐이었다. 지금은 유명한 화학자의 여자친구가 되었다. 오롯이 엘리자베스 조트로 받아들여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76p

엘리자베스에게 요리란 그저 여성의 일로 정해진 의무가 아니었다. 그녀가 캘빈에게도 말했듯, 요리는 화학이었으니까. 실제로 요리란 어딜봐도 화학이다. 98p

엘리자베스를 만나고 나서 달라졌다. 그녀가 행복하면 자신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이게 바로 사랑의 정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를 위해서 정말로 내 모습을 바꾸고 싶은 마음. 이런 생각을 하며 그는 테니스 슈즈를 집어 들었다. 150p

한줄 평
1960년대 유리천장을 뚫고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 화학자 엘리자베스가 너무 애틋했고, 나로 가득 채워진 것을 비워내고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 묘하게 질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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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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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나라' 에는 떠나지 않아도 세계 여행을 할 수 있고, 또 꿈의 세계로 출발할 수 있는 서점이 있다...니!! 내가 꿈꾸고 내가 혹 여건이 된다면 만들고 싶은 서점이 영국에 있다. 10년 전인가? 한달 간 유럽 일주를 할 때엔 왜 런던 최고의 서점이라는 Daunt Books 를 못 가본 것인지.

ㅠ.ㅠ. 이 책은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약 20 여 곳의 아름다운 서점을 글과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각 지역의 서점을 디테일한 사진 컷으로 잘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사실,,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팔딱팔딱 뛴다) 시미즈 레이나의 글 솜씨는 각 서점이 지닌 특징과 그 서점을 운영하는 이들의 스타일과 자부심이 직접 가보지 않고도 팍팍~ 느껴질 정도로 잘 설명해 놓고 있다.

 

특히,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빌라 서점 Livraria da Vila>의 (와인이 생각나는 이름이다 ^^)경영자이자 운영자인 사무엘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테마는 반드시 어느 책의 한 페이지에 실려 있으며, 그것이 서점을 아름답게 한다' 고 말한다. 상시 1만 5천여 권의 책을 갖추고 있는 빌라 서점.

 

그리고, 멕시코의 <카페브레리아 엘 펜두로> 서점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일종의 북카페? 같은 곳이란다. 천장이 투명한 지붕으로 덮어 온실처럼 꾸며져 있다는데 책방 주인 에두아르도는 "책은 그 자체 만으로도 진정 아름다우며 자연광을 받을 때 그 책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라며 나도 100% 공감하는 말을. ㅎㅎㅎ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느낌은 다 비슷할 것 같다. 책이 어떠할 때 가장 빛나 보이는지를. :-)

 

오~그리고 브뤼셀에는 와인과 요리를 음미하며 좋아하는 책을 고를 수 있는 서점이 있다니!!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오,아, 예~를 외치고 있다. 읽는 게 아니라 보고 느끼는 즐거움까지는 준다는 느낌? 무엇보다도 어서 가방을 싸들고 비행기에 올라타 20여 곳 서점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서점에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충동?? 음..이 책, 맘에 듭니다. ^^

 

브뤼셀의 서점은 바로바로 이름도 딱! 인 <쿡 앤 북 Cook & Book> 서점이다. 이탈리아어로 '쿠치나' 로 불리는 요리 서적 코너가 있고, 다섯 개의 레스토랑과 아홉 개의 서적 판매 코너가 혼재해 있는 독특한 공간. 예전에 남편과 방배동 서래마을에 있는 이태리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는데 파스타를 먹는 동안 중간중간 요리 서적을 볼 수 있도록 잘 비치되어 있어서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그런 공간이 이 곳엔 몇 배나 큰 사이즈로 존재한다니!!

 

그 외에도 혁명 정신이 살아 숨쉬는 서점,,등등 있었지만 책 좋아하는 4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로서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키즈 리퍼블릭 Kid's Republic>서점이 한 눈에 들어왔다. 특히,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나타내는 새하얀 벽 위로 무지갯빛 리본이 보이고, 어린아이가 주인공인 그림책 서점? 이라고 한다. 리본이 무려 100미터나 된다고 하니!

 

그리고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시간의 흐름을 잊고 책의 낙원으로 안내해 주는 포르투갈 포르투에 있는 <렐루 서점 Livraria Lello>.사진만으로도 100년 전 건축물의 고풍스러운 서점 디자인이 참으로 멋스럽고 편안하고 묘한 기운을 전달해준다.

 

파리로 건너가니 전세계 젊은 작가지망생들의 유토피아라고 불리우는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 헤밍웨이가 이 곳을 칭해 "만약 당신이 젊은 시절 파리에서 살게 되는 행운을 얻는다면 그 후에 당신이 어느 곳에서 살든 파리는 당신을 따라다닐 것이다.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니까"..참으로 근사한 표현이다..파리는 움직이는 축제..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에 있는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서점은 마치 외관이 오페라 극장처럼 반짝인다. 황금빛 부조로 장식한 대극장을 개조해 만든 곳이라고 한다. 참 멋지다.

 

그리고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더 라스트 북스토어>.천장은 마치 '책들의 은하수' 처럼 천장을 가로지르는 조형물이 있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 곳을 보면서 작자는 지구의 마지막 날, 어떤 책을 읽고 싶을지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점 곳곳을 잘 찍은 사진과 적절한 글이 조화로웠던 이 책은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소장가치가 있다고 단언할만큼 좋다. 단지 책에 극한되지 않고 서점이라는 공간물이 가진 건축학적인 미학적인 가치 또한 함께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책이다. 이 겨울,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잔과 함께 이 책을 본다면 잠시 책들의 세계 여행을 다녀와도 좋을만큼 참 기분좋은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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