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씻지 않은 자만이 방주를 타고 안드로메다의 천국에 가리라는 외계인 집단의 주동자이자 마치 신흥종교 교주 같은 외계인 리더는 '순수 선교단' 의 전도 계획서도 가지고 있다.(음..읽는 사람의 사고도 안드로메다로 가는 것 같다. 스토리의 구성이 마치 온갖 영상,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그리고 환상이 뒤섞여 짬뽕이 되는 한밤의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순수'라는 외계에서 온 신도들은 지구를 완전히 정복하여 '순수' 의 재림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4명의 감염되지 않은 주인공들을 쫓아 옥상까지 모인 외계 감염자들. 그때, 멀리 구름 속에서 한줄기 새하얀 광선이 쏟아지면서 패닉에 빠진 감염자들은 갑자기 주인공들 주변에 텅 빈 옷가지들만 무수히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이 또한 외계로부터 '순수' 종교를 잡아들이기 위해 등장한 또 다른 외계인이었으리라.
이 사건을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한나는 설명한다.
"우리 태양계를 포함해 은하계 7분 면은 소위 말하는 인격신 계열의 종파들이 주류인 곳이에요. 감염신들이 아니라요. 말하자면 그 괄대충은 개척교회를 세우러 지구에 숨어들어 온 선교사였던 겁니다.(중략) 사라진 분들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으셨죠? 저도 몰라요. 아마 은하계 어딘가의 외계 행성에 감금되었겠죠. '순수' 라는 감염신을 숭배한 죄로. 어쩌면 그보다 더한 일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268p
이 사건 이후 네 사람은 직장을 옮겼고 사건은 점차 잊혀갔고 국내에서 손꼽히던 회사가 하루 만에 망하고, 수백 명이 실종되었어도 세상은 뒤집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한나와 수진의 묘한 동거가 있고 마지막 대사는 이렇다!
"언니! 손 안 씻었죠?"
음..작가가 이 작품을 쓴 시점이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되는 시점에 웹진에 개재된 걸 보면 '전염병' 이라는 소개를 가지고 SF 작가로서의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 같다. 특히, 이 책 속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브랜드나 기업명이 코믹하게 바뀌어 곳곳에 등장한다. 카뉴 믹스 커피, 코코아톡, 고에이 정수기 등 ㅎㅎ
한편, 엽기적인 스토리 구성에 나도 모르게 살짝 심리적인 거리 두기가 되었다가도 사회 현실에 대한 작가의 냉철한 시선은 내 눈에도 명확히 보여 묘하게 매력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수백 명이 실종되었어도 세상은 뒤집어지지 않았고, 외계인들과 야합했던 국회의원은 재선에 성공했고, 최저임금은 오르지 않았다..라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글을 통해 냉소적인 사회의 모습, 국민의 정서는 무시하고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외계인과도 뒷거래를 했던 의원의 재선 성공,, 물론, 최저임금 부분은 양날의 검 같아 뭐라 말하고 싶지 않지만.. ㅎㅎ
나머지 4개의 스토리는 사실 나에겐 그다지 몰입되어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위 2개의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다. 아직은 엽기적인 환상의 롤러코스터를 타야만 하는 이경희식 SF 소설보다는 고전 소설을 나는 더 선호하는가 보다 ㅎㅎ
하지만, 그럼에도 신선한 소재를 픽한 작가의 안목에는 작은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었던 SF장르에 대한 관습적인 시선-미래, 우주, 기술, 신세계-을 확실히 깨부수고 새로운 신장르를 개척한 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