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인생의 말
헤르만 헤세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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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96개에 달하는 <헤르만 헤세 인생의 말> 엮음집은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문장들의 연속이지만 나는 그 가운데 약 일곱 가지의 문장을 꺼내 엽서로 만들어 보았다. 가끔씩 꺼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여러분도 헤르만 헤세를 알고, 그의 문장들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길 바라며.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가려면 먼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헤세는 데미안의 목소리를 빌어 우리에게 내면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라고 속삭인다. 


내가 알기로는 고통에 매번 눈감아버리는 나약한 마음에서 벗어나려면 국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기합리화의 껍데기를 벗고, 자기객관화의 통찰로 나아가야 한다. 


아주 오래 전 14년의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홀로 어느 동네를 거닐던 때였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고, 제법 부유한 어느 동네 초입에는 코 끝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빵냄새가 폴폴 풍기는 꽤 근사한 빵 가게가 근사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가게 문을 열고 몇 개의 빵을 고르면서 나도 모르게 '신이시여, 제게 빵 한 조각을 살 수 있는 작은 기쁨을 누리는 삶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속삭였던 기억이 난다. 


오늘 헤세의 문장을 읽으며 그에 덧붙여 빵처럼 선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두번째 바람이 불현듯 일렁인다. 


나는 왜 이토록 열심히 독서를 하고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가? 묻게 된다. 1936년 헤세가 쓴 편지에는 지식을 쌓으면 늘어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의문'이라고 했다. 문득, 우리가 많은 독서를 한 후에도 질문을 쏟아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책읽기는 과연 제대로 이루어진 것인가?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불타오르는 열정적인 사랑보다 상대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사랑에 더 감사하게 된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커피를 그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고, 추운 겨울에는 그의 목과 손에 찬바람이 덜 스며들길 바라며 따뜻한 목도리와 장갑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나는 이것을 '오래된 사랑' 이라 부르고 싶다. 


도시인의 시선은 콘트리트로 둘러싸인 건물벽에 갇혀 점점 더 공허해지고 있다. 그러나, 잠시라도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면 몹시도 경쾌한 뭉게 구름과 이제 막 겨울을 벗어나 봄을 향해 가는 나무들의 보이지 않는 행진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좀 더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자연이 지닌 생명수로 우리의 혼탁해진 영혼을 씻김받는 은혜를 누려야 한다.


영혼이란 내 마음에 생명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육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과연 '생명' 이 담긴 영혼 또한 모두가 지니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성경에는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씀은 범사에 잘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의 영혼이 잘 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 나의 영혼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평안히 잘 놓여 있는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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