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고르세요
켄트 그린필드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우연하게 집은 책이었는데, 상당히 만족하면서 읽었다. 출간일은 벌써 사 년도 전이지만 주제의 특성상 아직도 유효한 책이었다. 제목의 번역이 무척 멋지다. 네 마음대로 고르는 것 같겠지만 아니란다~를 금자씨가 말하는 듯한 느낌.

이 책을 읽고 혼자 결론내린 게 하나 있다면, 아, 자유의지는 없구나, 였다. 내가 내리는 선택은 나의 신체, 정신적 상태, 법, 사회, 제도, 문화, 시장, 이런 주위 환경으로부터 절대 분리될 수 없다. 나는 주위 환경에 휘둘리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 선택에 내 책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고, 내가 마냥 수동적인 존재라는 것도 아니다. 나는 분명히 선택을 하는 주체이고, 다만 내가 그런 내/외적 요인들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그걸 인정하고 나야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1부에서는 선택인듯 선택아닌 선택 같은 선택의 사례들, 2부에서는 우리의 선택을 자유롭지 않게 하는 요인(뇌, 문화, 권위, 시장)에 대해 서술한다. 그리고 3부에서는 선택의 자유를 되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3부의 주제중 하나이자 재미있었던 서술은, 선택을 잘 하기 위해서는 통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개인으로서는 나를 휩쓸리게 하는 요인들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자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사회로서는 법과 제도를 잘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진다는 것은, 선택에 따른 행위로 인해 자신과 타인이 떠안게 될 비용을 엄격히 따져서 행동한다(p.212)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개인이 책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저자는 여기서 건강보험-오바마케어-이야기를 가져온다. 내가 오토바이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진다는 말은 적어도 내 치료비는 내가 감당한다는 뜻인데, 실제로 미국의 의료비는 가정을 파산시킬 정도로 높기 때문에 보험을 드는 것이 `진실로 책임을 지는` 행위인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누군가/나머지 사람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데 그것은 개인 책임과 너무나도 모순되는 상황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이 아닐까, 하는 것.

저자는 법률 전문가로서 정부, 입법자의 책무는 시민들이 결국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는 데 있다고 본다. 물론 의도는 좋았지만 수단이 엉망인 경우도 있겠고, 의도마저 전혀 공공에 이롭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적어도 시민에게 개인 책임만을 강조하며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개인 책임을 물을 때 늘 최종 선택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지만, 최종 선택자가 그 선택을 하기까지의 단계를 살펴보아야 하며, 만일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강압이나 불합리함이 있었다면 그것은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책임인 셈이다.

교육자의 책무에 대한 부분이 기억에 남아 적어 둔다. 음, 결국 서평도 독후감도 아닌 요상한 감상문이 되어 버렸다.

내 생각에 교사는 중간 층을 넓히는 사회화보다는, 차이점을 이해하고 반대 의견을 내놓는 데 필요한 인성을 기르는 일에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는 매일같이 국기에 대한 맹세를 복창하는 일에 대한 집착을 좀 버리고, 다수와 다르게 옷을 입거나, 다르게 생각하거나, 자신을 다르게 인식하는 사람들을 더욱 보호해줘야 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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