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와 광기
야콥 하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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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가 정의이자 도덕이 된 사회에서 화자는 마지못해 채식을 시작했다 건강과 아내와 생식기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공개토론장에서 만난 베르트를 통해 다시 육식을 시작한 화자는 책식주의자들을 다시 육식으로 전도하는 일에 기쁨을 느끼고, 채식 수프 공장에 고기를 넣어 보기로 결심한 날, 고기 공장에 갔다 그 공장의 사장이 채식주의의 선두주자 톰 두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배신감에 분노가 치민 화자는 톰 부두를 살해한다.

사실 이미 채식주의자들은 스스로 고귀함과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는 자들이기 때문에, 소설의 상황이 지금과 동떨어진 미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들의 우월 의식이 육식성 인간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통렬하게 풍자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에서 모여 놀자고 마련한 자리라면 저는 아주 질색이었죠. 논다는 건 스위치를 끄고 일상의 걱정과 문제를 잊는 거 아닙니까. 왜 하필이면 근심 걱정을 내 일상의 최전선으로 불러오는 장본인인 직장동료들 과 놀아야 한답니까? 그건 휴가지를 사무실로 예약하 는 거나 다를 바 없어요. - P18

채식주의자를 다시 옳은 길로 끌 어들이는 그의 방법은 그들의 채식주의를 그토록 가 속화시키는 것이라고요. 아주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여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요.
하지만, 제가 물었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 은요. 그들은 뭡니까. 가족을 잃고, 건강을, 실존을 잃 은 사람들은요? 두부는 사장 의자에 앉은 채 교환하 게 웃어 보일 뿐이었습니다. 에이, 약간의 손해는 언 제나 따르는 법이죠. 저는 책상을 뛰어넘어 그에게 달 려들었습니다. 약간의 손해? 저는 고함을 질렀습니 다. 약간의 손해? 내 삶이 송두리째 망가졌는데, 내 아내가 떠나고, 내 일자리도 내 페니스도 똑같이 사라 졌는데, 그걸 약간의 손해라고 말하는 거야, 지금. - P123

말 한 마리를 갖겠다거나 소 한 마리를 살려주고 싶어하는 아홉 살 여자아이의 눈으로 채식주의를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겁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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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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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관한 책은 아니고 개소리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는 철학책.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실 제로 어떠한지에 관심이 없다는 것, 이것이 바 로 내가 개소리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 P38

개소리는 꼭 허위일 필요가 없으므로, 그것은 부정확하게 진 술하는 내용에 있어 거짓말과 다르다. 개소리쟁 이는 사실 또는 그가 사실이라고 간주하는 것에 대해 우리를 기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면 심지어 기만할 의도가 없을 수도 있다. 그가 반 드시 우리를 기만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그의 기 획의도onteprise이다. 개소리쟁이에게 유일하게 없어서는 안 될 독특한 특징은, 그가 특정한 방 식으로 자신의 속셈을 부정확하게 진술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개소리쟁이와 거짓말쟁이 사이의 가 장 중요한 차이점이다. - P57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그것들을 본의 아 니게 마지못해 행해지는 것으로 간주한다. 즉 그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 서 아우구스티누스의 관점에 따르면 그것들은 진정한 거짓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엄격한 의미에서 볼 때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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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왕자 - 다자이 오사무 산문집 쏜살 문고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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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만큼이나 산만하다.

일본뿐만이 아닌 듯하다. 또한, 문학뿐만이 아닌 듯하다.
작품의 재미보다도, 그 작가의 태도가 우선 마음에 걸린다. 그 작가의 인간됨을, 나약함을 탐지해 내지 않고는 승낙하지 못 한다. 작품을 작가와 동떨어진, 서명 없는 일개의 생물로서 독 립시켜 주질 않는다. - P117

진보하지 않았다, 라 고 하면 좋지 않게 들리지만, 퇴보하지 않았다고 고쳐 말하면 어떨까요. 퇴보하지 않는다는 것, 이건 상당한 일입니다. - P183

프랑스 문학에서는, 19세기라면 대체로 다들 발자크, 플 로베르 같은, 이른바 대문호에 심취하지 않으면 뭔가 문인다 운 자격에 미달한다는, 이상한 상식이 있는 모양입니다만, 저 는 그런 대문호의 작품은 사실 읽어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 니다. - P216

공부가 나쁜 게 아니야. 공부의 자부심이 나쁜 거야.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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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 월급사실주의 2025 월급사실주의
김동식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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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쌀먹부터 새로운 용어가 흥미를 붙이게 해줬고, 스스로 반성해 볼 주제를 담고 있는 단편들도 많았다. 계속 읽어볼 생각이다.

<올바른 크리스마스>
호주에서 대형마트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는 주미는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자신과 달리, 남자친구 애런은 높은 직급에 올라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 주미는 자신이 마트 모델에 발탁되어 매니저가 될 기대에 차있지만 본사의 다양성 존중 이미지 제고에 이용당한 것을 알게되고, 매니저 승진의 영광은 원주민 고용 의무를 무기로 삼아 근무 태만을 일삼는 빌리에게 돌아간다.

<아무 사이>
어르신 시터인 희지는 시터닷컴의 베스트 시터로 손꼽힌다. 항상 신규 시터들에게 자신의 책임과 사명감을 고취시키는 강연을 하지만 자신의 처우가 정말 정당한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고양이 키우다 들켜 퇴거명령을 한 집주인과 연락을 시도하려다 돌보고 있는 할머니가 사라지자 밖으로 사방팔방 할머니를 찾아 헤매지만 할머니는 찾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둘러댈 거짓말만 궁리해 낸다. 결국 딸한테 온 전화에 할머니와 같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딸은 할머니와 같이 있었다. 할머니가 두고 간 핸드폰에 자신의 이름이 ‘아줌마‘가 아닌 희지로 등록되어 있는 것을 본다.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계약직을 전전하며 정규직 비장애인 노동자와 대립하고 갈등을 겪는 소설인데 제목이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니라는 게 좀 무엇을 함의하는지 잘 모르겠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청소부 노약자에게 차별을 당하고,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백화점 노동자에게 차별을 당하지만, 규정 위반의 근무를 강요하는 인사과장에게 노동부와 장애인고용공단 신고 카드를 꺼내자 통쾌하게도 태세가 전환된다. 그리고 그들 전부 다 일은 하기 싫다라는 자세만큼은 한결같다.

<일괄 비일괄>
과거 전환이 쉽지 않았던 때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선미는 노부장에게 최근 정책 때문에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된 후배들의 대표로 간주된다. 노부장은 계약직 차별과 이후 일괄 전환자들에 대한 차별을 일삼지만 사실 노부장은 계약직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일년 전 운이 좋게 상고 출신의 막차 정규직이었던 사람이다. 노부장은 후배들에게 대한 미안함 때문에 자발적으로 노예 근성을 보이며 회사에 충성하는 사축이었고, 선미는 자신 또한 정규직으로 전환된 ’행운’을 누렸다는 죄책감에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 하는 모습을 보며 노부장과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기획은 좋으나>
방송국놈들의 전형성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던 PD가 양심을 가진 후배 소연을 만나 자극적인 영상에 사람을 이용하던 관성에 제동이 걸린다. 실제로 선배들에게 일어날 수 없는 경우고, 소연이 계속 방송국에서 일을 한다는 것도 실제 일어날 수 없는 경우다. 사람은 변하지만 안좋게 바뀔 뿐이라는 현실 고증이 필요하다.

매니저 하기 싫어서. 승진하기 싫고, 책임지기 싫고, 더 오랜 시 간 일하기 싫어서. - P49

그러니까 나는 근성이랄 게 없이 삶을 지속해나갔다. 하지만 삶 은 어느 기점 이후로 버티기만 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었다. 미래 를 도모하고 계획하고 운용하는 식이어야만 했다. 그러려면 아무 려나 좋다는 식이어서는 안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러니까 그나마 정을 붙이고 해나갈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 P89

어떤 말들은 오히려 입 밖에 냄으로써 스스로 그것을 진심으로 믿게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전까지 의문으로 남아 있던 것들이 오 히려 발화를 통해 명백해져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의 명백한 진심인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내가 뱉었던 그 말을 복기하며 언덕을 미친듯이 뛰어내려가고 있었다. - P90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이상한 기분, 모멸감 같은 것 들은 도대체 어떤 회로를 거쳐야 다스릴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모 든 일에 진심을 다했지만 그럼으로써 깎이는 마음을 도로 채우는 법은 도무지 몰랐던 것 같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취약 한 부분을 너무도 쉽게 들키고야 말았다. 누구도 내게 그런 식으 로 말할 수 없도록 나를 지키는 건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는데. - P101

"나도 마찬가지야. 노력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아서 행복했어. 그런데 지선아, 나는 가끔 전환이니 일괄이니 하는 그 런 말 몇 마디가 내 인생을 망가뜨린 것처럼 느껴져." - P125

노부장은 자신이 상고 출신 중 마지막 정규직 세대라고 했다.
노부장이 어렸을 때는 정규직이니 비정규직이니 하는 개념 자체 가 없어서 합격하면 그냥 회사원이 되는 거였다. 하지만 비정규직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일 년 후에 들어온 후배들은 일괄로 비정 규직이었다. 고작 일 년 차이로 똑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누군가는 정규직이고 누군가는 비정규직이었다. 노부장은 자신도 일 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정규직이 못 됐을 거라고 자조했다. 고 작 일 년 후배랑 자기랑 무슨 능력의 차이가 있었겠냐고. 그런 생 각을 하면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고. 열심히 하고 또 열심히 해야 지, 안 그러면 그 후배들한테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지선아, 그거 알아? 나는 요즘 내가 노부장처럼 느껴져." - P127

별 시답잖은 질문을 다 하네•····•라는 말을 선배는 눈으 로 뱉고 있었다. - P139

당시 나는 회사와 육 개월 인턴 계약을 했고 이후 근무 평가를 거쳐 일 년을 연장해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갑자기 현실 파악이 되며 내 처지가 자각되었다. 열정이 식어버린 자리에 이성이 들어 찼다. 이곳에서의 현명한 근로 방식은 적게 일하고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만 힘을 쓰는 것이다. 죽자고 주물러봤자 월급 한푼 늘 어날 일 없다. 직업적 성취감 같은 건 고용인이 만들어낸 사탕발 림이다. 어차피 나는 계약직이다. 이 년 후면 바꿔치기당할 소모품. 그뿐이다. - P166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직접 하는 게 속 편하다 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나중에 치르는 값에는 이자가 붙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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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함에 대하여 - 홍세화 사회비평에세이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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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논조에 공감할 수 없지만 주옥같은 날선 비난들이 매력적인 책이다.

문대통령의 ‘복심‘, ‘측근, ‘실세‘라 불리는 사람들이 모두 ‘민주 건달‘ 로 보인다. 과거에 잠깐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도 덕적 우월감이라는 완장을 차고 있는 그들. 하지만 사실은 그런 도덕적 우월감이 더 위험하다. - P19

오만함도 층위가 있다. 조금이라도 겸연쩍어할 줄 아는 오 만함이 있는가 하면, 오랫동안 내면의 절제나 외부의 견제가 작 동하지 않아 공격성까지 띠는, 뻔뻔한 오만함도 있다. - P25

우리에게는 내 부모처럼 나도 노동자이고, 따라서 내 자식 도 노동자가 되리라는 계급의식을 가진 노동자 주력부대가 형 성되어 있지 않다. 반면 유럽은 1848년 2월 혁명으로 앙시앵레 짐이 무너지고 특권계급이었던 귀족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 면서 유산자계급과 무산자계급이 확연히 분리되어 지금까지 이 어져왔다.
노동자는 많지만 노동자 의식은 드문 곳에서 부당하고 억 울한 일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노동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인 식하기 어렵고, 연대 의식의 토대 또한 탄탄해지기 힘들다. - P36

"광신자들이 열성을 부리는 것도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지혜로 운 사람들이 열성을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수치스러운 일이다. 신 중해야 하지만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
볼테르 - P41

세상에는 스스로 인종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주 드물 다. 다만 인종주의적 언행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나와 다른 인종, 종교, 문화를 가진 대상을 차별 배제• 억압하고, 마침내는 혐오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순서일 듯싶다. - P55

애당초 나에게 조국 가족이 벌인 ‘기회의 사재기‘가 기소 요건 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물음이 아니었다. 이를 계기로 교육계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불평등의 세습‘을 주제로 치열하게 토론해 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교육이 한 사회의 생산력을 확장시켜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해준다고 믿 을 근거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 르디외와 장클로드 파스롱(Jean-Claude Passeron)이 "교육은 사회 적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정당화한다"고 주장했던 것이 반세기 전의 일이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설령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해도 그는 이미 개천 사람 들을 대변하지 않지만 말이다. - P67

앞으로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갈 구성원에게는 자본주의에 관한 교육, 특히 노동 인권에 관한 교육이 주체성과 비판성뿐만 아니 라 연대성 함양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주체성 없는 자유로운 시민은 형용모순이다. 연대성이 없으면 공동선 •공익을 추구할 수 없고, 비판성이 없으면 법의 권위가 아닌 권위주의적 권력과 금력이 지배하게 된다.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은 민주적 공간인 학교에서 이 세 가지 요체를 함께 배우고 익힌 다음 각자의 자질 과 능력에 따라 사회에서 자기 직분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우리 공교육이 경쟁 지상주의에 압도되어, 주체성, 비판성, 연대성은 형성하지 않고, 기능적인 능력만으로 학생들 을 서열화하는 과정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간디는 일찍이 7대 사회악으로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 격 없는 지식,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 앙‘을 꼽았다. 우리 공교육은 특히 ‘인격 없는 지식‘과 ‘인간성 없 는 과학‘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우리의 교육 현장은 배움의 터가 아니라 경쟁의 장이다. 아무에게나 물어보자. 학교에 왜 가 냐고? 주체성, 비판성, 연대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사 람이 누구이며, 경쟁에서 앞자리를 차지하여 상위권 대학에 가 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지 않을 사람이 누구인가? 이 경쟁의 과정 에서 인격이나 인간성은 설자리가 없다. - P85

우리는 익숙해지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좋은 대상에 익숙해지면 권태나 싫증을 느끼고, 나쁜 제도에 익숙해 지면 별 저항 없이 더 나쁜 제도를 받아들이게 되며, 우리를 둘 러싼 공간에 익숙해지면 그 공간에 대한 판단력을 잃게 된다. - P96

조국 사태로 함께 동굴에 갇힌 진영과 논 리들,"지적 오만함은 파벌적일 때 가장 치명적이다"(마이클 린치 의 『우리는 맞고 너희는 들렸다.)를 시연한 ‘빠‘와 ‘양념‘의 정치들, 검찰과 언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작 정치의 소음들만 가득 하다. 정치 현상의 놀라운 과잉에 비해 정치는 실종되었고, 그리 하여 사회는 보듬어지기는커녕 갈기갈기 찢기고 있다. - P106

온정과 시혜를 필요로 하는 사회보 다는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가 더 나은 사회라는 것은 분 명하다. 남의 온정과 시혜가 필요한 상황, 그것 자체가 이미 인 간의 존엄성이 훼손된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 의 존엄성은 사적 온정과 시혜의 영역에서 공적 분배와 권리의 영역으로 확장되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삼권 등으 로 자본주의사회에서 약자의 권리를 신장해왔다. 다시 말해, 비 참하거나 고단한 민중의 삶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엷어진 만큼 공 적 분배와 권리가 확장되고 노동자의 권리 또한 신장되었던 것 이다. - P117

뒤트롱의 기회주의자처럼, 나는 착취자도 두렵지 않 고 선동자도 두렵지 않아요. 나는 유권자들을 믿어요. 내 이익을 위해 그들을 이용하지요‘. - P126

오늘날 박 정권과 박 정권을 떠받치는 수구 세력이 일본의 식민 체제 아래에서 조선 민중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공감한다 면,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국가의 이름으로 저지른 학살과 고 문 행위에 대해서는 왜 그리 둔감할까. 아니, 둔감하다는 말은 가당치 않다. 그들이 바로 학살과 고문, 간첩 조작 등 국가 폭력 행위의 주체였거나 거기서 싹튼 세력이기 때문이다. 실상 아베 신조에게는 가소롭게 비칠지 모른다. 자국민을 학살하고 고문한 자들이 식민지 조선과 조선 사람을 유린했다고 일본을 손가락 질할 수 있나? 더구나 일본의 식민 체제에 빌붙어 사적 안위와 영달을 추구했던 자들이? - P132

무릇 못난 자일수록 자신의 무능을 탓하기에 앞서 남부터 탓한다.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에게 그에 맞는 능력과 책임 의식 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P156

개인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에 비해 언론의 자유가 위 축되었다고 느낄 만큼 자기 검열을 하며 이 글을 쓴다. 사모펀드 가 불법이냐 아니냐를 떠나, 사모펀드와 사회주의자라는 조합은 내게 사회주의에 대한 능멸로 느껴졌다. 나는 원외 소수 정당인 노동당의 당원으로서, 지금껏 사회주의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 다. 문재인 정권의 고위 공직자 중에서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 고 칭한 조국 법무장관이 사모펀드와 연관된 유일한 인사라고 한다. - P174

피에르 부르디외에 따르면, 상징폭력은 피지배자에게 사회적 위계를 정 당하거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물리력에 의존하 지 않고도 복종하게 하는 지배 기제다. 몸에 가하는 폭력과 달 리, 상징폭력은 피지배자에게 지배자의 세계관, 의식, 욕망을 내 면화하게 한다. 그 결과 피지배자는 열등감, 즉 스스로를 부정적 이거나 무가치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노동자와 서민은 돈 과 권력을 가진 사람, 정치인, 연예인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관심 을 갖는 반면, 자기와 같은 처지의 노동자 서민에게는 무관심하 다. 관심이 없으니 노동자 서민이 당하는 고통과 불행에는 분노 를 느끼지 않는 반면, 좋아하는 정치인과 연예인이 겪는 작은 고 통과 불행에는 열화와 같은 분노를 느낀다. 프랑스처럼 공교육 등의 사회화 과정을 통해 계급의식이 형성되는 곳에서도 상징 폭력이 관철된다면, 이 땅에서 "우리가 조국이다!" 같은 구호가 별 저항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서초동 집회 참석 인원이 200만 명이든 20만 명이든 11시간 압수수색에 분노 했다는 그들 중에 100여 일 동안 강남역 사거리 철탑 위에서 허 공의 새가 된 김용희 씨,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에도 위험의 외 주화로 일터에서 생명을 잃고 있는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석 달 넘게 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는 톨게이트 노동자에게 관심 을 갖고 분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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