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 사람들이 읽기를 싫어한다는 착각
김지원 지음 / 유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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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무조권 권장하는 책은 아니다. 책이 가져야할 본질을 비롯해 독서에 대한 작가의 성찰까지 짧지만 알찬 에세이다.

책은 항상 경건한 자세로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재미없고 난해하고 지적 허영으로 가득찬 책을 접할 때마다 화가 났고 책 리뷰에 악플을 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사람이 나이들수록 악담만 는다던데 너무 고약한 노인네가 되는 게 아닌가 나 자신이 염려스럽기도 했다. 그런데도 다행히••• 저자의 ‘쓰는 자‘들이 ‘읽는 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의견이 나를 그런 염려로부터 조금 안도하게 해주 었다. 그렇다고 읽는 자‘들이 사용자로서 갑의 지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역효과가 발생하면 정말 슬프겠지만

첫째는 진심으로 글 읽기를 즐거워하는 극소수의 ‘독서 은하계‘ 거주민, 둘째는 읽기는 좋다라는 생각에 빠져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채 일단 의무감으로 읽으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하는 사람. - P6

다만 예전부터 문해력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문해력이라는 ‘유행어‘를 둘러싼 국내 풍경이 능력을 위한 독 서•독서를 위한 독서를 강권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 P6

글이든 영상이든 쉽게 쓰고, 쉽게 소비되는 시대에 여전히 책 한 권 분량의 생각을 삭여 내 오랜 시간 동안 자 신의 주장을 겸손하게 검증하고 또 모은 결과물이 갖는 밀도는 결코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 P7

언론사는 빨간 깃발을 들고 두두거리며 황소(여론)를 약올리는 투우사 같은 역할을 오랫동안 했는데, 요새는 깃발마저 개인 유튜브에 빼앗겨 어리둥절해 있다 - P7

그 시절에도 대중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맥락이 각된 단편적인 정보 뭉치를 스스로 수용하기 버거워했고, 이 때문에 교양이 풍부한 이야기꾼이 직접 맥락을 덧붙여 해설해 주었다. - P9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책(정보)을 주체적으로 읽는 능력을 길러 가다 보면, 평소 접하는 조각 정보 역 시 훨씬 주체적으로 관찰•판단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가령 인터넷 기사• 기사에 달린 악성댓글·유튜브 영 상 등도 어떤 맥락 없이 각각 유리되어 있다면, 그 모든 것이 의미 모를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지만, 그것들 의 사회적 맥락 그리고 나와의 관계를 알게 된다면 모든 정보와 사건을 훨씬 흥미로운 ‘증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맥락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밀도 높은 텍스트는 바로 책이다. - P10

여러 텍스트 가운데 ‘기사‘도 마찬가지다. 종이신문 구독자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기사를 여러 사람이 실시간으로 소비한 적은 이제까지 없었다. 여기에 더해 일상적으로 접하는 유튜브 교양 콘텐츠나 인터뷰 등을 넓은 의미의 텍스트로 포함한다면 요즘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글을 읽는다. 즉 사람 들은 읽지 않는 것이 아니고, 덜 읽는 것도 아니다. 종이신문이나 종이책이라는 19-20세기에 전성기를 누린 매체를 멀리하게 되었을 뿐이다. - P13

인터넷 공간에는 신뢰하기 어려운 정보와 자극적인 표현, 혐오와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글, 무의미한 광고 목적의 글이 가득하다. 그곳에서 공들여 읽을 만한 텍스트를 마주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 P14

즉 중2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써라‘라는 것은 결국 ‘중2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써라‘와 다름없다. - P19

그런데 이 같은 ‘소통‘에서 늘 읽는 사람 탓만 하다 보면, 불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 P19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통상 글을 둘러싸고 어떠한 종류의 ‘불통‘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무조건 읽는 사람 의 문제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은 말과 마찬가지로 필자(화자)가 있다면 독자(청자)가 있다. 소통이 란 서로 공을 주고받는 놀이 같은 것인데, 만약 제대로 놀이가 되지 않는다면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 P19

이를 위해선 독자 쪽에서의 역할(문해력) 뿐 아니라 쓰는 사람 쪽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 쓰는 사람 몫의 노 력이란 상대가 내 말에 귀 기울이게, 솔깃하도록 ‘커뮤니케이션 틀‘을 만드는 일이다. - P20

나는 대중의 문해력‘보다는 ‘귀 기울일 줄 아는 능력‘을 믿는다. 문해력과 귀 기울일 줄 아는 능력은 다른데, 통상 문해력이 ‘고정된 텍스트를 ‘읽어 내는‘ 독자 입장에서의 능력‘을 일컫는다면 귀 기울일 줄 아는 능력은 자신에게 말 거는 텍스트가 자신의 앞에 당도했을 때 난해하고 복잡한 감정이나 개념도 어렵풋이 느끼고 더 알아보고 싶어 하고 공부하고 싶어 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 P20

이건 요즘 사람들이 ‘도파민 중독‘이라 그런 게 아니라, 인간은 원래 세상에 재미라는 것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엄숙한 동물이 아니다. 오늘날의 독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헷갈리고 어렵기만 한 글을 감내할 이유조 차 없고(일단 교실을 빠져나오면). - P22

2021년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청소년 디지털 문해력 조사‘에서 한국 청소년들(만15세)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글자는 알지만 실제로 그 문장이 정확히 무엇을 뜻 하는지를 모르는 실질 문맹률이 75퍼센트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다 - P23

하지만 나는 다시 강조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은 텍스트 읽기 경험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진실하고 재미나 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양질의 텍스트를 읽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것이다. - P24

SNS 플랫폼이 좋아요 숫자를 노출시킨다거나 ‘싫어요‘ 버튼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용자는 감정적으로 막 대한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은 SNS를 할수록 더 많이 우울해지고 정신적으로 취약해진다. 이는 부작용이 아 니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것이다. 「사이언스」에 게재된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사람 들은 긍정적인 미담보다도 화나게 하는 소식에, 진짜 뉴스보다도 가짜 뉴스에 더 많이 반응한다4. 트럼프와 적대 관계였던 『뉴욕타임스」는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오히려 트럼프와 최고의 공생 관계였다. - P28

세스 고딘은 어떤 서비스가 무료라면 당신이 상품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 P29

우리는 통상 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정보이고, 인터넷은 비교적 ‘쉬운‘ 정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사실은 정반대다. 인터넷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자료는 대체로 쪼개진 정보이고, 책은 어떤 정보를 특정한 수준의 지식을 가진 독자를 상정해 가공하고 특정 맥락에 따라 조직한 지식이다. - P47

18세기 영국 시인 새뮤얼 존슨은 지식의 종류를 두 가지로 나누었다. 하나는 우리가 스스로 알고 있는 지식이 고 다른 하나는 알고자 하는 정보가 어디 있는지 아는 지식이다. - P49

실은 ‘나‘라는 존재를 포함해 세상사라는 게 복잡한 일이다. 악의에 똘똘 뭉쳐 있는 적이란 존재하지 않고, 모 든 피해자는 선이 아니다. 당연히 나는 정의의 편이 아니다. 세상사가 복잡한데 내가 생각하는 것마다 정의라 면 나는 악을 물리치는 게 직업인 정의의 사도일 것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현실에서는 선과 악이 명확하지도 않다. - P65

이를 책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본다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독자는 단순히 읽는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인터뷰어)을 경유해 세상에 말을 거는 사람이기도 하다. 비록 일련의 과정에서 책이 중심이 되긴 하지만, 애초에 그 책을 읽기로 결심하고 다가가고 어떤 질문을 먼지는 모든 배경 텍스트는 독자의 주관이다. 그리고 그 반짝임을 글로 남기는 것은 독자의 책임이자 특권이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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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변 말하기 대회 - 김동식 연작소설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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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듯 궤변이라지만 주변에 널린 다단계, 사이비, 혐오 등등과 비슷한 내용이다. 물론 참가자들이 늘어 놓는 궤변은 뻥인 걸 전제로 하는 말이지만 현실 세계에선 그들이 진실이라 믿고 떠들어 댄다는 게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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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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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누군가 했더니 트러스트 번역한 애구나…….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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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벚꽃 에디션)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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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서열을 배제하면 공부는 꽤나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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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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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했지만 가족과의 관계에 아쉬움이 남는 남자가 희귀암에 걸린다. 사신이 자신을 데리로 온 줄 알았는데 그 사신은 다섯살 짜리 여자 아이를 데리러 온 것이었다. 병원에 입원한 뒤 냉혈한이었던 그에게 따듯한 감정을 되찾아 주었던 그 여자 아이를 살리기 위해 남자는 자신의 아들을 마지막으로 만난 뒤 자신의 인생을 삭제하는 거래를 한다.

나도 감수성이 풍부했다면 이런 소설에 감명을 받을 수 있었을까. 어차피 시한부 인생인데 내가 대신 죽고 다른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당연히 내가 죽는 선택지를 고르겠다. 그걸 대신 죽었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내 인생이 통째로 삭제된다니, 그간의 부끄러웠던 과거 행적을 전부 없던 일로 해주면 덤으로 감사할 일일텐데.
물론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가족마저 버리고 업적과 공을 세우는 데 한 평생을 다 바쳤다. 그게 죽을 때가 되니 자신의 아들을 보며 조금 후회스럽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게 되는 계기가 병원에서 만난 다섯살 아이의 암을 보며 느끼는 연민이다. 사소한 사건에도 새로운 동기가 생기기도 하지만, 나는 도저히 이런 스토리에 감흥을 느끼지 못하겠다.

얇은 책 두께 덕에 부담없이 시간을 보낼 수는 있었다.

고향은 절대 벗어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집처럼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도 아니 라는 느낌 말이다. 이제는 거기가 집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화해하려는 대상은 고향이 아니다. 그곳의 길거리와 건물이 아 니다. 당시 우리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때 꾸었던 그 많은 꿈을 이루지 못한 우리 자신을 용서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 P7

네가 그 여자아이만 한 나이였을 때 나더러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 었지. 나는 돈을 번다고 대답했다. 너는 그건 누구나 하는 일이라고 얘기했어. 나는 말했다. "아니지, 대부분의 사람 은 그냥 목숨을 연명할 뿐이야. 그들은 자기가 가진 것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건 없어. 물건에는 기 대치에 따라 매겨지는 가격이 있을 뿐이고 나는 그걸 가 지고 사업을 한다. 지구상에서 가치가 있는 건 시간뿐이 야. 1초는 언제든 1초고 거기엔 타협의 여지가 없어." - P35

"겁이 나네요." 나는 실토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너는 접이 나는 게 아니야. 그냥 아쉽고 슬픈 거지. 너 희 인간들에게 슬픔이 공포처럼 느껴진다는 걸 가르쳐주 는 이가 없으니 " - P100

네 엄마는 나보다 똑똑했고 나는 그걸 절대 용서하지 못했다. 네 엄마는 감정 또한 나 보다 풍부했고 그건 약점이었다. 말로 상처를 줄 수 있다 는 뜻이었으니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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