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월급사실주의
남궁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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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전 회사에서 절도범으로 몰려 경찰 조사까지 받은 설희는 새 직장 ‘등대‘ 음식점에서는 인신매매의 가담자로 누명을 씌었다. 일터가 마치 독을 품고 있는 복어마냥 자신을 위협하는 요소가 도사리고 있었다. 식당에 처음 왔을 때도 팀장이 어떤 사람들이 식당에 오는지 유심히 보기만 하라고 했던 것처럼, 독을 품은 일터에 미리 빠져나오지 못한 잘못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설희는 경찰이 들이닥친 식당에서 날카롭게 반짝이는 복어회를 쳐다보고만 있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화장품 프랜차이즈 영업사원 진영은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점주 순영의 담당 바이저다. 진영은 회사에서 배운 노하우로 약간은 비열하게 점주들을 조종하고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하지만 순영의 다소 순수하고 어리숙한 모습에 자신의 행동을 비춰보고 감정이 복잡해진다. 영업부의 규모가 축소되고, 다들 자신의 살길을 찾아 떠나는 와중에 회사에 남은 진영은 본부 회식에서 직원들의 야비한 농담에 웃음이 나오질 않는다.

<두 친구>
잘나가는 대기업을 다니면서 스타 강사와 결혼한 지현은 육아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자 양가 부모님들이 앓아눕고 남편이 불미스러운 일로 학원을 그만두며 사업에 연이어 실패하는 악재가 이어졌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 뒤늦게 기울어진 가세를 이끌어 가는 지현의 병원에 동창생 승미가 입원한다. 공인이었던 승미는 유명 기업인과의 이혼 소식을 언론을 통해 알고 있었다. 예전만큼 까다로운 성미의 승미와 그런 환자를 케어해야 하는 지현은 서로를 눈치챘으나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승미가 퇴원하면 지현의 카톡으로 선물을 보내지만 지현은 선물을 받지 않고 잊어 버리고, 며칠 뒤 승미로 추정되는 L교수의 불륜 스캔들을 통해 지현은 다시 승미의 선물을 떠올린다.

<빌런>
작가와 작품을 구분할 수는 없으니, 작품을 보면 이 작가는 좀 저질이다. 코인에 대한 평가는 제쳐두더라도, 쿠팡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폄하와 지방 캠퍼스에 대한 차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코미디를 지향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다만 실상은 판춘문예 커뮤니티발 자작 소설에 불과할 뿐이다. 하긴 기획자 장강명의 인성도 이 작품의 수준이니, 애초에 이런 수준의 소설이 기획 의도에 적합할지도 모른다.

<식물성 관상>
민지는 ‘식물성 관상‘이라며 보이사에게 비건식당 매니저로 채용된다. 보이사는 채식이라는 허황된 도덕을 유용하여 외국인들을 교묘하게 착취하는 악덕 업주이지만, 그럴싸한 간판과 명분을 내세워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호감을 사고 민지를 가스라이팅 한다.
보이사는 외국인 근로자를 다양성을 빙자해 호스트바 접객원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폐기할 음식들을 염가에 그들에게 팔아 잔반처리를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임대해 월급의 절반을 도로 가져가지만, 보이사가 내세우는 의식있음, 사회운동이라는 포장에 가려 외국인 근로자들은 보이사에게 호감을 보이고 민지만 혼자 불편하고 괴롭다. 식당의 컨셉과 인테리어가 독일의 어느 비건 식당과 판박이임을 알게 되고, 식당 계정 팔로워를 돈으로 구매한 사실을 알게되고, 보이사의 채용 기준과 위선에 환멸을 느끼고 있을 때쯤 민지는 새로운 매니저가 채용된 것을 안다.

그러나 진 영은 점차 사회생활에선 무능해서 비웃음을 사느니, 약간은 비열 한 게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됐다. - P105

다른 부서원들은 무슨 말인지 제대로 듣 지 못한 채로 따라 웃었다. 진영은 웃지 않았다. 웃는다는 게 어 떤 의미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잘 웃을 것. 그냥 웃을 것. 그 래야 인성 좋아 보여. 일도 잘 풀리고. 순오가 해줬던 조언이었다. - P122

군대에서 온갖 수 컷들을 경험하며 쌓인 촉이 대답하면 귀찮아진다고 알려왔다. - P169

블루 오션이라서 비건을 한다는 말처럼 명쾌한 답은 없었다. 위
선자가 아니라 위선을 이용하는 사업가였다니, 민지는 머리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관점에서 생각하게 하는 사람 곁에서 배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 뻔했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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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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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작가가 글을 너무 잘쓴다. 고급스런 어휘를 구사하면서도 가독성이 좋아 작가의 지성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나를 기분나쁘게 하는 일들은 결국 나의 자존감이 낮은 문제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는데, 이런 책이 간과하는 것은 상대방이 정말 심각한 저질일 경우이다. 그냥 무시하려니 계속 마주쳐야하는 상황이라 결국 거울 치료가 정답인 경우를 많이 겪었는데, 똑같이 갚아주는 공정한 상황에서도 이상하게 내가 마음이 불편해 진다.

2장에서는 한국 사회의 정서적 지형을 조감하면서 모멸감이 만연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분석한다. 조선 시대에 형성된 귀천의 식과 신분적 우열 관념은 외형을 달리한 채 끈질기게 지속되어왔 고, 산업사회 및 소비주의와 맞물려 사람들 사이에 피곤한 경쟁으 로 이어졌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위신을 확인하려는 문화 역시 강한 관성으로 남아 있는 데 반해, 개인을 감싸주고 인정 해주는 공동체는 오히려 급격하게 붕괴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크고 작은 모멸감이 가중되고, 훼손된 자아를 보상받으려는 집단 콤플렉 스가 공격적인 민족주의와 편협한 인종주의로도 나타난다.
3장에서는 인간세계에 나타나는 모멸의 존재 방식을 일곱 개 의 범주로 나누어 살펴본다. 인간이 타인을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서 관계 맺고 소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격을 나누고 가치를 매긴다. 물론 일의 세계나 공식적인 시스템에 서 기능과 효율을 위해 그러한 서열을 세우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영역을 떠나서 사람 자체를 본질적으로 위계화하고, 거기에 사회적인 명예나 실존적인 가치까지 결부시키는 것이다. - P12

상품의 종류 가 점점 늘어나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쏟아질수록 논리보다 감정 이, 이성보다 감성이 더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 P28

인간은 그 사회가 마련한 일정한 기 준에 맞춰 행동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모습이 드러날 때 창피해하는 것이다. - P52

무의식적 모멸의 가능성과 함께 짚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순전히 나의 낮은 자존감 때문에 모멸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응당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대접을 받지 못하면 과민하 게 반응하는 경우가 거기에 해당한다. 서비스업체 직원이 고분고 분하지 않다고 격앙하는 소비자, 어디에서든 특별 대우를 받지 못 하면 난색을 표하는 부유층, 하급자가 깍듯하게 떠받들지 않는다 고 호통을 치는 고위공직자들•••••• 그들은 상대방의 범상한 언행에 서 자기가 무시당했다고 느끼고, 그로 인한 인지 부조화와 자괴감 을 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표출한다. 모욕을 쉽게 주는 사회 못지않 게 위험한 것이 모멸감을 쉽게 느끼는 마음이다. 그것은 또 다른 모 멸감을 확대 재생산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 P68

무시당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 지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 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 P73

물론 이는 상위 1퍼센트 정도에 해당하는 상류사회를 풍 자한 개그지만, 그 ‘높은 세계‘에 대한 선망이 널리 공유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 P89

언어는 생각과 문화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현실을 반영하면 서 동시에 창출한다. 인간관계에 스며들어 있는 권력구조나 서열의식, 그리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감정의 얼개가 언어를 통해 재생산 된다.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말들을 해부함으로써 우리의 마음과 사회의 자화상을 그려볼 수 있다. - P110

이렇듯 한 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격변은 전통적인 신분제도를 빠르게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것은 자각적인 청산이 아니었다. 봉건 적 신분제에서 억눌려 있던 사람들이 힘을 모아 이루어낸 성과도 아 니었고, 구체제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진 지배세력이 스스로 개혁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불발로 끝났고, 식민 지배와 전쟁 그리고 산업화의 물결이라는 외부의 힘에 의해 낡은 질서가 깨져나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권력의 시스템이나 사회 구조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거나 논쟁하지 못했고, 새로운 세계를 향한 비전을 창조하면서 현실과 맞붙어 싸운 경험이 박약했다.
그 결과, 겉으로 보이는 신분제도는 사라졌으나 신분의식은 온존하게 되었다. 혼란기를 통과하면서 기존의 지배 질서는 무너졌지 만, 귀족적 차별의식은 오히려 보편화되었다. 그래서 한국은 여전히 전공적인 신분 만남이 강하게 지배하는 사회다. 다만 그 물이 전근 대적인 신한 질서가 아닐 뿐이다. 그 대신 학력, 빈부, 외모, 지워 등 이 강력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차이들을 중심으로 귀함과 천함을 구분하고 자기와 타인을 위아래로 자리매김한다. 감정노동 을 흑독하게 만드는 의식구조도 거기에 맞물려 있다. - P126

철저한 서열의식과 귀 관념,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짓밟으면서 쾌감을 느끼는 심보는 오래전부터 끈질기게 이어져오 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조선 시대에 양반들이 승려들 위에 군림했던 상황을 들 수 있다. - P127

개인주의는 여러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매긴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한국에는 그런 의미에서의 개인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했다. 남에 대해 신경을 너무 곤두세운다.
그것은 두 가지 차원으로 나뉘는데, 한편으로 타인에게 필요 이상 의 관심을 보이면서 참견하고 타인의 영역을 침범한다. 다른 한편 으로 자기에 대한 타인의 평가와 반응에 너무 예민하다. 이 두 가지 특성이 인터넷 공간에서 맞물려 악플을 양산한다. 우선 다른 사람 에 대해 너무 쉽게 험담을 늘어놓고 당사자에게 악담을 던진다. 그 렇게 약을 올리면 상대방이 발끈하거나 움츠러든다. 이따금 일파만 파로 사회가 요동을 치기도 한다. 악플러 입장에서는 재미가 쏠쏠 하다. 예상했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받으면서 자기 효능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 P141

이처럼 삶은 급속하게 개별화되는데,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개인주의는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었더라 도, 자기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면 그런대로 견딜 만 하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나름의 인생철학에 기대어 살아갈 수 있고, 고독을 즐겁게 채울 수 있는 내면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주의가 정착된 사회라면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기에 불필요한 관심을 갖거나 함부로 간섭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적절 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저마다의 삶의 양식과 다양한 가치관을 인정 한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개별성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사회질서를 수립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 - P142

사회적 결속이 느슨해지고 사적인 영역에서도 친밀한 관계가 어려워지는 상황, 그렇다고 개인주의적 세계관이 형성된 것도 아니 어서 타인의 시선에 늘 전전궁궁하는 삶은 모멸감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 얼개는 이러하다. 고립된 개인들이 자기 정체성이 박약한 가운데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행복과 불행, 오만과 콤플렉스 사이 의 왕복을 거듭한다. 귀천* 이나 우열의 가파른 위계 서열에서 상 위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자존감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실 제 자신이 처한 현실이나 맞이하게 될 미래를 직시하면서 스스로를 투명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천박한 통념과 허위의식에 사로잡힌다. - P143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자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 더러운 세상의 일부가 되어 일등이 아니면 눈길을 주려 하지 않는다. 나 자신에게조차 그런 가혹한 기준을 적용한다.
모멸감의 일정 부분은 자업자득이다. - P145

의도는 선하다. 가족이나 친지들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한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버겁다.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 기에 무시하거나 정면으로 반박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듣기 싫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내가 한마디 하겠는데‘라면서 시작되는 충고 라고 한다. 물론 쓴 약이 양약이듯 고언뽑금이 꼭 필요한 경우가 많 지만, 어설픈 단정과 주제넘은 조언이 짜증을 불러올 때도 적지 않 다. 상대방이 놓여 있는 처지, 어쩔 수 없는 상황, 거기에서 겪는 일 들과 그에 대한 느낌 등에 대해 무심한 채 피상적으로 판단하고 자 기식대로 도움말을 주는 것은 모멸감을 자아내기 쉽다. - P191

‘불쌍하게 여긴다‘는 말의 뉘앙스를 살펴보자. 얼핏 상대방의 어려움에 깊이 동감하는 듯하지만, 냉철하게 뜯어보면 열등한 존재 로 대상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불쌍해 보이는 것을 원 치 않는다. 동정의 시선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의 비참한 처지를 부각시키면서 불쌍해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지만, 이미 자존감을 포기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거리나 전철에서 구걸하는 이들이 거기에 해당한다.
타인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에는 위안을 얻고 싶은 마음이깔려 있다. 행복에 대한 강박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자기보다 불 행한 사람들과의 대면이나 비교는 상대적인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자신이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가를 새삼 일깨워준다. 물론 그러한 비교를 통해,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에 감사하고 평범한 일상 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가 단지 나의 행복을 확인하는 배경으로만 여겨진다면, 한낱 대상이나 수단에 머물고 만다. 나와 그들 사이에 인격적인 관 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 P194

모든 가치가 돈으로 매겨진다 해도, 사람은 그것을 벗어난 세 계를 여전히 간직하고 싶어 한다. 다만 너무 자주 그런 세계를 잊고 살 뿐이다. - P236

자기의 사회적 지위를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는 사람들은 그렇 듯 자존심이 무너지는 상황에 쉽게 노출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그 지위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 갈 수밖에 없는데, 자신은 언제까지나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 P268

‘정신승리법‘이 초래하는 자가당착, ‘긍정의 배신‘을 늘 조심해야 한다. 때로는 타인의 모욕을 받으면 서 내가 누구인지를 깨달을 수도 있다. 경멸은 자기의 정체를 비춰 주는 시선이 될 수 있다. 『서준식 옥중서한*에 이런 구절이 있다. "깊은 사색 없이 단순 소박하기는 쉽다. 그러나 깊이 사색하면서 단순 소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자신을 기만하면서 낙천적이기 는 쉽다. 그러나 자신을 기만하지 않으면서 낙천적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 P283

누가 보든 보지 않는 자기의 양심과 도덕률을 따르는 것이 명예의 본질이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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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와 광기
야콥 하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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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가 정의이자 도덕이 된 사회에서 화자는 마지못해 채식을 시작했다 건강과 아내와 생식기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공개토론장에서 만난 베르트를 통해 다시 육식을 시작한 화자는 책식주의자들을 다시 육식으로 전도하는 일에 기쁨을 느끼고, 채식 수프 공장에 고기를 넣어 보기로 결심한 날, 고기 공장에 갔다 그 공장의 사장이 채식주의의 선두주자 톰 두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배신감에 분노가 치민 화자는 톰 부두를 살해한다.

사실 이미 채식주의자들은 스스로 고귀함과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는 자들이기 때문에, 소설의 상황이 지금과 동떨어진 미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들의 우월 의식이 육식성 인간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통렬하게 풍자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에서 모여 놀자고 마련한 자리라면 저는 아주 질색이었죠. 논다는 건 스위치를 끄고 일상의 걱정과 문제를 잊는 거 아닙니까. 왜 하필이면 근심 걱정을 내 일상의 최전선으로 불러오는 장본인인 직장동료들 과 놀아야 한답니까? 그건 휴가지를 사무실로 예약하 는 거나 다를 바 없어요. - P18

채식주의자를 다시 옳은 길로 끌 어들이는 그의 방법은 그들의 채식주의를 그토록 가 속화시키는 것이라고요. 아주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여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요.
하지만, 제가 물었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 은요. 그들은 뭡니까. 가족을 잃고, 건강을, 실존을 잃 은 사람들은요? 두부는 사장 의자에 앉은 채 교환하 게 웃어 보일 뿐이었습니다. 에이, 약간의 손해는 언 제나 따르는 법이죠. 저는 책상을 뛰어넘어 그에게 달 려들었습니다. 약간의 손해? 저는 고함을 질렀습니 다. 약간의 손해? 내 삶이 송두리째 망가졌는데, 내 아내가 떠나고, 내 일자리도 내 페니스도 똑같이 사라 졌는데, 그걸 약간의 손해라고 말하는 거야, 지금. - P123

말 한 마리를 갖겠다거나 소 한 마리를 살려주고 싶어하는 아홉 살 여자아이의 눈으로 채식주의를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겁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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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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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관한 책은 아니고 개소리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는 철학책.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실 제로 어떠한지에 관심이 없다는 것, 이것이 바 로 내가 개소리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 P38

개소리는 꼭 허위일 필요가 없으므로, 그것은 부정확하게 진 술하는 내용에 있어 거짓말과 다르다. 개소리쟁 이는 사실 또는 그가 사실이라고 간주하는 것에 대해 우리를 기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면 심지어 기만할 의도가 없을 수도 있다. 그가 반 드시 우리를 기만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그의 기 획의도onteprise이다. 개소리쟁이에게 유일하게 없어서는 안 될 독특한 특징은, 그가 특정한 방 식으로 자신의 속셈을 부정확하게 진술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개소리쟁이와 거짓말쟁이 사이의 가 장 중요한 차이점이다. - P57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그것들을 본의 아 니게 마지못해 행해지는 것으로 간주한다. 즉 그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 서 아우구스티누스의 관점에 따르면 그것들은 진정한 거짓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엄격한 의미에서 볼 때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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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왕자 - 다자이 오사무 산문집 쏜살 문고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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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만큼이나 산만하다.

일본뿐만이 아닌 듯하다. 또한, 문학뿐만이 아닌 듯하다.
작품의 재미보다도, 그 작가의 태도가 우선 마음에 걸린다. 그 작가의 인간됨을, 나약함을 탐지해 내지 않고는 승낙하지 못 한다. 작품을 작가와 동떨어진, 서명 없는 일개의 생물로서 독 립시켜 주질 않는다. - P117

진보하지 않았다, 라 고 하면 좋지 않게 들리지만, 퇴보하지 않았다고 고쳐 말하면 어떨까요. 퇴보하지 않는다는 것, 이건 상당한 일입니다. - P183

프랑스 문학에서는, 19세기라면 대체로 다들 발자크, 플 로베르 같은, 이른바 대문호에 심취하지 않으면 뭔가 문인다 운 자격에 미달한다는, 이상한 상식이 있는 모양입니다만, 저 는 그런 대문호의 작품은 사실 읽어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 니다. - P216

공부가 나쁜 게 아니야. 공부의 자부심이 나쁜 거야.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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