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이 쌓일 만두 하지? - 일상의 빈틈을 채워주는 세상의 모든 지식
팀 교양만두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알쓸신잡. 재밌다.

왕실의 사위를 가리키는 부마라는 말은 부마도위라는 관직에서 유래했습니다. 왕이 궁궐 밖으로 행 차할 땐 혹시 모를 암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운행하는 예비마차를 관리하고, 탑승하는 직책이었죠. 이는 왕의 생명과 관계된 중요한 기밀이었기 때문에, 중국 서진의 세조 때부터 왕실 가족인 사위를 임명하는 전통이 시작 됐습니다. - P30

이런 경향은 조선 후기 성리학 질서가 강화되면서 달라졌습니다. 결혼한 부부가 시댁에서 사는 ‘친영제‘가 일반화되기 시작했고, 유산도 남성 특히 장남에게 집중적 으로 상속되기 시작했죠. 또한 여성은 외출할 때 쓰개치마나 장옷으로 얼굴을 가려 야 하는 등 일상생활의 규제도 생겨났고 재혼도 금지되었습니다. - P38

스페인 독감이라고 하면 발생국이 스페인일 거라 생각 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엔 제1차 세계 대전으로 각국의 정보가 엄격하게 통제된 반면, 당시 중 립국이었던 스페인은 정보가 통제되지 않았죠. 이 때문 에 전염병 소식이 널리 퍼져 나갔고, 결국 스페인이 발 생국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붙게 됐습니다. - P95

달리는 작품에 에너지를 쏟는 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자신 을 알리는 데에 쏟았습니다. 그의 도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함께 활동하던 초현실주 의 그룹에서 제명당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그런 행동들로 더욱 유명해졌 습니다. 요즘 말로 ‘기믹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특이한 전략, 또는 그 전략에 이용되는 독특한 특징)이라고 할까요? - P121

차라리 인플루언서로 살았으면 본인한테도 좋 았을 텐데•••. 연산군은 노래와 춤도 무척 즐겼다고 해.
특히 처용무를 잘 췄는데, 그냥 자기만 춤추고 논 게아니라 전국에서 제일 춤을 잘 추고 예쁜 사람들을 모 아놓고‘흥청‘이라고 불렀어
흥청망청 - P184

오, 안 그래도 우리가 자주 쓰는 ‘박스 오피스‘라는 말 이 오페라 극장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어. 오페라 극 장에 가면 측면에 튀어나와 있는 공간이 있잖아. 그걸
‘박스석‘이라고 부르는데, 지금이야 누구나 예약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특권층만의 공간이었지. - P2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해피 엔드 소설Q
이주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주는 어느 모임에서 아버지에게 학대받았던 어린 시절을 토로하는 자신에게 공감해준 원경과 빠르게 친해진다. 서로에게 누구보다 가깝고 서로를 위해주고 이해해 준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어느날 원경의 다소 무례한 발언에 상처와 모욕을 받고 관계가 소원해졌다. 원경의 연락에 답장을 하지 못하던 기주는 자신의 회사에 다소 특이한 유튜버 장과장에게 동행을 부탁해 원경이 운영하는 카페에 찾아가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원경은 카페에 없었고, 원경의 어머니와 동생을 보고온 기주는 결국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원경에게 왜 이해받으려 했었는지 성찰하며 돌아온다.

기주의 주변 인물들도 기주에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자신을 떠나 보내려는 어머니, 장과장에게만 친근한 가니, 옷을 전부 빨아버려 한여름에 기모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장과장. 하지만 기주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해 고통받지 않는다. 어쩌면 가장 친한 사람은 쉽게 자신을 이해해 준다는 착각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서 기주의 마음은 나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나는 그날 원경으로 인해 가까워진 원경의 친구들 앞에서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진정하라는 원경 의 말에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고 갑자기,라는 말에 절망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이후 1년 동안은 하루의 많은 순간에 문득 원경을 떠올렸던 것 같다. 아니, 원경이 아니라 수치심과 절망감만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 다. - P7

원경의 메시지에 답하지 못한 채로 1년 정도가 지나서야 나는 종종 원경의 말대로 내가 솔직하지 못했다는 것 을 인정할 때가 있었고 앞으로 나 자신이랄지 가까운 사람들에겐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내게는 누군가를 잃는 것보다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나에 대해 솔직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게 더 두려웠다. 상대가 이해해줄지 아닐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은 얼마만큼 솔직할 수 있는 걸까. - P20

화를 낸 이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결국 침묵을 택했던 것. 입을 꾹 다물고 네 사람의 시선을 견디며 지금 내 침묵이 원경을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여기면서도 끝까지 입을 떼지 못했던 것. - P20

공존하기 어려운 것들을 바랄수록 인생은 고단해질 것이다. 나는 고단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으므로 되도록 무엇인가를 바라고 싶지 않다. - P27

그러니까 이런 모든 생각들이 때로 무의미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이유는, 종종 무엇도 바라는 것 없이 마음 이 좋을 땐 지난 일들과 현재의 나 사이에 별다른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미 일어난 일은 영원히 그때 그대로라는 것. 나는 어떤 일을 같이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 이 모두 다른 걸 볼 때마다 사실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긴 하는 것인지 종종 의문이 들고는 했다. - P57

기주씨,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잘될 거예요.
열린 방문 틈으로 장과장이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나는 장과장의 말을 반만 믿기로 했다. 반을 믿지 않는 것 이 아니라 반을 믿기로. - P74

나는 왜 그토록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했을까. 기쁨이나 슬픔은 그렇지 않은데 나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 오래되고 깊은 마음들은 왜 꼭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했는지 잘 모르겠다. - P95

가장 깊은 곳에 가려둔 마음들을 곧 마주해야 할 것 같은 두려움 속에서 원경과 가짜 화해와 멀어짐을 반복하 던 그해 여름의 끝에서. - P95

하지만 어쩐지 슬픔은 나누거나 더하는 연산이 통하지 않는 신통한 모양으로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으레 함 께 머무르려 하는 친근한 정령 같았고, 어쩌면 한데 어울리는 동안 우리도 슬픔의 성질을 조금은 알게 된 것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픔은 사람의 안과 밖 모든 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지만, 또 반대 로 어떤 마법 같은 순간에 이르면 제 스스로 무너져 세상의 한겹 밖으로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기도 한다는 것 을요. - P96

타자의 행복에서 자신의 불행을 발견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보통의 생활은 기주 가 가진 기억과 감정의 틈입으로 긴장되기도 하고 마비되기도 합니다. 기주의 현실은 기주의 마음속에서 타인 들이 모르는 모습으로 변형되고 왜곡됩니다. - P98

기주가 그토록 마주하려 하고 또 도망치려 했던 끝은 다른 어디도 아닌 기주 안에 있었습니다. 이미 일어난 그 일을 다시 마주하는 일. 스스로 고통스럽게 그 일을 다시 쓰는 일. 계속해서 멋대어진 여러겹의 엔딩이, 그 입 체적인 시공간이 소설의 여정을 동행한 우리의 엔딩입니다. 그 무엇으로도 결론지을 수 없어 맹렬히 사로잡혔 던 기억 위에 더해지는 기억. 변형되고 왜곡되어서야 겨우 제대로 마주볼 수 있게 된 우리의 약한 마음입니다. - P1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THE MONEY BOOK 더 머니북 - 잘 살아갈 우리를 위한 금융생활 안내서
토스 지음 / 비바리퍼블리카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기초적인 내용이라던데, 나에겐 상당히 생소했던 부분이 많아 반성하는 바이다….

우선, 사람들은 마음이 힘든 일을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쪼그라든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욕구가 발생한다. 흥 미로운 점은 이 욕구의 상당 부분이 엉뚱하게도 문제 해결과 무관한 물건의 소유욕 같은 것으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사실 일상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자주 목격해왔을 것이다. 실연의 상처를 받고 난 뒤 폭음이나 폭식을 하는 경우는 그나마 무난하다. 존중이 부족한 성장 과정을 거친 학생과 성인들 중 일부가 학교와 직장에서 남 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측면이 강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상받는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 등 역시 정확히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회 전체가 불안하고 고통받는 팬데믹이나 경제 위기의 시대에는 엉뚱한 보상 심리 로 마음을 회복하려는 현상이 더 광범위하게 관찰되곤 한다. -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지능이 높다.
비인간화는 인류 최대의 반인륜적 범죄이다.

다른 사람 종이 멸종하는 와중에 호모 사피엔스를 번성하게 한 것은 초강력 인지능력이었는데, 바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이다. - P19

수 세대에 걸친 가축화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지능을 쇠퇴시키지 않으면서 친화력을 향상시킨다. 어떤 동 물이 가축화될 때는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많은 요소가 변화를 겪는다. 가축화징후*라고 불리는 현상의 변화 패턴은 얼굴형, 치아 크기, 신체 부위별로 각기 다른 피부색에서 나타난다. 호르몬과 번식주기, 신경계에 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가 연구에서 발견한 것은 조건이 일정하다면 자기가축화가 타인과 협력하고 소통 하는 능력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 P20

랭의 생각이 옳았다. 이런 유형의 놀이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친화력 좋은 여우들은 우리의 손짓을 이용해 서 먹이를 찾아낼 수 있었다. 개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반면에 보통 여우들은 몇 달에 걸쳐 집중적으로 사 회화 훈련을 받았는데도 우리의 손짓에 응한 확률이 겨우 절반을 넘기는 수준이었다.

영리한 여우를 원한다면 당신이 찾을 수 있는 한, 가장 친화력 좋은 여우를 번식시키면 된다. - P45

사람이 무언가 창조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막대한 양의 쓰레기일 것이다. 오늘날에도 수렵채집인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바깥에 내다버리고 천막 밖으로 나가 용변을 본다. - P47

협력이 필수인 곳에서는 관용이 지식을 앞선 것이다. - P62

사회연결망이 확장되면 강력한 피드백 순환 고리가 시작된다. 사회적으로 연결될수록 우리는 더 나은 기술 을 갖게 된다. 개선된 기술로 더 많은 양식을 구할 수 있어 우리는 더 많은 사람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더 밀도 높은 집단을 이루어 살게 된다. 인구밀도가 높은 집단은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킬 것이며 이런 식으로 순환 고 리가 이어지는 것이다 - P71

자신들이 누리던 자원이나 특권 혹은 어떤 경제적 이익에 위협이 되는 집단이 나왔다면, 그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이 상식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정치적 이념 대결이나 혹은 한 사회 내 다른 집단의 상대적 지위가 타인에 대한 비인간화를 야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크테일리가 이 연구에서 얻은 결론은, 외집단에 대한 비인간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소는 그들이 먼저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인식이었다. 이것을 보복성 비인간화Reciprocal Dehumanization라고 한다. - P112

고프가 지적하는 것은 비인간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인원화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을 유인원으로 부르거나 유인원에 비유하다 보면 사람들의 심리에 도덕적 배제*가 발생하며, 이렇게 유인원화의 표적이 된 개인이나 집단은 기본 인권을 지켜줄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된다. 편견보다 유인원화가 현재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인종 간 격차를 더 잘 설명해주는 것이다. - P127

사회지배 성향이 높은 사람들과 우파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 둘 다 타인 혹은 타 집단을 절대로 용인하 지 않는 극도의 편협함을 보이지만 두 집단의 이념은 상당히 다르다. 우파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외 부자를 위협으로 인식하지만, 사회지배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외부자를 열등한 존재로 인식한다. 우파 권위주 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권위에 순응하지만, 사회지배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단이 주도권을 갖기 를 원한다. - P1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번역의 말들 - 읽는 사람을 위한 번역 이야깃거리 문장 시리즈
김택규 지음 / 유유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세이는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를 주제로 한 책을 읽어야 재밌나 보다.
평소 번역서를 읽으면서 터졌던 분노들이 이제는 좀 사그라 들 것 같다.

번역이 원작과의 유사성을 그것의 마지막 본질에 따라 추구할 경우 어떠한 번역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이 입증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사후의 삶이라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의 변천과 새로워짐이 아니라면 그렇게 불릴 수도 없을 터인데, 그러한 사후의 삶 속에서 원작은 변화하기 때문이다. - P24

문화대혁명의 깊은 상처를 돌아보는 ‘상혼문학(문화대혁명의 상처를 되새기고 위로하는 문학 조류)‘ 계열에 속해 많은 이의 공감을 사기는 했다. 하지만 후대에 쓰인 문학사에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소설이 라기보다는 거의 수기에 가깝고 감정 노출이 너무 직접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듬해 첸 선생은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해 자기 생각을 정리했다. 중국과 한국의 민중이 역사의 격랑을 넘고 나서 얻은 감정적 후유증이 「사람아 아, 사람아」에서 접점을 갖고 이어졌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그랬다. 「사람 아 아, 사람아」의 현생은 중국의 상흔문학이었지만 후생은 민주화 후 한국의 중국식 후일담문학 이었다. - P25

한국에 출판되는 당신의 소중한 책을(이제 제 책이기도 하지요) - P29

애초에 외국 저자가 자국 독자를 배려해 쓴 글을 가져와 국내 독자를 타깃으로 번역해 새로 내놓으려니 적절 한 외교술을 부리지 않을 수 없다. - P29

출판사들은 새로운 중국 소설을 원하지 않았다. 굴곡진 현대사를 헤쳐 온 민초의 이야기‘만을 바랐다. 왜? 독 자들이 중국 소설에서 기대하는 이야기가 그거였고 또 그런 독자들이 중국 소설을 읽는 고정층이었기 때문이 다. - P33

지금 이 시간에도 독자는 저자의 글을 마음속으로 번역하고 반장은 선생님의 전달 사항을 친구들에게 통역하 며 시민들은 정치인의 발언을 서로 다르게 번역해 옥신각신한다. 번역은 본질적으로 해석 행위이고 해석은 누 구에게나 열려 있기 때문이다. - P37

하지만 어디에나 괴짜는 있게 마련이어서 언젠가 외국어의 어순을 그대로 살려 번역해야 한다는 역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이미 몇 권의 번역서를 낸 사람이었지만 아마 그전에 출판사와 부단히 충돌했을 것이다. - P47

한국어의 순수성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고대에 수입한 한자에서 생성된 한자어가 사전 표제 어의 약 52퍼센트에 달하고 사회과학, 화학, 물리, 법학 등 각 학문 분야의 기본 술어가 대부분 근대 일본의 번역어이며 또 해방 이후에는 영어를 위시한 서구어에서 비롯된 외래어가 매일같이 탄생하고 있는데 무슨 ‘순 수성‘을 논하겠는가. 오히려 한국어는 다양한 외국어의 영향을 마치 용광로처럼 한데 녹여 무한히 변신해 왔 다고, 그만큼 유연하고 자유로운 언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한국어 고유의 특성을 저해하는 서툴고 비효율적인 언어습관은 경계한다. 한국어는 품사 중에 동사 와 부사가 명사와 형용사보다 비중이 커서 동적이고 구체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를 유념하지 않으면 글을 쓰 든 번역을 하든 힘없고 추상적인 문장이 나온다. 소설에서 "빠르게 달려갔다"를 굳이 "빠른 속도를 유지했다" 라고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또 한국어는 시제 구분이 까다롭지 않은데도 대과거를 나타낸답시고 ‘했었었 다‘처럼 과거시제 선어말어미를 중복해 쓰고, 그의 마음의 상처‘처럼 관형격조사 ‘의‘를 연달아 쓰곤 하는데, 모두 어색하기 그지없다. - P67

그런데도 대부분의 독자는 ‘잘된 번역서‘를 몰입해 읽을 때 번역가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다. 원저자의 목소리 가 투명하게 자기 귀에 직접 와닿는다고 느낀다. 이것은 재현에 대한 얼마나 낭만적인 환상인가. - P73

어렵지만 의미심장한 책을 가방에 한두 달씩 넣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조금씩 곱씹어 읽는 독자는 거의 소멸 했다. 대신 일상을 마무리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머리를 식힐 용도로 책을 꺼내 드는 독자가 상대적으 로 많아졌다. 이런 까닭에 이 시대의 출판업자들은 어쩔 수 없이 가볍고 매끄러운 책을, 디자인은 앙증맞고 불 편한 주제는 피해 가는 범용성 책을 더 많이 내게 된다. 사실 누구나 읽을 만한 책은 누구나 꼭 읽을 필요는 없 는데 말이다. - P75

작가는 진공 속에서 글을 쓰지 않는다. 그는 특정 문화의 산물이다. 특정 시대에 속하여 글에 종족, 성별, 연 령, 계급, 출생지 등의 요소가 반영되고 개인적 문체와 습관의 특징도 나타난다. - P126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지의 텍스트를 찾아 번역하고 싶어요 - P137

10년 만에 시 쓰기를 그만둘 때 나는 의외로 기분이 담담했다. 그 10년은 사실 재능 없음에 대한 끈질긴 부정 과 확인의 세월이었다. 할 만큼 했고 이제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오랜 의지를 대체할 새로운 의지가 필요했고 그때 마침 나는 생계형 번역가로 첫걸음을 뗀 상태였다.
‘아무에게도 충격을 못 줄 작품을 쓰느니 누군가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번역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내 문학 기획과 번역은 이때 시작되었다. - P149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 출간되는 문학작품의 성패는 거의 전적으로 현지 번역가의 역량에 달렸다. - P1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