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백수린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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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해할 수 있는 건 이해하고 아닌 건 그대로 내버려 둬야지.

부모님이 전기를 읽으며 흥미를 느낀 부분은 삶의 시간을어떻게 보냈는가 하는 이야기지 일생을 특별하거나 비참하게만드는 특이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게다가 사실대로 말하면 특별한 일생들도 때로는 서로서로 닮아 있곤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들의 생애가얼마나 다른 이들의 생애와 닮았는지를 알지 못했다. - P9

물론 『여름비』를 읽어나가며 내가 당혹스러움을 느꼈던 건 소설의 형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여름비는 이상한 일로 가득한 소설이다.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운 적 없는데스스로 글을 깨우칠 뿐 아니라, 학교에 가지 않고도 몇 개월 만에 독일 철학까지 섭렵하는 에르네스토라는 천재 소년의 존재는 얼마나 기이한가. 아이들을 방치해둔 채 매일같이 감자만 깎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너무도 사랑하여 감시만 하는 무직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신들을 버릴지도 모른다는두려움에 사로잡혀 시도 때도 없이 울부짖는 동생들은? 남매이면서도 서로에 대해 죽음보다 강렬한 욕망을 느끼는 에르네스토와 잔은?
정말 이상한 소설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책을 천천히읽어나갔다.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시를 읽을 때처럼, 중간중간에 책을 덮어두었다가 다시 펼쳐들기를 반복하면서, 이해할수 있는 것은 이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나는 이 소설이 한 편의우화라는 것을, 삶과 죽음, 사랑과 절망, 그리고 무엇보다 유년시절에 대한 쓸쓸하고도 찬란한 우화라는 것을 알았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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