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의 집
사샤 나스피니 지음, 최정윤 옮김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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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외딴 마을 레 카세에 범죄자 사무엘레가 돌아온다. 사무엘레는 에세드라의 손자이며 니코데모에게 체스를 사사받은 제자이고 레 카세로 돌아와 마리오의 상점에서 일하는 엘레오노라와 사랑에 빠진다.
에세드라는 과거 레 카세의 부호 이사스티아 대령의 하녀로 이사스티아 대령의 살림을 총괄하는 우두머리였다. 대령과 결혼해 재산을 차지하려던 미모의 신입 하녀인 아델레 첸티니는 살림의 지휘권을 차지하기 위해 계단에서 에세드라를 굴러 떨어지게 만들고, 대령의 딸인 키아라 마리아까지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여버린다. 대령과의 결혼이 계획대로 이루어질 무렵 대령의 수행비서인 마르첼로의 아이를 임신하고, 에세드라의 결혼 선물에 같이 전달되어 온 전갈에게 물려 유산이 되어 혼전, 혼외 임신이 들통나 버린다. 충격에 빠진 이사스티아 대령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물려줄 후손을 만들길 포기하고 파리로 가 모든 재산을 탕진해 버린다. 아델레는 대령 집안의 모든 하인들을 실직자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으며 대령의 집에서 쫓겨 나온다. 그러나 아델레는 레나토가 당첨된 복권을 줍게 되고, 그의 당첨금으로 다시 부유한 삶을 살면서 에세드라에게 복수할 날을 꿈꾸지만 에세드라가 복수하기 전에 먼저 죽어 버리고, 그의 손자인 사무엘레에게 복수할 날을 꿈꾸며 산다. 사무엘레가 실종된 엘레오노라오 함께 있다는 것을 경찰에 신고한다.
사무엘레를 사모하는 마리엘라는 디보의 아내이자 아킬레, 레나토 등 동네 여러 남자들과 불륜을 일삼는 문란한 여자다. 레나토 스타촐리는 동네 담배가게 주인인데, 그는 충동적으로 구매한 복권이 운 좋게도 당첨된다. 누구에게도 복권이 당첨된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복권을 잃어버린다. 자신의 불륜녀인 마리엘라를 의심하며 디보의 행색도 유심히 살피지만 그들이 복권 당첨금을 받은 정황을 찾아내지는 못한다. 아델레가 복권을 주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평생 복권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과 열패감에 빠져 우울하게 지내다 아내인 카테리나마저 그를 떠나버린다.
에세드라는 남편 마타피리와 함께 아킬레 세랄리니의 부모님이 판 아래층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에세드라의 딸 키아레타가 외국인과 교제하다 아이를 출산하고 에세드라에게 남겨두고 도망을 갔는데, 그 아이가 사무엘레다. 아킬레 세랄리니의 쌍둥이 동생 안졸리노는 동성애자로 스위스 출신의 애인에게서 많은 재산을 받아 쌍둥이 형 아킬레보다 부유한 삶을 살았다. 아킬레가 디보를 폭행해 치료비를 물어주다 모아둔 돈을 다 써버리자 안졸리노는 형에게 사줬던 비안차르디 집의 지하실을 팔라고 하지만 이를 거부한다. 안졸리노가 아킬레와 마리엘라가 바람을 피며 주고받은 쪽지를 지하실에 있던 책에서 발견해 아킬레를 협박하자 아킬레는 안졸리노를 죽여버리다. 안졸리노의 죽음을 자신이 죽은 것 마냥 위장해 버리고 자신은 안졸리노로 분장해 살아간다. 아킬레 세랄리니는 사무엘레가 돌아오고 난 후 아래층에서 엘레오노라와 함께 있는 사무엘레를 몰래 지켜본다.
조반나 지난네스키는 뚱뚱보 조반나로 불리는 노처녀이다. 과거 알프레도라는 남자를 사랑했는데 친구 발렌티나 코케티가 알프레도와 바람피는 걸 목격하고 알프레도에 대한 마음을 접는다. 그러다 알프레도가 갑작스럽게 죽게 되고, 자신을 찾아와 알프레도의 죽음을 슬퍼하는 코케티를 끔찍하게 폭행하고 감금해 버린다. 조반나의 아버지 가스파레는 어느 날 잔인하게 학대 당해 사람의 형체를 잃은 코케티가 사슬이 풀려 지하실에서 나온 모습을 보고 놀라 심장마비로 죽어버린다.
독일군인 아미코 프리츠는 부대가 철수하던 마지막 날 사창가에 머물다 시간을 놓쳐 마렘마에 남게 된다. 프리츠를 숨겨 준 니코데모의 어머니는 전쟁에서 자신의 아들을 잃은 현실을 부정하고자 프리츠를 니코데모로 만든다. 독일식 억양을 고치게 하고, 니코데모처럼 염색을 시키고, 부러진 앞니마저 똑같이 만들기 위해 망치로 이를 부셔 버리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은 니코데모가 전쟁 후에 조금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라 생각했고, 프리츠는 큰 어려움 없이 니코데모로 변장하여 살아간다. 그러다 술집에서 사람들이 체스를 두는 것을 보고 체스에 빠지게 되고, 어느 프로팀에 스카웃이 돼 체스 챔피언의 자리까지 오른다. 은퇴 후 사무엘레에게서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본 니코데모(프리츠)는 사무엘레에게 자신의 체스 기술을 전수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무엘레가 사라진다. 이후 TV에서 사무엘레가 흉악범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레 카세 사람들의 엽기적인 행각들을 전부 꿰뚫고 있는 사람들은 근친상간으로 난쟁이 농아로 태어난 피에라와 줄리아노다. 이들은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이 자신들을 왕처럼 대접해주며 탑으로 올라가는 놀이를 즐겼는데, 이는 사실 난쟁이 남매를 동네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미신의 재물로 바치는 행위였으며, 어느 날 전설대로 탑에 번개가 내리치고 피에라와 줄리아노는 청력을 얻게 된다. 자신들이 청력을 회복한 것을 절대 티를 내지 않고 살아가기로 한 피에라와 줄리아노는 동네 사람들이 자신들이 귀가 안 들리는 줄 알고 털어놓는 비밀들을 전부 기록해서 책을 출판하고,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수산나 코키가 운영하는 벨솔레호텔에서는 레 카세 사람들의 불륜이 벌어지는 장소이다. 수산나는 눈치껏 예약자들의 시간을 조율하며 마을 사람들의 불륜을 관찰하는 쾌감을 즐긴다. 벨솔레 호텔은 과거 부호 쿠티니 변호사의 저택이었다. 마르크 팔라체시의 아버지는 쿠티니의 권유로 별장으로 이주해 별장의 집사가 되고, 쿠티니의 아들 라니에로와 마르크는 신학교를 다니며 친해지지만 라니에로가 마르크에게 기습적으로 키스를 한 이후로 관계가 소원해진다. 전쟁이 끝나고 쿠티니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자 쿠티니 가족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수산나 코키가 별장을 헐값에 매입해 호텔로 리모델링한다. 마르크는 자신의 바람대로 외과 의사가 되었고, 호텔 오픈 파티에서 마르크를 만난 라니에로는 마르크에게 커밍아웃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다.
오만과 편견을 보며 자신만의 사랑을 꿈꾸던 엘레오노라는 공황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자신의 책(오만과 편견)을 버려 집을 뛰쳐나온다. 넨초니 집안의 제재소에서 일하는 알바니아 남자들의 차를 히치하이킹하여 그들의 숙소에서 살림을 하고, 그들의 우두머리인 보리안의 여자가 된다. 하지만 엘레오노라는 숙소에서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아 마리오의 상점에 일을 나가기 시작하고, 밖에서 일하는 엘레오노라가 내키지 않았던 보리안과의 갈등이 커져간다. 그러다 사무엘레가 등장하였고, 보리안이 자신을 하루 동안 감금시킨 이후 엘레오노라는 보리안의 숙소에서 도망쳐 사무엘레의 집으로 들어간다.
사무엘레는 에세드라가 죽고난 후 레 카세를 떠났다.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며 클라라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 주변의 다른 남자들에게 강한 질투심도 느낀다. 클라라는 사무엘레가 들려주는 레 카세 마을에 흥미를 가졌다. 둘이 코르시카로 휴가를 가는 첫 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적은 책의 가제본을 보여준 클라라는 코르시카를 여행하는 내내 라 카세에 대한 화재를 주고 받으며 지내다 갑자기 사라지고, 이틀 뒤 바위에 낀 변사체로 발견된다. 사무엘레는 평소 강한 질투심을 보였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대로 용의자로 의심받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어 가택 구금만 내려지고, 레 카세로 돌아와 클라라의 분위기를 닮은 엘레오노라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엘레오노라와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를 하던 사무엘레는 레 카세의 절벽으로 떨어져 큰 부상을 입고 며칠 뒤 깨어나 엘레오노라를 찾지만 형사들과 함께있는 마르크에게 엘레오노라는 다 환상일 뿐, 너는 우라니오에서 레 카세로 도망치다 사고가 난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레 카세는 폭풍으로 도시가 침몰하고, 엘레오노라와 사무엘레는 꿈에서 서로를 만난다. 사무엘레는 자살을 하고 엘레오노라는 혼수상태에서 숨을 거둔다.

어마어마한 등장인물과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사연이 다들 드라마틱해서 수십개의 단편을 모아놓은 작품집 같다. 소설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인물들은 어느 날 갑자기 레 카세로 돌아온 에세드라의 손자이자 흉악범으로 언론에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사무엘레와, 제재소의 일꾼들과 동거를 하며 마리오의 상점에서 일하다가 실종된 엘레오노라이다. 이들과 연관된 조연급 인물들은 정리를 해 보았지만 그 외에도 연결고리가 하나씩 이어져 있는 제재소집안의 아들 필리포 넨초니, 점쟁이 그라치엘라, 점점 미쳐가는 마리오의 아내 아델라이데, 돈 라우로 신부, 아킬레의 아내인 소니아, 두에포르테 바의 바리스타 토니노(마소),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 생활하는 도메니코 피오라니 가족들, 복권에 당첨되고 죽어 집안에 돈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비안차르디 가족의 집,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살리니 의사 등등의 엽기적인 이야기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한 마을의 그로테스크한 사연들을 엮었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이런 소설에 일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다들 이런 비정상적인 비극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복잡하고 기괴한 이야기가 소설의 마지막에서는 엘레오노라와 사무엘레의 애절한 사랑으로 귀결되지만, 이들의 사랑은 너무 괴상하고 지난한 배경이 깔려있어 거북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만 물러나 사랑을 하는 우리 자신을 성찰해 보면, 우리도 결코 사무엘레나 엘레오노라, 혹은 아델레 첸티니와 같은 결점과 얼룩투성이인 인물들과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고딕소설에서 인간 보편성을 느꼈다.

그런데 하루하루가 무척 길었다. 처음에는 오두막을 정돈하는 일이 신선하게 느껴졌었는데 채 이 주도 지나지 않아서 생각이달라졌다. 아이들의 빨래를 널고 있으려니 내가 부엌데기가 된 것같았다. 마렘마의 신데렐라가 되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수렁을피하려다 다른 수렁에 빠진 걸 몰랐어.‘ 속으로 생각했다. 텔레비전도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복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나를 힘들게 한다. - P429

나는 그 권력이 탐났다. 아빠에게 이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의사가 되겠다고 생각한 게 바로 그때였다. 부자든 가난한 자들모두 내 도움을 필요로 했다. 머지않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내 집 문을 두드릴 것이다. "부탁이에요, 저를 구해주세요." 그러면 난 주저 없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 줄 것이다. 그게 바로 내게 주어진 임무니까. 죽음의 웅덩이에서 빠져나온, 조금은 내 소유이기도 한 그 영혼들을 지배하면서 말이다. 어느 누구도 성전처럼 높이 솟아 있을 내 정원을 털끝만큼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나를 부엌 식탁에서 피난민처럼 식사하게 만들 수도 없을 것이다. - P396

경찰은 그에 대해 몇 마디 말을 했다. 저택과 토스카나의 수많은 건물의 소유주인 그는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걸고 도박을 즐기고 있다. 온갖 상상을 하기 시작했던 게 바로 그 시점이었다. 그는 이제 가문을 물려줄 자손이 없었기 때문에 늑대의 밥이 되기를자처한 모양이었다. 어쨌든 모든 재산을 탕진하는 데 이십여 일이걸렸다.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가문의 전 재산을 물려주느니차라리 이게 낫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실소가 터져 나왔고 발작이 일 것만 같았다. 나의 경솔한 행동으로 그가 받은 상처가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나 자신에게 말했다. "그는 내게 모든 걸 주려 했어. 그걸 배신한 건 너야. 그의 사랑을 얼마나 더 확인하고 싶었던 거야?" 어쩌면 대령은 가문에 영광스러운 후손을 남기기 위해 정말로 아이를 낳으려 했는지 모른다. 내게 함부로 손을 대지 않던 그의 신념이 이제는 그립다. 그와 지낸 몇 달 동안 내가 받은 유일한 선물은 존중이다. 이 세상의 어떠한금이나 펜던트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마렘마의 산간벽지에서 태어난 보잘것없는 나 같은 사람은 받아 보기 힘든 것인데. "무지하면 이런 일을 겪는 거야." 혼잣말을 했다. "넌 보물을 받아서 그걸 엉덩이 닦는 데 쓰고 더러운 물과 함께 버렸어." 동시에 나 때문에가족들이 길바닥으로 쫓겨날 거란 생각은 못 했다. - P288

애써 특별한 배려를 하지 않고 똑같이 대해 주는 것이 좋았다. 그들의 무관심이 우리를 평범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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