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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우제나, 중세 조직신학의 선구자 - 발현과 회귀 개념을 중심으로
김재현 지음 / KIATS(키아츠)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이 책은 저자 김재현 박사가 프린스턴신학교에서 2003년에 제출된 박사학위 논문을 한글로 풀어 보완한 것이다. 중세 초 가장 종합적인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요한 스코투스 에리우제나의 중심사상 구조, 즉 ‘발현’과 ‘회귀’ 개념의 연구를 통해 후대 스콜라 신학과 체계적인 조직신학의 핵심 요소를 조명하는 중요한 학문적 기여를 한 책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가는 책이다.
에리우제나는 서로마제국의 붕괴 이후 오랫동안 지식과 문화의 단절과 쇠퇴로 인해 ‘무지의 시대’로 불릴 만큼 침체의 시대 가운데에서 신성로마제국의 발흥과 더불어 기독교와의 결합으로 인한 정치・종교적 안정을 넘어 신학적・문화적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기독교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고, 역사적・사상적 결합을 통한 ‘카롤링거 시대의 기독교적 조합’이라 불릴 만큼 놀라운 시대적 변화를 불러온다. 이러한 조합의 중심인물이 에리우제나이다.
에리우제나의 신학은 카롤링거 르네상스가 기독교 전통 안에서 어떠한 신학적 열매를 맺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며, 이후 중세 기독교 사상의 형성과 발전에도 적지 않은 이바지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12-13세기 스콜라 신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전개된 체계적 신학의 구조가 어디서 발원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했는지를 찾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암흑기’라는 불리는 중세를 건너뛴 채로는 제대로 된 기독교 역사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중세 스콜라 사사의 정교한 신학적 틀의 모델’을 찾게 되었고, 그렇게 만난 사람이 요한 스코투스 에리우제나이다.


이 책은 에리우제나가 발현과 회귀의 개념을 사용해 어떻게 신학 전체를 구성하는 틀을 형성하는지를 살핀다. 1장에서는 초기 기독교 전통 속에서의 발현과 회귀 개념을 고찰한다. 2장에서는 에리우제나에게 신학적으로 깊은 영향을 끼친 위-디오니시우스와 막시무스를 통해 발현과 회귀 개념의 전개를 분석한다. 3장에서는 에리우제나의 발현과 회귀 개념을 어떻게 수용하고 재구성했는지와 에리우제나의 사상에서 발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세 가지 양상을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에리우제나의 발현과 회귀의 변증법적 전환점에서 에리우제나가 규정한 인간과 그리스도의 역할을 분석한다. 5장에서는 발현의 완성으로 제시되는 회귀 개념을 중심으로 에리우제나의 신학 구조를 고찰한다. 6장에서는 에리우제나의 사상이 이후 중세 신학에 끼친 영향을 간략히 조망한다.
사실 중세 신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중세 신학의 두 축 가운데 아우구스티누스의 전통에는 익숙해 있는 것이 한국 기독교의 현실이다. 하지만 위-디오니시우스 전통은 생소하기에 더 공부해야 할 당위성은 있다. 중세 신학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디오니시우스 전통에 대한 연구와 접근은 균형 잡힌 중세 기독교를 이해하고 더 깊이 알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한국교회의 극단적 치우침을 해소하고 균형잡힌 중세 신학으로 길도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끈질기고 깊은 신학적 연구를 통하여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세 신학의 거인이었던 요한 스코투스 에리우제나의 중심사상인 ‘발현’과 ‘회귀’ 개념을 통해 더 깊은 신학적 깨달음을 얻게 된 것에 감사를 드린다. 저자의 말대로 분열된 한국 기독교가 에리우제나가 말한 ‘발현’의 끝자락에서 그리스도의 자기 비하와 인간 본성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분열과 구분을 넘어 참된 하나님을 찾게 될 것이다. 읽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깊은 읽기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많은 유익이 되었다.